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 상반기 실적 기대치 상회…미국 사업 3년 만에 성장세 전환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가 2025년 상반기 실적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미국 사업 부문의 반등을 확인했다. 이는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기록한 성장세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AT는 조정 희석주당순이익(EPS)이 162펜스를 기록해 전년 동기의 159.4펜스와 시장 컨센서스 154.8펜스를 모두 넘어섰다.

BAT의 미국 매출(전체의 약 44%)은 고정환율 기준 3.7% 증가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제조해 온 Vuse 전자담배 기기가 19% 관세를 적용받게 됐음에도, 회사 측은 사전에 재고를 앞당겨 들여오는 방식으로 단기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타데우 마로쿠 최고경영자(CEO)는 미디어 콜에서 “관세분의 상당 부분을 이익률로 흡수할 방침”이라며 “미국 내에서 제조되는 액상(liquid) 비중이 더 큰 만큼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부에서는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현행 미국 관세 수준으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규제되지 않은 일회용 전자담배(주로 중국산)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관세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BAT에 따르면 이러한 단속으로 미국행 전자담배 관련 선적량이 40% 감소했으나, 아직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BAT는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이 자사 가이던스의 상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런던 증시에서 BAT 주가는 오전 늦게 2% 상승했다.

니코틴 파우치 ‘Velo’와 신제품군(new category) 매출은 3.9% 증가했다. 특히 ‘Velo Plus’는 미국 니코틴 파우치 시장 가치 기준 2위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담배 판매 감소로 인해 BAT·필립모리스·임페리얼 브랜즈·알트리아 등 글로벌 업체들은 전자담배·가열담배·니코틴 파우치 등 무연(無煙) 제품군에서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CEO는 “포장재 등에서도 관세 인상분이 일부 발생하겠지만, 이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성장은 단순한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미국 시장 전략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 타데우 마로쿠 CEO


용어 설명

니코틴 파우치(Nicotine Pouch)는 스웨덴 스누스에서 발전한 형태로, 담배 잎 없이 식물성 섬유에 니코틴을 함침한 포우치 제품을 말한다. 사용자는 입 안에 파우치를 넣어 니코틴을 흡수하므로 연소 과정이 없으며 담배 냄새도 발생하지 않는다.

가열담배(Heated Tobacco)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담배 잎을 가열해 연소가 아닌 증기를 생성한다. 일반 담배 대비 유해 물질 발생이 적다고 알려졌으나, 규제 수준은 국가마다 차이가 크다.


전문가 분석

기자 시각으로 볼 때, BAT가 관세 충격에도 이익 방어에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공급망 유연성이 있다. 다만 미국의 규제·관세 정책이 향후 추가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BAT의 마진 관리 전략이 장기적으로 유지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한 무연 제품군 확장은 경쟁사와의 기술·마케팅 ‘총력전’을 예고해, 해당 시장의 가격 인하 압박과 규제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