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SG·테크 동향]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이하 BofA)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 2035년까지 자체 탄소배출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지만, 동시에 환경 분야에서의 응용을 통해 전 세계 CO₂ 배출량을 최대 5배(약 15억 t) 감축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5년 7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급증과 그에 따른 전력 사용량·배출량 증가라는 ‘부담(Drain)’ 측면과, AI 기반 효율화 솔루션이 제공하는 ‘동력(Driver)’ 측면을 동시에 조명했다.
BofA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현 수준 대비 세 배로 늘어나 일본의 전체 전력 사용량에 맞먹는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AI 관련 연간 탄소배출량이 3억 t까지 증가해 AI 자체만 놓고 보면 ‘탄소 발자국’이 두 배로 확대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AI가 에너지 관리 최적화·산업 폐기물 감축·전력망 안정화 등에 적용될 경우, 같은 기간 최대 15억 t의 배출 절감을 달성해 순효과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BofA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AI를 “지속가능성의 소모자이자 공급자”로 규정하며 “1더 많은 전력을 쓰지만, 더 큰 감축 효과를 창출한다”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AI 기반 난방·냉방(HVAC) 제어 시스템만으로도 상업용 건물 에너지 사용량을 30 % 절감할 수 있으며, 글로벌 해운 물류 경로를 최적화할 경우 연간 4,800만 t의 CO₂ 배출을 피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제시했다.
배출 저감 효과를 넘어, AI는 이미 암 조기 진단 정확도 향상, 정밀 농업을 통한 식량 생산 증대, 그리고 위성 영상을 활용한 불법 벌목 감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중 건강·형평·환경 보호 분야를 동시에 진전시키는 사례로 꼽힌다.
[주의 요인] 다만 BofA는 전력 사용 증가·전자폐기물(e-waste)·수자원 사용 확대 등 부정적 외부효과와, 효율성 향상으로 제품·서비스 소비가 오히려 증가하는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가 일부 성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BofA가 실시한 설문에서 환경·윤리적 고려를 AI 모델 선택 기준 상위 5위 안에 꼽은 경영진은 16 %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AI 전략에 지속가능성 프레임워크를 통합하도록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개선에 기여하는 AI 솔루션을 개발·제공하는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이미 10조 달러에 달하며, 헬스케어·운송·에너지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BofA는 밝혔다.
[용어 설명] 리바운드 효과는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면 비용이 절감돼 소비가 늘어나면서 총에너지 사용량이 다시 증가할 수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전자폐기물은 IT 장비 교체 주기가 짧아지며 발생하는 폐전자기기 쓰레기로, 적절한 재활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토양·수질 오염을 유발한다. UN SDGs는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17개 국제 공동 목표로, 빈곤·기후변화·불평등 등 글로벌 과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종합적으로 BofA는 “AI가 기후위기의 방관자가 될지, 해결사가 될지는 활용 방식과 정책 설계에 달렸다”며, 기업·정부·투자자에게 저탄소 전력 조달·친환경 인프라 투자·투명한 AI 모델 평가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