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P·룬딘, 아르헨티나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 제도(RIGI)’ 신청 임박…다른 광산업체들 “혜택 놓칠라” 우려

【산후안·아르헨티나】 세계 1위 광산회사 BHP(호주)와 캐나다 중견업체 룬딘 마이닝(Lundin Mining)이 공동 개발 중인 ‘비쿠냐(Vicuna) 구리 단지’가 아르헨티나 정부의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 제도(RIGI)를 곧 신청하기로 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제도는 자본 통제가 엄격한 아르헨티나 경제에서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도입한 것으로, 2억 달러 이상 투자 프로젝트에 15년간 법인세·수출세 감면국제중재 법정 이용 권리 등을 제공한다. 제도는 2026년 7월까지 유효하며 최대 1년 연장될 수 있다.

루실라 시갈 기자가 ‘아르헨티나 구리 2025(Argentina Copper 2025)’ 컨퍼런스 현장에서 전한 바에 따르면, 비쿠냐 프로젝트 총괄 호세 모레아(Jose Morea) 전무는 “투자 예상 규모를 내년 초 공식 발표한 뒤 ‘단기간(short term)’ 안에 RIGI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발표한 알데바란 리소시스(Aldebaran Resources)의 ‘알타(Altar)’ 프로젝트 등 다른 구리 탐사 사업들은 아직 예비 경제성 평가(PEA) 단계에도 미치지 못해, RIGI 마감 시한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알타 프로젝트의 아르헨티나 책임자 하비에르 로베르토(Javier Roberto)는 “예상대로 9월에 PEA를 제출하더라도, 연장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2027년 6월 이전에 투자 집행을 완료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현재까지 RIGI 승인을 받은 광산 프로젝트는 2건(리튬)뿐이며, 구리 부문에서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 맥이웬 마이닝(McEwen Mining)의 ‘로스 아술레스(Los Azules)’가 유일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초기 단계 프로젝트일수록 제도 혜택을 아예 누리지 못한 채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투자 불확실성을 키우는 또 다른 변수로는 2010년 제정된 ‘빙하 보호법(Glacier Preservation Law)’이 지목된다. 로베르토는 “

법 해석 여지가 너무 넓어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부터 보존 구역인지 명확하지 않다. 정부 차원의 구체적 시행령이 시급하다

”고 강조했다.

• 용어 해설: RIGI

Regimen de Incentivo para Grandes Inversiones의 스페인어 약자로, 직역하면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 체계’다. 2억 달러 이상 신규 투자에 대해 관세·세무·환전·법률 리스크를 최소 15년간 완화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외화 송금 제한이 심한 아르헨티나에서 달러화 매출을 해외 본사로 이전할 수 있다는 점이 글로벌 자본의 관심을 끈다.

• 기자 시각

세계 전기차(EV)·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구리는 ‘그린 메탈’로서 전략광물로 부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칠레·페루에 이어 잠재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정치적 리스크와 자본 통제 때문에 투자가 지연돼 왔다. 이번 RIGI가 ‘규제 예측 가능성’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지만, 제도 적용 기간이 짧아 비쿠냐·로스 아줄레스처럼 이미 탐사 단계를 넘어선 소수 프로젝트만 수혜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연장 여부를 조기에 확정하지 않는다면 잠재적 파이프라인이 끊기는 ‘정책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향후 변수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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