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fA, 온 세미컨덕터 투자의견 ‘매수’→‘중립’ 하향…“완만한 자동차 수요·마진 회복 지연”

미국 대형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온 세미컨덕터(ON Semiconductor·티커: ON)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Buy)’에서 ‘중립(Neutral)’으로 강등했다. 주된 이유는 산업용·서구권 자동차 시장의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매출과 총마진 회복 속도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ofA 글로벌 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온 세미컨덕터의 2분기 실적이 ‘미지근한 반등’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자동차 수요의 지속적 약세산업용 매출 부진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온 세미컨덕터가 중국 전기차(EV) 고객사 의존도를 높이고 있지만, 해당 수요를 추적하기 어렵고 지속 가능성도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BofA는 이 같은 구조적 리스크를 고려해 2026년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전년 대비 10%에서 5%로 절반가량 하향했다. 이는 비핵심 사업 철수(non-core exits)로 인한 약 3억 달러 규모의 매출 공백이 한몫할 것으로 내다본 결과다.


“마진 회복 미흡…SiC 수익성 희석”

온 세미컨덕터는 향후 성장 동력으로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를 강조하고 있다. SiC는 고전압·고온 환경에서 효율이 뛰어나 전기차 구동 시스템, 데이터센터 전원장치 등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BofA는 공장 가동률(유틸라이제이션)이 낮아 SiC 사업이 오히려 총마진을 희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2026~2027년 총마진률 전망을 60~150bp(0.60~1.50%p)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는 또 유통 채널의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아 단기적인 가동률 회복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핵심 자산을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진이 의미 있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목표주가 56달러로 대폭 하향…“주가 박스권 전망”

BofA는 2026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에 20배 배수를 적용해 목표주가를 70달러에서 56달러로 20% 가까이 낮췄다. 기존에는 25배 배수를 적용했지만, 실적 가시성 저하·마진 회복 지연 등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보고서 인용“온 세미컨덕터 주가는 단기적으로 뚜렷한 촉매가 없어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센터 매출 확대가 분명한 모멘텀이 되려면 2026년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

다만 BofA는 견조한 잉여현금흐름(FCF)과 자사주 매입, 데이터센터 매출의 두 배 성장, 중국 EV 시장 내 탄탄한 시장 점유율 등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이 단기 성장 동력 부재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용어·배경 해설

실리콘 카바이드(SiC)는 실리콘(Si)과 탄소(C)가 결합한 화합물로, 높은 열 전도성과 전기적 특성 덕분에 고전압·고전력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하다. 전통적인 실리콘 대비 전력 손실이 적어 전기차 주행거리와 충전 효율을 향상시키는 핵심 소재로 꼽힌다.

기본주당순이익(EPS)은 기업의 순이익을 유통주식수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다. 투자은행들은 향후 EPS 전망치에 목표 주가 산정 배수(P/E)를 곱해 적정 주가를 제시한다.


한편 온 세미컨덕터 주가는 리포트 발표 전날 나스닥에서 58.10달러에 마감했다. BofA가 제시한 56달러 목표가는 전일 종가 대비 약 3.6% 낮은 수준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밝힐 SiC 생산능력 확장 계획, 유럽·미국 자동차 고객사 수주 동향 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