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fA, 북미 자동차 판매·생산 전망 하향 조정…관세·거시 둔화 우려

Bank of America(BoA)가 북미 자동차 산업에 대한 향후 5년 이상(2025E~2030E)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회사는 관세 상승과 경기 둔화를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며 미국 내 신차 수요와 북미 생산 모두 이전 예상치보다 수백만 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ank of America의 연구팀은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북미 자동차 시장을 재점검한 결과 ‘가격을 끌어올리는 관세 압력’과 ‘덜 우호적인 거시 환경’을 반영해 전망치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판매량은 2026년 1,560만 대로 전년 대비 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직전 추정치 1,690만 대보다 130만 대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북미 생산량은 1,480만 대로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종전 1,640만 대 전망 대비 160만 대 낮아진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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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는 ‘구매 여력(affordability)’을 가장 큰 압박 요인으로 꼽았다. 현재 미국 평균 가계가 신차 한 대를 구입하려면 약 37주치 소득이 필요하며, 2026년에는 38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은 관세 인상이 차량 가격을 평균 2.5%가량 상승시킬 것으로 가정했으며, 완성차 업체들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2025년 시장 흐름은 아직까지는 BoA의 기존 예측과 유사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 올해 연간 환산치(Seasonally Adjusted Annual Rate, SAAR*) 기준 미국 판매는 1,630만 대 수준이고, 8월 재고는 250만 대였다. 그러나 BoA는 4분기부터 ‘눈에 띄는 둔화(noticeable slowdown)’ 국면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SAAR는 계절 조정 연율을 의미한다. 월별 판매 데이터를 계절적 변동(휴일, 날씨 등)을 제거한 뒤 12개월로 환산한 지표로, 자동차 산업에서 연간 수요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사용된다.

BoA는 장기적으로 관세를 ‘주요 리스크(major risk)’로 지목하며 2028년까지 미국 판매량이 1,600만 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가 멕시코·캐나다에서 미국으로의 일부 생산 이전을 촉진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주변적(marginal)’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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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로 인해 OEM(완성차 업체)은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수요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BoA 애널리스트들은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관세(tariff)란 외국산 부품 및 완성차에 부과되는 추가 세금을 뜻한다.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관세를 인상할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현 시점에서 BoA의 전망은 시장 컨센서스 대비 다소 보수적이다. 다만 타 투자은행 역시 거시 환경 악화와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용 상승을 이유로 연내 혹은 내년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어, 자동차 산업 전반의 하향 사이클 진입 가능성은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경우, 소비자 금융 이자율이 상승해 신차 구매 수요를 더욱 억제할 수 있다.

국내 완성차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은 현대차·기아 등 한국 업체들은 관세 및 비용 인상 요인의 일부를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상쇄해 왔으나, BoA가 언급한 ‘주변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업계 전략은 가격 인상 여력 확보, 전동화 포트폴리오 강화, 금융 프로그램 개선으로 요약될 수 있다.

요약하면, BoA의 이번 리포트는 “관세+고금리+소비 둔화”라는 3중 압력 속에서 자동차 산업이 맞이할 수 있는 수요 절벽을 경고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판매 동향뿐만 아니라 정부의 통상 정책, 금리 경로, 소비 심리 지표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