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인터내셔널, 2분기 신규 수주 4% 감소…혼조세 속 실적은 ‘선방’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인터내셔널(ASM International)이 2025년 2분기 신규 수주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시장 수요가 부문별로 엇갈리면서 선단 공정(advanced logic/foundry) 중심의 주문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ASM인터내셔널의 2분기 신규 주문액은 7억 0,250만 유로(고정 환율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0% 감소한 수치다. 회사는 “분기별 주문 흐름이 고르지 않은(lumpy) 특성과 2024년 2분기에 비해 메모리 부문 기여도가 높았던 기저효과”가 전년 대비 감소의 주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lumpy’라는 표현은 분기마다 주문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불규칙한 주문 패턴을 의미한다. 반도체 장비 산업은 고객사의 대규모 투자 집행 시점이 집중되는 특성이 있어, 한두 분기 동안 주문이 집중된 뒤 다음 분기에 급감하는 패턴이 자주 나타난다.


“2분기에도 시장 환경은 혼조세를 보였다.”

ASM인터내셔널 CEO 히셈 엠사드(Hichem M’Saad)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AI(인공지능) 수요가 선단 로직·파운드리, 그리고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투자를 견인했지만, 그 외 세그먼트는 여전히 부진했다”고 부연했다.

수주가 줄었음에도 매출은 8억 3,560만 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하며 회사 가이던스를 웃돌았다. 매출 구성을 보면 파운드리 부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메모리로직이 뒤를 이었다. 특히 중국 고객사들의 수요가 예상보다 높아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2분기 총이익률(매출총이익률)은 51.8%로 1분기 53.4%보다는 낮았지만, 1년 전 49.8%와 비교하면 개선됐다. 영업이익은 2억 5,850만 유로, 조정 기준 순이익은 1억 7,300만 유로로 집계됐다.

또한 회사는 ASMPT 지분 재평가 과정에서 과거 손상차손을 3,400만 유로 환입했다. 손상차손(impairment)은 자산 가치가 장부가보다 낮아졌을 때 발생하며, 시장 가치가 회복되면 환입(reversal)돼 실적 개선 효과를 낸다.


■ 3분기·연간 가이던스

ASM인터내셔널은 3분기 매출이 2분기 수준과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투빌(book-to-bill) 비율’은 1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투빌 비율은 특정 기간 수주(북) 금액을 매출(빌)로 나눈 값으로, 1 이상이면 수주가 매출보다 많아 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연간 기준으로는 기존에 제시했던 10~20% 매출 성장 가이던스의 중간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나노미터(2 nm) GAA(Gate-All-Around) 공정용 장비 공급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중국 장비 매출은 이전 전망 범위의 상단에 이를 것으로 보지만, 하반기 중국향 신규 주문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 ASM인터내셔널은 어떤 회사인가?

ASM인터내셔널은 원자층 증착(ALD)과 에피택시(epitaxy) 장비 분야에서 기술 리더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소자의 미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정밀 박막을 원자 단위로 적층할 수 있는 ALD 공정 장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2nm 이하 선폭에서는 GAA 트랜지스터 구조가 도입돼, 박막 품질과 균일성이 공정 수율을 좌우한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은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적층해 대역폭을 대폭 확대한 차세대 D램 기술이다. AI·고성능 컴퓨팅(HPC)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필수적이어서, 관련 장비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 시각에서 볼 때, 기존 노드 대비 더욱 복잡해진 공정을 지원해야 하는 2nm GAA 전환은 ASM인터내셔널처럼 표면·박막 공정에 강점을 가진 업체들의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글로벌 설비 투자 사이클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지정학적 변수로 중국향 수출 통제가 강화될 경우 매출 성장세가 제약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선단 공정 고객이 2nm 이하 로드맵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장비 공급사 간 공급 우위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진단하며, ASM인터내셔널이 ALD·Epi 전문성을 앞세워 ‘필수 공정 솔루션’ 지위를 굳힐지 여부가 향후 주가 방향을 가를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북투빌 비율이 단기적으로 1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AI·HPC 성장, 2nm GAA 양산, HBM 채택 확대라는 구조적 추세가 이어지는 한 중장기 성장 스토리는 유효하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