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최대 증류주 기업 Becle(베클레)가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급증하는 이례적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동시에 주력 시장인 북미에서의 판매량 감소라는 이중적 모습을 드러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ecle은 2분기 순이익 20억 페소(약 1억 666만 달러)를 달성해 LSEG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18억 페소)를 크게 상회했다. 매출액은 115억 페소로 2.8% 늘었지만, 예상치(117억 페소)에는 미달했다.1
이번 호실적의 핵심 요인은 557억 페소 규모의 외환차익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변동성 높고 경쟁이 심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는 1년 전 13억 페소 이상의 순금융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 결과다. 멕시코 페소가 6월 말까지 12개월간 미 달러 대비 약 2.6%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 시장에서 거둔 달러 매출이 환산 과정에서 이익을 키웠다.
매출 구성과 지역별 판매 동향
Becle은 대표 브랜드인 호세 쿠에르보(Jose Cuervo)를 포함한 테킬라·메즈칼·위스키·럼·진 등 다양한 증류주를 생산한다. 전체 순매출의 약 60%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발생하지만, 올 2분기 북미 물량은 전년 대비 7% 감소했다. 반면 멕시코 내 판매량은 7%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방어했다. 기타 지역(유럽·아시아·남미 등)은 11% 역신장해 글로벌 소비 심리 둔화를 반영했다.
회사 측은 북미 부진의 요인으로 캐나다 리테일러들이 미국산 물량을 축소 주문한 점과 해외 시장의 과잉 재고를 지목했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졌으며, 재고 정상화를 위해 출하량(shipments)과 실제 소매점 출고량(depletions)의 균형을 맞추려는 전략을 강조했다.2
외환 효과·무역 변수·정책 리스크
이번 분기 외환차익은 멕시코 페소 약세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페소 약세는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식음료·주류 업종에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Santander 애널리스트들은 별도 보고서에서 “예상을 웃도는 수익성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25일 예정된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북미 수요 회복 전망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국은 8월 1일부터 멕시코산 일부 품목에 대한 신규 관세를 검토한다고 밝혔으나, 미·멕·캐 무역협정(USMCA) 대상 품목인 테킬라는 예외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은 최근 인터뷰에서 “USMCA 품목은 관세 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증류주협회(US Distilled Spirits Council)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한 해 53억 달러어치 테킬라를 수입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위스키·진·럼·브랜디·보드카의 수입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원산지 명칭 보호’의 힘
테킬라와 메즈칼은 프랑스 샴페인, 이탈리아 파르미지아노 치즈처럼 원산지 명칭 보호(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를 받는다. 이는 ‘테킬라’ 또는 ‘메즈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멕시코 특정 지역에서 생산돼야 함을 의미한다. 덕분에 멕시코 생산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와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고 있다.
전문가 통찰: 장기 전략과 투자 포인트
1) 환율 변동성: 멕시코 중앙은행의 금리 기조와 글로벌 달러 흐름에 따라 환차익 효과는 변동 가능성이 높다. 페소 강세 국면 전환 시 실적 압박이 예상되므로, 헤지(hedge) 전략과 가격 전가 능력이 관건이다.
2) 수요 사이클: 2021~2023년 팬데믹 이후 보복적 소비와 홈 칵테일 붐으로 고성장한 테킬라 수요는 정상화 국면에 진입했다.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 출시와 고객층 다변화가 요구된다.
3) 정책·관세 리스크: 단기적으로 USMCA 보호 범위가 유지되겠지만, 정치·통상 변수가 늘 존재한다. 글로벌 주류사들이 ESG·건강 트렌드에 대응해 저도주·무알코올 제품 라인을 강화하는 것과 달리, 전통 증류주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는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4) 경쟁 환경: 다국적 주류기업(디아지오·페르노리카·브라운포먼)들이 테킬라시장 공략을 확대 중이다. 특히 할리우드 셀럽 브랜드의 합류로 마케팅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Becle의 유산(heritage)·규모의 경제·공급망 통제력도 시험대에 오른다.
주석
1 2025년 6월 30일 기준 환율 1달러=18.7654페소 적용.
2 Depletions는 유통·소매 단계에서 실제로 소비자에게 팔린 주류 수량을 의미하며, 제조사 출하량(shipments)과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