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VA, 스페인 정부 조건 따라 사바델 인수 재검토

BBVA(Banco Bilbao Vizcaya Argentaria)가 Banco Sabadell 인수안을 놓고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내건 조건과 사바델 주주들이 영국 사업 매각을 승인한 사실이 결합돼, 거래의 재무적 이익이 변동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BVA는 1년 가까이 이어진 사바델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스페인 당국과 사바델 경영진의 반대에 직면해 왔다. 이번 기사에서 BBVA는 정부가 제시한 조건이 합병 시너지 실현 시점을 지연시킬 것이며, 이에 따라 주주 가치를 어떻게 극대화할지 재평가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스페인 정부는 6월에 두 은행이 최소 3년 동안 법적·조직적 독립성을 유지해야만 인수를 승인하겠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는 합병 직후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지점 통합, IT 시스템 통합 및 인력 구조조정 등 ‘시너지 창출’ 과정을 원천적으로 지연시키는 조치다. BBVA는 문서에서 “정부 조건이 종료된 뒤에야 비로소 전면적인 통합 절차가 가능하다”면서, 해당 조건이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늦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병 시너지와 운영 통합의 난제

BBVA는 스페인 증권시장 감독당국(Comisión Nacional del Mercado de Valores·CNMV)에 제출한 자료에서, 정부 조건이 해제된 뒤에도 운영 통합이

“특히 어렵고 복잡할 수 있으며, 경영진의 시간·관심·자원을 상당히 소모할 우려가 있다”

고 명시했다. 또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거나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운영 통합’은 두 은행의 지점망, 인력, 전산 시스템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절차를 통해 중복 비용을 절감하고, 대출 및 예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얻는다. 그러나 정부 조건 때문에 시너지가 즉각적으로 실현되지 못하면, 거래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주 승인과 규제 변수

사바델 주주들은 이미 영국 자회사인 TSB Bank를 매각하는 안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합병 이후 TSB 매각 대금이 사바델 측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쓰일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BBVA에 어떤 재무 효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한편, 스페인 재무부·경제부가 제시한 ‘3년 분리 경영’ 조건은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 즉, 대형은행 간 합병으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가 일시에 현실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BBVA는 “거래 완료 후에도 두 은행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면, 임직원·지점·브랜드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가 계획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은행 측은 여전히 “장기적으로는 양사 주주 모두에게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단기 지표에서는 합병 프리미엄을 상쇄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용어 해설 및 독자 가이드

시너지(Synergy): 두 기업이 합쳐졌을 때 단순 합계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효과를 말한다. 예를 들어 지점·인력·IT 시스템을 통합해 운영비를 줄이고, 고객 기반을 확대해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운영 통합(Operational Integration): 인수·합병 이후 실제로 조직, 시스템, 문화 등을 하나로 묶는 과정을 뜻한다. 이는 성공적인 M&A의 핵심 단계이며, 실패할 경우 비용 증가나 조직 충돌 등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페인 금융 규제: 스페인 정부와 CNMV는 국내 금융 안정성을 위해 대형은행 간 인수합병 시 엄격한 조건을 부과한다. 특히 여러 해에 걸쳐 분리 운영을 의무화해 단기간 내 대규모 구조조정을 못 하게 하는 사례가 잦다.


향후 관전 포인트

BBVA가 이르면 2026년 이후 스페인 정부의 조건이 종료되자마자 본격적인 통합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시점까지 세계 경제·금융시장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사바델 내부 인력 및 시스템의 이질성이 크다는 점에서 통합 준비 작업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인수의 성패는 시간의 싸움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참여자들은 BBVA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합 비용을 관리하고, 규제 리스크를 완화해 나갈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