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애널리스트들이 세계 최대 오프라인·온라인 리테일 기업인 월마트(Walmart)를 “인공지능(AI) 기반 상거래의 차세대 리더”로 지목했다. 이들은 월마트 주가 목표가를 주당 125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AI 기술력이 기존 유통 네트워크와 결합될 때 창출될 막대한 시너지에 주목했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ofA 리서치 팀(총괄 애널리스트 로버트 오엄스)은 고객 메모를 통해 “월마트의 AI 에이전트 ‘스파키(Sparky)’가 조만간 단순 문의 응답을 넘어 고객 대신 실제 행동(상품 선택, 결제, 배송 일정 조율 등)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에이전틱(Agentic) AI’와 ‘퍼널 상단(Top of Funnel)’ 용어 설명
‘에이전틱 AI’란 인간의 지시를 따를 뿐 아니라 스스로 의사결정·행동까지 자동 수행하는 차세대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퍼널 상단’은 소비자 구매 경로 중 가장 첫 단계로, 제품 탐색 및 관심 환기가 이뤄지는 구간을 가리킨다. 월마트가 이 지점을 AI로 선점하면 이후 구매 전환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애널리스트 인용 “월마트는 1억 8,000만 명의 주간 쇼핑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식료품 부문의 고빈도 데이터는 타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 우위 요소” – BofA 보고서
또한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전자상거래·라스트마일 물류망을 모두 갖춘 복합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OMO, Online Merges with Offline)하는 데 있어 독보적 스케일을 자랑한다. 이 같은 인프라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사업자들이 탐내는 ‘현실 세계 데이터’와 ‘즉시 활용 가능한 실행 채널’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파트너십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된다.
실적·비용·소비자 트렌드 현황
월마트의 2026 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은 1,774억 달러로 월가 예상치를 넘어섰다. 다만 순이익은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회사 측은 “중·저소득층 고객이 관세 충격으로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고 진단하면서도 “당사 가격 인상률은 미국 평균보다 낮다”고 강조했다.
BofA에 따르면 월마트가 판매하는 상품의 약 3분의 2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다. 나머지 3분의 1에 부과되는 수입 관세의 평균 세율은 20.3%다.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6~9개월간 가격 변동성으로 시장이 다소 ‘소음’에 휩싸일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신규 고객 유입률이 한 자릿수 중반(미드 싱글)로 늘고 있다는 점과 멤버십 서비스(월마트+)에 브랜드 신용카드를 도입한 사실을 호재로 꼽았다.
특히 젊은 소비자층이 식료품을 중심으로 PB(Private Brand) 제품을 적극 선택하는 추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원가 절감·마진 개선에 긍정적이며, ‘가성비’ 이미지를 강화해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 전략과 주가 전망
로버트 오엄스 팀은 “월마트가 AI 상거래에서 선두권을 확고히 하면, 광고·핀테크·헬스케어 등 비(非)소매 영역의 성장 기회도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월마트는 2025년 상반기부터 자사 검색·추천 알고리즘에 생성형 AI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미국 4개 주(州)에서 ‘음성 기반 재주문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주가는 2025년 들어 연초 대비 14% 이상 상승했고, BofA는 목표주가를 120달러에서 125달러로 올리며 “톱·바텀라인(매출·이익) 모두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유통 환경이 고금리·보호무역 여파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자들에게는 리스크 관리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전문 기자 견해
본 기자는 월마트의 AI 전략이 “규모의 경제”와 결합될 때 나타나는 데이터-알고리즘-물류 선순환 고리를 주목한다. 전 세계 10,500여 개 매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판매·재고 정보는 생성형 AI에 즉각 학습·검증·실행이 가능한 실제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 ‘챗봇 고도화’ 수준을 넘어,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고 공급망을 실시간 최적화할 수 있는 풀스택 AI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잠재력을 의미한다.
다만 AI 윤리·개인정보 보호 문제, 그리고 오프라인 인력 구조조정 리스크 등도 병존한다. 특히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데이터 독점·차별 가격 문제를 예의 주시하는 만큼, 월마트가 ‘AI의 투명성’과 ‘소비자 선택권’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