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idia)가 독주하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칩 시장에서 AMD(Advanced Micro Devices)가 가파른 주가 반등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AMD 주가는 81% 급등하며 2024년 부진을 만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엔비디아는 이미 고점을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2025년 7월 2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AMD의 데이터센터 매출 추이를 향후 주가의 핵심 촉매로 지목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미래 실적 추정치 기준(Forward P/E) 39배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실제 수익 성장 속도에서 우위에 서는 쪽이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네트워킹을 망라한 ‘AI 공장’ 풀스택을 제공하며 연구기관과 클라우드 사업자의 최우선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2024년 기준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한 1,310억 달러를 돌파한 반면, AMD는 139억 달러로 84% 성장에 그쳤다. 그러나 AMD의 MI300 시리즈 GPU가 출시되면서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성장률이 운명을 가른다
AMD는 AI 가속기 시장 규모가 2028년에는 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연평균 60%가 넘는 성장세다. 특히 ‘추론(Inference)’ 단계가 본격화되면서 실시간 데이터 처리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AI 학습(Training)이 고성능 GPU를 필요로 한다면, 추론은 전력 효율과 비용 대비 성능을 극대화한 솔루션이 승부처가 된다”1
용어 풀이: AI 추론·FPGA·DPU란?
AI 추론(Inference)은 학습을 마친 모델이 새로운 데이터를 입력받아 즉각적으로 예측·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말한다. 데이터센터 운영자는 이 추론 단계에서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고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칩을 선호한다.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는 사용자가 목적에 맞게 회로 구성을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반도체로, 네트워크 보안·유전체 분석처럼 특정 연산이 반복되는 워크로드에 강점을 보인다.
DPU(Data Processing Unit)는 네트워크 패킷 처리, 보안, 스토리지 압축 같은 입출력(I/O) 집약적 작업을 CPU·GPU 대신 전담함으로써 시스템 자원을 효율화하는 차세대 프로세서다.
AMD의 다각화 전략
AMD는 2022년 자일링스(Xilinx)를 인수해 업계 최고 수준의 FPGA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이어 같은 해 펜산도 시스템즈(Pensando Systems)를 인수해 DPU 라인업을 넓혔고, 2024년에는 ZT 시스템즈를 편입해 1,200명 규모의 엔지니어링 인력을 추가했다. 이러한 ‘원스톱 데이터센터 솔루션’ 구축은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 맞설 AMD만의 차별화 카드로 평가된다.
대표 고객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자사의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AMD FPGA를 대규모로 활용하고 있으며, 추후 MI300 GPU와 DPU 조합을 통해 비용·성능 최적화를 모색 중이다.
실적 전망 및 주가 리스크
팩트셋(FactSet) 컨센서스 기준 애널리스트들은 AMD의 2027년 매출을 440억 달러, 주당순이익(EPS)을 7.12달러로 예상한다. 이는 연평균 30% 성장을 의미하며, 동기간 엔비디아의 29%와 유사한 수준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AMD가 현재 동종업계 대비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레버리지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이 AMD 대비 10배 규모라는 점은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AMD가 점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현 주가수준을 반영하는 39배 P/E는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전문가 의견
본지 취재진이 접촉한 뉴욕 월가의 한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대형 고객사와 견고한 생태계를 구축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도한 단일 공급망 의존에 따른 ‘세컨드소스’ 수요가 분명 존재한다”면서 “AMD가 FPGA·DPU·GPU를 통합한 비용 효율형 패키지를 제시할 경우, 2026~2027년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캡스톤(capex) 집행에서 의미 있는 수주를 따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결론: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투자자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체크포인트는 분기 실적 발표 시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성장률과 마진 개선폭이다. 두 지표가 컨센서스를 상회하면 AMD 주가는 재차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여지가 크다. 반대로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현재 주가에 반영된 프리미엄은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
결국 ‘엔비디아 대안’이라는 스토리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실제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증명이 필요한 시점이며, 2025~2026년 클라우드·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계획이 향후 3년간 AMD 주가를 좌우할 것이다.
1자료: AMD 내부 추정 및 업계 컨퍼런스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