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P, 독자적 성장에 집중…Anglo·Teck 합병에 ‘깜짝 인수’ 나설 가능성 낮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 BHP가 경영진 교체 시기에도 불구하고 자사 구리 자산 확대에 전념하고 있어, 53억 달러(약 71조 원) 규모Anglo American–Teck Resources 합병 계획에 불시 인수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왔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와 인수·합병(M&A) 전문 은행가들은 BHP가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어 이번 초대형 거래에 끼어들 명분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런던 증시에 상장된 Anglo American캐나다의 Teck Resources는 전날 구리 중심의 글로벌 거대 기업을 신설하기 위해 합병을 발표했다. 이는 광산업계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거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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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P는 1년여 전 Anglo 인수를 위해 490억 달러를 제시했지만, 세 차례 거절당한 뒤 소규모 프로젝트에 투자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으로 선회했다. 이번에도 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BHP가 이미 ‘우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는 메시지를 던졌기에, Anglo나 Teck을 다시 노린다면 상당한 깜짝 행보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 시드니 Argo Investment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앤디 포스터

BHP는 지난 1년간 캐나다의 Lundin Mining과 함께 아르헨티나 Josemaria 광산 등 두 개 구리 프로젝트에 20억 달러를 들여 지분을 확보했고, 칠레의 세계 최대 구리 광산 Escondida 생산량 증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BHP 측은 이번 Anglo·Teck 합병을 저지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로이터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으나, 마이크 헨리 최고경영자(CEO)의 지난 8월 실적 발표 코멘트를 재차 언급했다.

“현재 시장 여건에서 우리가 선호하는 원자재, 선호하는 자산 품질, 적정한 가격이 동시에 맞아떨어지기는 쉽지 않다. M&A는 성장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 — BHP CEO 마이크 헨리

한편 Anglo는 호주 석탄 자산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주가가 견조하게 반등해 방어 논리를 강화했다. 4월 말 BHP의 공개매수 제안 이전 대비 20% 상승한 반면, BHP 주가는 8%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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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M&A 은행가는 “이번 거래는 본사를 캐나다로 이전하는 등 캐나다 정부의 선호 조건을 충족시킨 점이 돋보인다”며 “다른 메이저 광산사가 Teck을 사들이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2001년 BHP–Billiton 합병 때도 호주 정부는 지주회사의 본사를 호주에 두도록 조건을 달았다. 본사 위치는 광산업 M&A에서 종종 정책 리스크로 작용한다.

또 다른 변수는 경영 승계다. BHP는 3월 로스 매큐언 이사회 의장이 10년간 재임한 켄 매켄지의 뒤를 이었고, 헨리 CEO도 재임 5년을 넘겨 임기 말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규모 M&A 대신 리더십 전환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일부 은행가는 합병 절차가 12~18개월이 걸리는 만큼 BHP가 향후 상황을 지켜보다 ‘후발 주자’로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두 회사 모두 프리미엄 없는(nil premium) 조건으로 합병하기에, BHP 입장에선 다시 한 번 검토해 볼 만한 ‘가장 명확한 타깃’이다.” —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한 M&A 은행가

Nil premium deal은 인수 대상 기업 주가에 추가 프리미엄을 얹지 않고 동등 가치로 합병하는 방식을 뜻한다. 일반적 인수·합병이 평균 20~30%의 프리미엄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주주 반발이 적지만 협상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BHP가 장기적으로 에너지 전환 핵심 광물 수급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Anglo·Teck이 결합해 만든 구리 자산 포트폴리오는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나, BHP는 이미 Escondida와 새로운 남미 프로젝트로 전략적 균형을 맞추고 있다. 향후 구리 가격이 급등하거나 합병 절차가 난항을 겪을 경우 BHP가 전략적 옵션을 다시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편집자 주: 본 단락은 데이터 기반 시장 전망에 따른 기자의 전문적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