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세계 최대 상장 광산업체인 BHP 그룹이 2025 회계연도에 철광석 및 석탄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기초(Underlying) 순이익이 2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가격 하락이라는 거대한 역풍 앞에서 실적 개선 효과가 희석된 셈이다.
2025년 8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HP는 2024년 7월 1일부터 2025년 6월 30일까지의 회계연도 실적을 집계한 결과 기초 귀속이익(Underlying attributable profit)이 전년 대비 26% 감소한 102억 달러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8% 줄어들어 51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철광석과 석탄 가격이 동반 약세를 보인 데 따른 결과로, 두 원자재는 전년도 호황 국면에서 기록했던 가격 대비 각각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배당 정책은 유지됐다. BHP는 주당 최종 배당금 0.60달러를 선언해 연간 총 배당금을 1.10달러로 맞췄다. 배당성향이 다소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주주 친화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구리와 철광석 ‘물량 드라이브’ 전략 가동
BHP는 가격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특히 구리는 2,000만 톤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그룹 전체 이익의 절반에 육박하는 기여도를 보였다. 칠레 에스콘디다(Escondida)와 호주 남부의 주요 광산이 생산 증대를 견인했다. 이러한 물량 증가는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큰 철광석·석탄 부문의 실적 공백을 상당 부분 메워 주었다.
철광석 부문 ‘비용 리더십’ 재확인
“서호주 철광석 사업부(WAIO)의 단위당 현금비용은 톤당 한 자릿수 달러대로 유지돼 업계 최저 수준을 고수했다.”
BHP 측 설명처럼, 낮은 비용 구조 덕분에 철광석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견조한 마진을 확보했다. WAIO는 Western Australia Iron Ore의 약칭으로, 서호주 필바라 지역에 위치한 대규모 광산 군(群)을 일컫는다.
석탄 가격 하락, 호주 동부 자산 부각
석탄 부문의 경우 뉴사우스웨일스 에너지석탄(NSWEC) 프로젝트와 퀸즐랜드의 메트콜(강점결탄) 자산이 중심이다. 2025 회계연도에는 메트콜의 국제 벤치마크 가격이 톤당 300달러 선에서 200달러대로 후퇴했고, 동기간 에너지석탄(발전용) 가격도 톤당 150달러대에서 110달러 안팎으로 빠졌다. 이에 따라 부문 수익성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BHP는 “중장기적으로 강점결탄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주요 재무 지표 및 현금 흐름
영업현금흐름(OCF)은 152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으나, 프리 캐시플로(FCF)는 93억 달러를 기록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BHP는 “탄탄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배당과 투자 모두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상품 가격 전망과 리스크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철광석·석탄 가격이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중국의 부동산 부양책, 신흥국 인프라 투자가 하방을 방어할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구리의 경우 전기차·신재생에너지 전환 수요가 구조적으로 가격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시각
HSBC의 원자재 애널리스트 제임스 쿠퍼는 “BHP는 비용 경쟁력에서 타 업체를 상당 폭 앞서고 있어, 가격 사이클 내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향후 12개월간 구리 가격이 톤당 8,000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실적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용어 풀이
WAIO는 Western Australia Iron Ore의 약자로, 서호주 필바라 지역에 위치한 BHP의 핵심 철광석 광산 클러스터를 가리킨다. 메트콜(Metallurgical coal)은 제철소에서 코크스로 사용되는 강점결탄을 말하며, 에너지석탄(Thermal coal)과 구분된다.
기자 코멘트
BHP의 이번 실적은 가격 하락기에도 물량 확대와 비용 절감으로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다만 중국 경기 회복세가 지연될 경우 철광석·석탄 가격이 더 압박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잠재적 리스크다. 구리 부문 호조가 계속되려면 글로벌 전기차·재생에너지 투자가 궤도에 올라야 한다. 원자재 시장의 명암이 교차하는 시기인 만큼 투자자들은 가격·물량·비용 3박자를 모두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