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산업 서비스 기업 빌핑거(Bilfinger)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올해 들어 100% 넘게 급등한 주가를 감안해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buy)’에서 ‘중립(neutral)’으로 한 단계 낮추면서, 25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주가는 장 초반 하락세를 보였다.
2025년 7월 2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UBS는 이날 발간한 14쪽 분량의 애널리스트 노트에서 “위험 대비 보상(risk-reward) 구도가 이제는 균형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UBS는 12개월 목표주가를 종전 86유로에서 92유로로 올렸지만, 현재 주가(93.40유로)에 이미 실적 개선 기대가 충분히 반영돼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하향 조정은 오는 8월 발표될 2025년 2분기 실적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UBS는 보고서에서 최근 소규모 인수(볼트-온 M&A) 효과와 독일 정부의 지연된 재정 부양책(Fiscal Stimulus) 수혜를 전망치에 반영했으나, 현 주가 수준에서는 밸류에이션이 “공정(fair) 범위”라고 평가했다.
UBS가 주목한 핵심 포인트
① E&M 인터내셔널 부문의 실행 리스크
빌핑거의 ‘E&M(Engineering & Maintenance) 인터내셔널’ 부문은 해외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확장에 크게 의존한다. UBS는 “해당 부문은 미국 내 법적 불확실성으로 안갯속”이라며 특히 2024년 10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갱웨이(gangway) 붕괴 사고를 언급했다. 이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고, 빌핑거의 미국 자회사 센테니얼(Centennial)이 피고로 지목돼 2025년 6월 소송이 제기됐다.
“빌핑거는 설계나 설치 책임이 없지만 피고 명단에 포함돼 있어 재무적 영향이 불투명하다. 이는 회사가 고위험 미국 프로젝트 사업에서 철수하려는 일정에도 변수를 줄 수 있다.” – UBS 보고서
② 수익성 확대에도 밸류에이션은 상단
UBS는 현재 경영진 아래에서 빌핑거의 조정 영업이익률(Adjusted EBITA Margin)이 2021년 약 3%에서 2024년 5% 이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2026년에는 6.4%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목표 밸류에이션 배수(EV/EBITA)를 기존 9.5배에서 10배로 상향했으나, 프랑스 동종 업체 스피(SPIE)의 12.1배에 비해서는 여전히 할인(디스카운트)을 적용했다.
③ 향후 3개년 실적 가이던스
EPS(주당순이익)는 2025년 5.43유로, 2026년 6.67유로, 2027년 7.04유로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자기자본 기준 잉여현금흐름 수익률(Equity FCF Yield)은 2026년 6.3%로, 스피의 6.7%보다는 낮지만 업계 평균을 상회할 전망이다. 순현금(Net Cash)도 2026년 2억1,500만 유로, 2027년 3억5,400만 유로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 시각: 밸류에이션 지표 해설
EV/EBITA 배수는 기업가치(EV)를 영업이익(EBITA)으로 나눈 값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반영해 ‘싼지 비싼지’ 판단할 때 활용된다. UBS가 목표 배수를 높였다는 것은 빌핑거의 질적 개선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동종 업체 대비 할인율을 유지한 것은 아직 소송·M&A 변수가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FCF Yield는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을 시가총액과 비교한 지표다. 6%대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확대 여력이 있다는 뜻이지만, 동업계 최고 수준은 아니므로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
시장 반응 및 향후 변수
빌핑거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 연초 대비 107% 급등해 다소 과열 논란이 있었다. UBS의 의견 변경이 단기 조정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독일 경기 부양책 본격화, 인플레이션 완화, 유럽 제조업 회복 등 거시 환경이 우호적으로 전개되면 실적 모멘텀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적 불확실성 해소, M&A 성과, 그리고 8월 실적 발표가 중기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촉매로 꼽힌다. 특히 2분기 실적에서 EBITA 마진 추세가 유지되는지, 미국 사업 축소 계획에 진전이 있는지가 핵심 체크 포인트다.
결론
UBS의 평가 절하에도 불구하고 빌핑거는 높은 현금창출력과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주가가 목표가를 상회한 상황에서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 완화 및 실적 서프라이즈가 필수적이다. 투자자라면 단기 변동성에 유의하면서, 8월 실적과 소송 진행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