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의 빛과 그림자: 관세‧인플레이션‧소상공인 삼중고가 미국 경제에 남길 10년의 상흔

■ 머리말 – ‘엘리트 불마켓’ 뒤편에 드리운 구조적 균열

2025년 10월 막바지, 뉴욕증시는 AI 반도체·클라우드 빅테크의 실적 호조를 동력 삼아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은 6,800선을 돌파했고,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애플·메타·브로드컴으로 대표되는 ‘엘리트 불마켓’은 자본시장에서 여전히 무적(無敵)에 가깝다. 그러나 실물경제 저변을 들여다보면 관세·인플레이션·고금리·소상공인 비용 압박이 결합한 ‘마이크로 리세션’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필자는 이 현상을 AI 호황과 실물위축의 괴리 디커플링이라 정의하며, 향후 10년간 미국 경제·시장에 남길 구조적 상흔을 진단하고자 한다.


1. 데이터로 읽는 ‘투자 호황 vs 체감 경기’ 불일치

지표 2024 2025 변화
실질 GDP 성장률(연율) +2.2% +3.8% ▲1.6%p
AI CAPEX 기여도* +0.2%p +1.1%p ▲0.9%p
ISM 제조업 PMI 49.2 47.8 ▼1.4
소기업 낙관지수(NFIB) 92.1 89.8 ▼2.3
CPI 헤드라인(9월) 3.2% 3.0% –0.2%p
근원 CPI(9월) 3.3% 3.0% –0.3%p

*Morgan Stanley 추정치. AI 설비·데이터센터·소프트웨어 투자로 산출된 기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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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 숫자만 보면 분명 ‘골디락스’다. 그러나 NFIB 소기업 낙관지수는 9개월 연속 90선 아래로, 대공황·팬데믹을 제외하면 역사적 저점이다. 시카고 연준 ‘내구재 주문’에 따르면 산업기계·건설장비 주문은 YTD –5.3%다. AI 투자로 인한 GDP 착시가 실물 침체 신호를 덮어버린 셈이다.


2. 관세 인상→코스트 푸시 인플레이션→소득 하단 압착

트럼프 2기 행정부는 2025년 8월부터 중국·베트남산 의류·가전·완구에 평균 35% 관세를 부과했다. 소매 체인은 이를 가격에 전가했고, 9월 CPI 세부 항목에서 의류(4.8% y/y), 가구(5.6%)가 근원 물가 상승의 1/4을 차지했다. 반면 실질 가계소득(US Census)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소득 하단이 짓눌리면 선택재 소비가 위축된다. 파운드리나 클라우드 같은 고부가 제조·서비스 기업은 글로벌 가격결정력을 지니지만, 내수 기반 소상공인은 가격 탄력성에 취약하다. ‘꽃다발 25→22줄기’ 전략은 대표적 몸부림이다.


3. AI 자본 집중과 K자형 시장 구조 고착

3분기까지 미국 법인세 신고 기준, 시가총액 상위 1% 기업의 총 CAPEX 중 AI·데이터센터 비중은 48%로 집계됐다. 반면 하위 50% 기업은 7%에 그쳤다. 『Capital Returns in the Age of AI』(Yale Press, 2025)는 이를 ‘네트워크 외부성 기반 슈퍼-스케일 경제’라 명명한다. 네트워크 효과로 사용자·데이터·모델이 선순환하며 후발주자가 추월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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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도 같은 궤적: 올 9월 기준 매그니피센트7 시총은 S&P500 시총의 37%, Russell 2000 상위 200개 합계를 추월했다. ETF 자금 흐름은 IVV·VOO→QQQ·SMH로 이동, 패시브 전략 내 편중을 심화한다. 이는 ‘분산의 종말’ 리스크다.


4. 실물 소상공인—관세·금리·임금 3高 구조

  • 관세: 도입 3개월 이내 재고 재룰(pricing rule) 재설정 비용이 매출 대비 –2.1%(NFIB 추정).
  • 금리: 연준은 올 10월 4.00→3.75%p로 두 번째 인하했으나, 실질 정책금리는 여전히 1%대 후반. SBA(소기업청) 변동금리 대출은 9% 초중반.
  • 임금: 서비스업 시간당 평균 임금 10개월 연속 4%대↑. 관세 전가 실패→마진 압축.

