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로이터) — 영국 공영방송 BBC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하겠다고 예고한 명예훼손 소송에 대해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다. BBC 이사회 의장 사미르 샤(Samir Shah)는 월요일 성명에서, BBC가 트럼프의 연설 일부를 편집한 건을 두고 명예훼손의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다.
2025년 11월 17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자신이 이번 주 안에 BBC를 상대로 최대 50억 달러(미화) 규모의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다. 해당 편집은 2021년 1월 6일 그의 지지자들이 미 의사당을 습격하던 날의 연설을 서로 다른 대목에서 발췌해 이어붙인 것으로, 그 결과 트럼프가 폭력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인상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었다다.
BBC는 앞서 목요일 사미르 샤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집에 대한 사과 서한을 보냈다고 확인했지만, 동시에 명예훼손 소송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하게 재차 표명했다다. BBC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해당 주장을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다.
샤: “BBC의 입장 변함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기자들과 만나
“소송 금액은 1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 사이가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다.
샤 의장은 월요일 BBC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법적 대응 가능성 및 비용, 합의 여부 등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돌고 있음을 언급했다다. 그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다.
“우리의 재원 구조와 수신료 제도의 특성, 그리고 영국 국민인 수신료 납부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 명예훼손 소송의 근거는 없으며, 우리는 이에 맞서 싸울 것이다.”
문제가 된 다큐멘터리는 제3의 외부 제작사가 제작해 2024년 11월 미국 대선 이전 영국에서 방송됐다다. 방송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국회의사당(Capitol)까지 걸어 내려갈 것이고”
라고 말하는 장면과, 또 다른 대목에서 발췌한
“우리는 지옥처럼 싸운다(fight like hell)”
는 발언이 함께 제시됐다다. 그러나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지지자들에게
“우리의 용감한 상원의원들과 하원의원들을 응원(cheer on)하자”
고 말한 부분도 있었다다.
이 같은 편집 사실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유출된 BBC 내부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공개됐다다. 해당 보고서는 독립 자문가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다.
보고서에는 BBC 뉴스 전반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비판도 담겼다다. 구체적으로 BBC 아랍어 서비스의 반(反)이스라엘 편향 의혹, 그리고 트랜스젠더 이슈 보도에서의 균형성 부족 등이 지적됐다다. 이 사안은 팀 데이비(Tim Davie) BBC 사무총장과 데버러 터니스(Deborah Turness) 뉴스 총괄의 사임으로 이어졌다다.
미국 내 미방영 쟁점
로이터가 확인한 서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해당 편집으로 인해 대통령이 압도적인 평판 및 재정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다.
트럼프 측은 소송 제기 장소로 영국이 아닌 플로리다를 택하겠다고 밝혔다다. 영국에서는 명예훼손 소송 제기 시효가 1년이어서 이미 기간이 도과했다는 이유에서다다.
법률 전문가들은 미국 헌법의 표현의 자유 보호 장치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더 높은 법적 기준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다.
BBC는 해당 프로그램이 미국 내에서 방송되지 않았고, BBC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미국 지역에서 시청할 수 없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다. 따라서 플로리다 유권자들이 이 방송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 핵심 반론이 될 전망이다다.
아울러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들어 평판 피해 주장을 다투고, 해당 편집이 악의(malice)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주장할 것으로 광범위하게 예상되고 있다다.
핵심 의미와 쟁점 정리
이번 사안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다. 첫째, 법적 근거의 존부다. BBC는 명예훼손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있다다. 둘째, 관할과 시청 가능성이다다.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방송·스트리밍되지 않았다는 BBC의 주장은 플로리다 법원에서 관할성 및 인과관계를 다투는 핵심 논거가 될 수 있다다. 셋째, 손해의 입증이다다. 트럼프 측이 주장하는 10억~50억 달러의 막대한 손해액은, 실제 피해 발생과 그 규모에 대한 정밀한 증명을 요구받게 된다다.
특히 공직자·공적 인물이 제기하는 명예훼손 소송은 미국에서 매우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다. 통상적으로, 원고가 피고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또는 진실을 무시하는 중대한 과실로 발언했다는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다다*. 이 기준은 언론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안전장치로, 공적 사안에 대한 보도에서 언론의 폭넓은 재량을 인정한다는 측면이 있다다.
*‘실질적 악의’는 미국 명예훼손법에서 공적 인물이 피고 언론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요구되는 핵심 요건으로, 피고가 진실 여부를 알았거나 무모하게 무시했다는 점에 대한 원고의 입증 책임을 뜻한다다.
배경 설명: 용어와 맥락
– 수신료 납부자: 영국의 BBC는 텔레비전 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운영된다다. 사미르 샤 의장이 “수신료 납부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공영방송의 재정과 공적 책임을 의식한 표현이다다.
– 데일리 텔레그래프: 영국의 유력 일간지로, 이번 사안에서는 유출된 BBC 내부 보고서를 공개해 논란을 촉발했다다. 이 보고서는 독립 자문가가 작성했으며, BBC 아랍어 서비스의 편파성 논란과 트랜스젠더 관련 보도 균형 문제 등을 지적했다다.
– 편집과 맥락: 방송 편집은 뉴스·다큐 제작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지만, 서로 다른 문맥의 발언을 결합할 경우 의도치 않은 의미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다. 이번 사건의 핵심도 바로 편집으로 인한 인상 형성과, 그 인상이 법적으로 보호되는 의견·표현의 범주를 벗어나는지에 대한 판단이다다.
전문가 시각: 예상되는 법정 공방 포인트
첫째, 관할과 게시성(publication) 다툼이 불가피하다다. BBC가 프로그램을 미국에서 방송하지 않았고 이용 가능하지도 않았다고 항변하는 경우, 플로리다 법원은 해당 주 구성원에게 어떠한 ‘게시’가 있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접근 가능성이 곧바로 관할과 손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이미 여러 판례에서 쟁점이 되어 왔다다.
둘째, 손해액의 입증 가능성이다다. 10억~50억 달러 규모의 청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피해에 대한 정교한 산정 근거를 요구한다다. 게다가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 사실은 피고 측이 평판·재정적 피해 인과관계를 반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요소로 보인다다.
셋째, 악의(malice) 유무가 핵심이다다. BBC 측이 편집 과정에서 의도적 왜곡을 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공적 인물을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 판단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다. 반대로, 특정 맥락을 제거함으로써 본래 발언의 의미가 중대하게 변형되었고, 그 위험을 피고가 인지했거나 무모하게 무시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면, 원고 측 논거가 강화될 수 있다다.
전망
현재까지 BBC는 사과의 뜻을 표명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부인하는 ‘유감 표명 + 책임 부정’의 이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다. 이는 잠재적 소송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공영방송으로서의 편집 독립성과 신뢰를 지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다. 트럼프 측이 예고한 대로 플로리다에서 소송이 제기될 경우, 관할·게시성·실질적 악의·손해액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다. 본 사안은 표현의 자유와 명예 보호라는 두 헌법적 가치의 경계가 국경(영국·미국)과 플랫폼(방송·스트리밍)을 넘어 어떻게 그려지는지 가늠하게 하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