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는 영국의 현재 재정 상황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특이점(outlier)’이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부채 지속 가능성에는 상당한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2025년 10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oA 애널리스트들은 영국 정부의 적자와 부채 비율이 팬데믹 이전보다 높긴 하지만, G7 및 전체 선진국 평균과 비교하면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영국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4.3%로 예상된다. 이는 선진국 가중 평균인 -4.6%를 하회하며, 같은 기간 미국·프랑스·G7 평균보다 양호한 수준이다. 2020~2024년 동안 영국의 적자 감소 폭은 GDP 대비 7.4%포인트로, 프랑스·독일·미국 및 선진국 평균보다 더 가파른 개선세를 나타냈다.
부채 측면에서도 영국의 총부채(Gross Debt) 비율은 GDP 대비 103%로 G7 평균보다 낮으며, G7 국가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2007년 이후 부채 증가 폭은 G7 가운데 가장 컸다는 점이 우려로 지목됐다.
BoA는 2026~2030년 기간에 부채 안정(primary balance 유지)을 위해서는 GDP 대비 1.4%포인트의 재정 갭을 추가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계획한 재정 건전화(fiscal consolidation)을 차질 없이 집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장기적으로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연금·보건 지출 증가가 최대 변수로 꼽혔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이 2024년 9월 발표한 ‘재정 위험 및 지속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2070년까지 보건 지출은 GDP 대비 14%로 6.2%포인트 확대되고, 연금 지출은 8.1%로 2.8%포인트 늘어날 전망이다.
BoA 애널리스트들은 재정 건전화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무장관(Chancellor)이 주요 세목 인상에 정치적 제약을 받고 있고, 당내 반발로 지출 삭감도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오는 가을 예산(Autumn Budget)에서는 재정 규칙을 준수하되 20~30억 파운드의 ‘헤드룸(재정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채 시장에도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다. 연·기금 및 보험사가 보유한 영국 국채(길트·gilt) 비중은 1999년 약 70%에서 2024년 24%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으로 영란은행(BoE)의 보유 비중도 2022년 33%에서 2024년 25%로 낮아졌다.
용어 해설*
• 길트(gilt)는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금도금(gilt)’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해 안전자산을 상징한다.
• 양적 긴축(QT)은 중앙은행이 보유 자산을 축소해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는 정책이다. 금리 인상과 함께 통화 긴축 수단으로 쓰인다.
• 기초 재정수지(primary balance)는 이자지출을 제외한 세입·세출의 차이로, 이 수지가 흑자면 국가 부채가 안정 혹은 감소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기자는 BoA 보고서가 영국 재정의 ‘상대적 안정’을 강조했음에도, 장기 전망은 인구 구조·정치 리스크 등 다층적 변수에 크게 노출돼 있다고 본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 확대는 단순 세수 확대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 지출 구조조정과 성장률 제고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또한 국채 수요 기반 약화는 금리 변동성을 키워, 재정 운용의 불확실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BoA는 이번 예산안에서 재무장관이 재정 규칙을 ‘깨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세수 확대를 통한 증세 카드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BoA는 또한 “증세보다 지출 절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지만, 정치적 현실을 감안할 때 실행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번 보고서는 영국이 단기적으로는 국제 비교에서 양호한 재정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부채 안정·고령화·정치 리스크라는 삼중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재확인시킨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중장기 성장 전략, 지출 효율화, 지속 가능한 세제 개편이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