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차세대 전기차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운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 이하 NK)’ 플랫폼이 공개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지형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25년 7월 2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MW(ETR:BMWG)는 새 플랫폼을 통해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oftware-Defined Vehicle·SDV) 역량을 대폭 강화해 테슬라(NASDAQ:TSLA)와 중국 신흥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력을 정면으로 추격할 계획이다.
NK 아키텍처의 핵심은 네 개의 도메인 컨트롤러다. 해당 컨트롤러는 주행 역학, 승차감·편의 시스템, 파노라마 헤드-업 디스플레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에 이르는 기능을 400W 미만의 전력으로 통합 제어한다.
“배선 구조를 간소화해 규제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완전한 SDV 통합 덕분에 향후 차종 전반의 개발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BMW 측 설명이다.
BMW는 소프트웨어 스택과 지적 재산권(IP)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명확히 했다. 일부 경쟁사가 핵심 시스템을 외주화한 것과 달리, BMW는 통합 작업을 내부에서 직접 관리하며, ADAS 부문에서는 모멘타(Momenta)와 같은 파트너십을 활용한다. 또한 중국 시장 특화 서비스를 위해 화웨이, 바이두(NASDAQ:BIDU), 텐센트, 알리바바(NYSE:BABA)와 콘텐츠를 현지화하되, 핵심 아키텍처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유지한다.
생산 일정도 구체화됐다. NK 플랫폼은 36개월 동안 40개 신규 또는 대대적으로 개편된 차종에 적용된다. 첫 번째 모델은 2025년 4분기 유럽에서 생산을 시작하는 iX3이며, 2026년 중반 중국, 이후 북미로 확대된다. 특히 멕시코 공장이 북미 공급망의 핵심 허브 역할을 맡는다.
BMW는 제조 비용 10% 절감, 파워트레인 비용 30% 절감(5세대→6세대)을 목표로 한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20% 향상되며, 셀 비용은 40~50%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800V 시스템이 적용돼 양방향 충전을 지원하고, 10분 만에 350km 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최대 800km 주행거리(사용가능 배터리 108kWh 기준)와 15kWh/100km의 효율을 목표로 한다. 이는 실리콘 카바이드 인버터, 향상된 냉각 및 모터 효율 덕분이다. 현행 iX3 대비 주행거리가 330km 늘어날 것이라는 게 BMW의 자체 추산이다.
NK 론칭은 BMW의 중국 시장 지위를 안정화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3% 수준에 그친다. 현지 부품조달을 확대해 원가를 낮추고, 미국 공장에서는 현지 부품 비중을 늘려 관세 부담을 줄이며 연방 세제 혜택(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요건을 충족한다는 복안이다.
BMW는 EV·배터리 수요 확대에 맞춰 유럽·중국·북미 3대 권역 10개 공장으로 생산을 분산해 글로벌 균형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4년 50억 유로였던 자유현금흐름(FCF)은 2026~2027년 60억~70억 유로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용어 풀이 및 맥락 설명
SDV(Software-Defined Vehicle)는 차량 기능을 기계적 설계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구현·개선하는 개념이다. OTA(Over-the-Air)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성능을 개선할 수 있어, 테슬라가 대표적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도메인 컨트롤러란 차량 내 여러 ECU(Electronic Control Unit)를 묶어 중앙 집중식으로 관리하는 고성능 컴퓨팅 유닛이다. 이를 통해 배선 및 부품 수가 줄고, 통합 관리가 가능해져 비용 효율과 유지보수성이 향상된다.
실리콘 카바이드(SiC) 인버터는 전력 변환 효율이 높아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를 개선한다. 800V 아키텍처와 결합될 경우 급속 충전 성능이 극대화된다.
BMW의 NK 플랫폼 발표는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내재화’를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기존 내연기관 최적화 역량을 넘어선 ‘디지털 역량’ 확보가 향후 시장 지배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