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가 미국 소비자물가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증거가 압도적이라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BofA Securities)의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가 대대적으로 인상한 수입 관세가 nearly 10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10월 3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BofA의 애디티야 바브(Aditya Bhave)·스티븐 주노(Stephen Juneau)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간한 노트에서 “현재 관세가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PCE) 근원 인플레이션에 최대 50bp(0.50%p)까지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특히 소비자가 지금까지 관세 부담의 50%~70%를 떠안고 있다며 “상품 가격 상승에서 가장 뚜렷한 영향이 관측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이 추가 비용을 더 전가할 여지가 남아 있거나, 아니면 기업이 마진을 희생해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한 뒤 “전가(pass-through)가 더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美 관세 정책과 PCE 지수란 무엇인가?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품목 가중치가 자주 조정돼 실제 소비 패턴을 더 잘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1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두 번째 임기 시작과 동시에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 등 주요 교역 상대국에 대해 보복성 관세를 잇달아 부과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유효 관세율은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물가·통화정책 파장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해 전월치(2.7%)보다 가속됐지만 시장 예상치(3.2%)보다는 낮았다.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통계 발표가 지연됐음에도 데이터 자체가 연준의 10월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제프리 슈미드(Jeffrey Schmid) 총재는 금리 동결 의견을 냈다. 그는 “
관세로 인한 지속적 인플레이션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
“며 물가 경계심을 드러냈다.
전문가 분석 및 시사점
시장 참여자들은 관세 효과가 지연 변동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수입가격 상승분이 도·소매 과정을 거쳐 소비자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최대 12개월이 걸린다. 따라서 향후 1년간 미국의 핵심 물가가 상승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관세가 기업 투자와 고용에도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원가 구조가 취약한 중소 제조업체는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인력 감축이나 설비 투자 축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ofA는 보고서 말미에서 “연준은 물가 목표(2%)를 지속적으로 상회하는 상황이 수개월 더 이어질 경우, 현재의 완화적 스탠스를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시장 금리선물은 2026년 상반기 중 금리 동결 혹은 1회 인상 가능성을 4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주는 교훈
우리나라 역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환율·수출가격 경로를 통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전자·자동차·기계 등 관세 민감도가 높은 품목에서 가격 경쟁력 저하를 최소화할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원자재·중간재 조달 비용 상승에 대비한 공급망 다변화와 비용 절감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한국은행이 통화·재정 정책에서 물가와 성장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핵심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인플레이션 수입(inflation import) 압력이 높아질 때, 기준금리 결정은 더욱 복합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맺음말
이번 BofA 분석은 “관세는 결국 소비자가 부담한다”는 경제학 교과서적 명제를 실증적으로 검증한 셈이다. 향후 관세 정책이 완화되지 않는 한,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비용 인상→가격 전가→성장 둔화의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책 당국과 시장 참여자 모두 다층적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