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Z 새 CEO 누누 마토스, 대규모 정리해고·배당 축소 가능성…투자자들 단기적 고통 대비

호주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ANZ그룹(ANZ Group Holdings Ltd.)이 새 수장으로 누누 마토스(Nuno Matos)를 임명한 후 첫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그의 과감한 결단을 지지하면서도 단기적인 충격을 각오하고 있다. 특히 배당 축소자사주 매입 취소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9월 16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시드니발 로이터 통신 기사를 인용해 ANZ가 직원 3,500명 감원5억6,000만 호주달러(약 3억7,324만 달러)의 일회성 비용을 수반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동시에 금융규제기관인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에 2억4,000만 호주달러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하며 ‘부도덕한(unconscionable) 국채 거래’ 등 시스템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결정은 마토스 CEO가 5월 장기 재임했던 셰인 엘리엇(Shayne Elliott) 전임 CEO로부터 지휘권을 넘겨받은 이후 ‘부실 청산(clear the decks)’과 리스크 통제 강화에 방점을 찍은 첫 조치다. 펀드매니저들은 “전임 경영진과 달리 과거 문제에 연루되지 않은 새 CEO가 신속하게 대수술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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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채권 거래 관련 문제는 마토스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사안이다. 그는 과거의 짐을 지지 않고서도 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 — 휴 다이브(Atlas Funds Management 최고투자책임자)

ANZ 주가는 지난 1년간 5.7% 상승에 그쳤다. 반면 경쟁사인 커먼웰스은행(CBA)은 18.1%, 웨스트팩(Westpac)은 18.1%,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NAB)은 12.7% 상승했다. 주가수익비율(PER) 측면에서도 ANZ는 ‘빅4’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어 가치 회복이 시급하다.

단기적 ‘고통’ 예고…배당·자사주 매입 축소 가능성

투자기관 화이트필드(Whitefield)의 앵거스 글러스키 대표는 오는 10월 13일 예정된 ANZ 전략 설명회(Strategy Day)에서 배당금 인하가 발표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투자은행 UBS는 “2025 회계연도 배당이 최대 25% 삭감될 수 있다”고 전망하며, 현재 5.7% 수준인 배당수익률이 웨스트팩·NAB 수준인 약 4.5%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에서는 2024년 5월 발표된 20억 호주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가운데 잔여분 8억3,200만 호주달러가 자본 보존을 위해 취소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ANZ 측은 자본 배분 방안에 대한 로이터의 질의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

‘허니문 기간’ 없는 새 CEO

K2애셋매니지먼트(K2 Asset Management) 조지 부보라스(George Boubouras) 대표는 “ANZ의 변화를 갈망하는 투자자들은 마토스에게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ANZ의 순이자마진(NIM)이 빅4 가운데 최저인 1.56%에 머문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순이자마진이 계속 축소되면 은행은 사실상 공공요금 사업자(utility)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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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설명
순이자마진(NIM)은 은행이 대출 이자에서 예금 이자를 제외한 뒤, 운용 자산 총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간단히 말해 ‘예대마진’의 수익성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은행의 핵심 영업 경쟁력이 탄탄함을 뜻한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다.” — 누누 마토스, ANZ 최고경영자(9월 16일)

마토스 CEO는 규제위반 벌금이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을 강조하며 내부 통제 강화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동시에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장기 성장 로드맵을 분명히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솔라리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Solaris Investment Management)의 마이클 벨(Michael Bell) 최고투자책임자는 “마토스는 주주들이 원하는 ‘변화 촉진자(change agent)’이지만, 5년 이후의 청사진까지 갖추었는지는 두고 볼 문제”라고 평가했다.

*환율: 1달러=1.5004 호주달러(기사 작성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