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샌프란시스코발 보도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성장 단계 전용 벤처펀드인 CapitalG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Nvidia)가 인공지능(AI) 인프라 전문기업 배스트 데이터(Vast Data)의 신규 자금 조달 라운드에 참여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펀딩 라운드는 배스트 데이터의 기업가치를 최대 300억 달러(약 39조4,000억 원)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은 “이번 라운드는 대형 테크 기업,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등 다각적인 투자자를 포함해 수십억 달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CapitalG와 기존 투자자 엔비디아는 몇 주 내 마무리될 수 있는 해당 라운드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두 소식통 모두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했다.
배스트 데이터는 어떤 회사인가
뉴욕에 본사를 둔 배스트 데이터는 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겨냥해 특화 설계된 플래시 스토리지 아키텍처를 제공한다. 이는 엔비디아 등 주요 업체의 GPU 간 고속·고효율 데이터 이동을 가능하게 해, 대규모 AI 모델 학습 및 추론 작업의 병목 현상을 최소화한다.
회사의 고객사에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와 AI 클라우드 인프라 스타트업 코어위브(CoreWeave) 등이 포함돼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애널리스트들은 “AI 공급망에서 배스트 데이터의 핵심 위치가 잠재적 인수 대상으로서의 매력을 더욱 높인다”고 평가한다.
엔비디아는 “논평을 거부”했고, 배스트 데이터와 CapitalG 역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테크 관련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가 배스트 데이터의 자금 조달 추진 사실을 먼저 보도했으나, 최대 300억 달러라는 평가액과 CapitalG·엔비디아의 참여 가능성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견실한 재무 구조
레넨 할락(Renen Halak) 배스트 데이터 최고경영자(CEO)는 이전 인터뷰에서 “당사는 이미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양(+)의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배스트 데이터는 2025년 1월 기준 연간 반복 매출(ARR) 2억 달러를 달성했으며, 내년 ARR 6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배스트 데이터가 지금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약 3억8,000만 달러다. 2023년 실시한 직전 라운드에서는 기업가치가 91억 달러로 책정됐는데, 불과 2년 만에 최대 3배 이상의 밸류에이션 도약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IPO 가능성
회사 측은 “적절한 시점에 기업공개(IPO)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복수의 금융권 인사는 “당장 상장 계획이 구체화된 것은 아니나, 데이터 인프라 부문의 유망주로서 증시 입성이 유력하다”고 평가한다.
배스트 데이터는 지난해 첫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에이미 샤페로(Amy Shapero)를 영입했다. 샤페로 CFO는 캐나다 전자상거래 기업 쇼피파이(Shopify)에서 동일 직책을 수행한 경험이 있어, 업계에서는 이를 IPO 대비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엔비디아의 M&A 전략과 시너지
AI 시장 확대와 함께 데이터센터 인프라 통합을 겨냥한 인수·합병(M&A)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2020년 네트워킹 칩·케이블 제조사 멜라녹스(Mellanox)를 인수해 최신 블랙웰(Blackwell) 칩 기반 통합 시스템을 마련했으며, 최근에는 AI 하드웨어 최적화 소프트웨어 업체 Run:ai를 사들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배스트 데이터의 성숙한 스토리지 기술이 엔비디아의 AI 생태계 확장 전략과 맞아떨어진다”며 “단순 지분투자를 넘어 전략적 제휴 또는 향후 M&A까지도 시나리오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기술적 경쟁 우위
배스트 데이터의 스토리지 구조는 플래시 메모리 기반 하드웨어와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형태다. 회사 측은 “그래픽처리장치 클러스터를 구축할 때 시스템 전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같은 영역을 공략하는 Weka, DDN 등 경쟁사도 존재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배스트 데이터가 제품 완성도 측면에서 한발 앞서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 8월 1일 정규장 마감 기준, 엔비디아 주가는 2.3% 하락했고 알파벳 A주(GOOGL)는 1.4% 내렸다.
용어 설명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대규모 병렬 계산에 특화된 칩으로, AI 모델 학습·추론의 핵심 장비다. ARR(Annual Recurring Revenue)은 구독형·라이선스형 비즈니스에서 매년 반복 발생하는 매출총액을 나타내,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자본적 지출을 차감한 값으로, 기업이 배당·자사주 매입·부채상환 등에 활용 가능한 현금 여력을 의미한다. 또한 플래시 스토리지는 기계식 하드디스크 대신 반도체 메모리를 이용해 데이터 접근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저장장치 기술이다.
전문가 시각
시장 참여자들은 AI 붐의 숨은 수혜주로서 데이터 인프라 업체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다. 특히 GPU 공급 부족과 컴퓨팅 자원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스토리지·네트워킹·소프트웨어를 통합한 토털 솔루션이 차세대 투자 포인트로 부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스트 데이터가 추진 중인 이번 대규모 펀딩은 “단순한 자본 확충”을 넘어 AI 생태계 내 입지 강화,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잠재적 IPO·M&A 구조화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평가다.
향후 몇 주 안에 거래가 성사될 경우, 배스트 데이터는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AI 인프라 스타트업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더불어 AI 관련 장비·서비스 전반에서 밸류에이션 재평가 압력이 거세져, 유사 기업의 후속 투자 또는 인수 물결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