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수석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이 미국 정부의 확대 재정이 지속될 경우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가 3% 이하로 내려오지 않으면 연간 이자 비용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2025년 7월 25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연간 이자 지출은 1조 달러(약 1,370조 원)에 근접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 안팎을 차지한다. 하트넷은 “정부 지출을 줄이지 못하거나 줄일 의사가 없는 현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기준금리가 3% 밑으로 내려가야만 이자 부담이 안정될 것”이라며 “차기 연준 의장은 장기 금리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수익률곡선제어(Yield Curve Control)’^1 정책까지 검토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일본은행(BOJ)이 장기간 채택해 온 정책으로, 중앙은행이 특정 만기 국채 금리를 목표 범위에 고정해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네 번째로 연준 본부를 직접 방문한 대통령이 됐다. 이는 1937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FDR)가 새 연준 건물 준공식에 참석했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하트넷은 “현재 재정 지출 속도로는 연준 본사의 26억 달러 리노베이션 비용을 불과 3시간 12분 만에 지출하는 셈”이라고 지적하며, 방만한 재정 운영의 속도를 비유적으로 드러냈다.
은행주 상승과 국채 시장 경계
하트넷은 은행주가 ‘미국 중심의 재정 팽창’에서 ‘글로벌 재정 팽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연초 대비) 은행주는 유럽 62%, 영국 37%, 미국 17% 상승했다.
다만 그는 ‘채권 감시단(bond vigilantes)’^2의 귀환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장기 금리가 임계치를 넘어설 경우 국채 시장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하트넷이 제시한 임계치는 영국 5.6%, 미국 5.1%, 일본 3.2%다.
중국 채권·주식 시장은 예외적 흐름
반면 중국 채권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어 글로벌 흐름과 대비된다. 그는 “60/40 자산배분(주식 60·채권 40) 전략이 중국에서는 여전히 잘 작동한다”면서, 홍콩H지수(H-shares)가 최근 2년간 58% 상승해 S&P 500과 글로벌 지수 수익률을 앞섰다고 설명했다.
또한 월가(Wall Street)와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의 괴리도 지적했다. S&P 500 지수는 올 들어 9% 올랐지만, 트럼프의 직무 지지율은 4월 저점 수준까지 내려갔다. 선거 이후 ‘트럼프 브로 억만장자’로 분류되는 대형주는 71% 급등했으나, ‘트럼프 스몰캡 베이스’로 불리는 소형주는 1% 하락한 것이 대비된다.
1 Yield Curve Control: 중앙은행이 특정 만기의 국채 금리를 목표 범위 안에 묶어 두기 위해 무제한 매수·매도에 나서는 정책.
2 Bond Vigilantes: 정부의 과도한 재정 적자나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해 채권을 대량 매도함으로써 장기 금리를 급등시키는 시장 참여자들을 일컫는 용어.
자금 흐름: 채권·현금 선호, 암호화폐 사상 최대 유입 기록
최근 일주일(7월 17~23일) 동안 글로벌 펀드 자금 흐름을 보면, 채권·머니마켓 펀드가 가장 많은 자금을 흡수했다. BoA가 EPFR 글로벌 데이터를 인용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채권 펀드는 259억 달러로 2020년 6월 이후 최대 주간 순유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금(Cash) 펀드에는 137억 달러, 주식 펀드에는 58억 달러가 유입됐다. 특히 암호화폐 펀드는 36억 달러를 끌어들여 4주 누적 기준 역대 최대치인 122억 달러를 기록했다. 금(Gold) 관련 펀드에도 16억 달러가 들어왔다.
섹터별 흐름을 보면 소재(Materials) 섹터 펀드는 9주 연속 순유입(54억 달러)으로 2024년 4월 이후 최장 기록을 이어갔다. 금융(Financials) 섹터 펀드는 15억 달러가 유입돼 올해 5주 누적 기준 최대치(67억 달러)를 달성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주식형 펀드가 2주 연속 77억 달러 순유출을 기록한 반면, 유럽 주식형 펀드는 6주 연속 11억 달러 순유입을 나타냈다. 신흥국(EM) 주식형은 3주 연속 20억 달러 순유입, 일본 주식형은 2주 연속 7억 달러 순유출로 집계됐다.
전문가 시각
하트넷의 전망은 미 연준의 정책 독립성과 미국 정치·재정 간 미묘한 긴장 관계를 다시 한 번 부각한다.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해 “높은 금리 유지”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정치권은 성장 둔화와 부채 부담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이미 ‘장기 금리 상단’을 주목하며, 채권 감시단의 움직임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영국·일본 국채 수익률이 임계선을 뚫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국 향후 수개월간 핵심 포인트는 1) 연준의 금리 기조 변화 여부, 2) 미 행정부의 재정 지출 속도, 3) 글로벌 투자자들의 채권·주식·대체자산 재배분이 될 전망이다. 특히 수익률곡선제어가 미국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정책 옵션이 확대되는 것은, 시장이 느끼는 부채 지속 가능성 우려가 그만큼 깊어졌음을 시사한다.
국내 투자자라면 달러 강세·약세, 미 장기채 금리 흐름, 중국 자산의 상대적 강세 등 복합적인 거시 환경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요구된다. 해외 채권·은행주·원자재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채권 감시단’의 경계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변동성 관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