결과적으로 소기업 파산 건수는 YTD 19% 증가(Equifax), 지역은행 익스포저 급증으로 여신 건전성 악화가 진행 중이다.


5. 통화·재정정책의 대응 한계

연준은 ‘데이터 디펜던트’ 기치를 걸었지만, 핵심 통계(고용·소비) 상당수가 셧다운으로 지연 발표됐다. 정책 레이턴시가 확대된 셈이다. 동시에 재정 측면에서는 국채 발행 규모가 GDP 대비 6%를 상회, 장기금리 하방 경직을 낳는다. AI 주도 투자 호황이 자본시장 버블을 조장할 경우, 2000년 닷컴 붕괴 이상의 폭발력을 갖는다는 시나리오도 배제 못한다.


6. 장기 전망 시나리오 (2026~2035)

시나리오 확률 핵심 특징 시장 함의
① 연착륙+AI 확산 40% 관세 단계적 완화, 연준 인하로 실물회복. AI 생산성 빠른 파급. 매그니피센트7 주도→소프트랜딩 후 밸류 리레이팅. 소형주 리바운드.
② K-양극화 고착 35% 관세 일부 유지, AI 독과점 지속, 실물 저성장. 지수 상위 10종목 초과수익. Russell 2000 지지부진, 신용스프레드 확대.
③ 딥(Deep) 리세션 15% 무역전쟁 재점화+금융 시스템 충격. 빅테크도 PE 디레이팅. 현금·미국채·골드 강세.
④ AI 버블 붕괴 후 재편 10% 과잉 CAPEX→수익성 쇼크, M&A·퇴출 가속. 섹터 로테이션, 가치·배당주 반사이익.

7. 투자 전략 제언

① 프리미엄+디펜시브 바스켓: 매출 60% 이상 구독형, FCF 마진>15%, 관세 민감도 低 섹터(헬스케어 IT, 데이터 보안)를 Core로 유지.

② ‘바닥 분산’ 스몰캡 픽: Russell 2000 배당가치 스크리너 적용, Interest Coverage>4, 순현금 기업 선별. 지방은행 익스포저 작은 업체 주목.

③ 헤지수단: 장기채보다 TIPS 10Y·골드·원자재 롱쇼트 ETF로 인플레 헤지. 옵션 볼 스프레드(0DTE 아닌 45DTE)로 변동성 급등 방어.

④ ‘관세 베타’ 절감: 공급망이 NAFTA 내에 있는 제조·유통 기업, 멕시코·캐나다 ETF(MXC, EWC)를 충격 완충재로 편입.


8. 정책·산업 측면 제언

  • 연준: AI 투자로 왜곡된 GDP·가격 지표 분리 모니터링. ‘AI CAPEX 조정 GDP’ 도입을 제안한다.
  • 의회·행정부: 관세를 양적 한도(quota) 기반으로 전환, 단계적 세율 인하 로드맵 마련 필요.
  • 중소기업청(SBA): 연방보증 변동금리 → 고정금리 전환 옵션 확대, AI 도입 컨설팅 지원 펀드 신설.
  • 노동부: AI 적응형 직업훈련 예산을 5년간 2배 확대, 지역 커뮤니티칼리지 연계.

9. 결론 – ‘균형의 추’를 되찾는 3가지 열쇠

첫째, 관세 완화다. 물가·실물·소비 모두의 병목을 풀려면 무역 보복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둘째, 생산성 분배다. AI 효율성이 빅테크를 넘어 중소제조·서비스까지 침투하도록 공공 정책·투자 인센티브가 설계돼야 한다. 셋째, 시장 분산이다. 투자자·정책당국은 집중 리스크를 완화할 구조적 장치를 마련해야 시장이 ‘테일 리스크’를 흡수한다.

AI는 분명 인류가 맞이한 거대 기술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기술 진보의 혜택이 경제 전반으로 스며들지 못하면 ‘혁신 불평등’은 오히려 번영을 갉아먹는 칼날로 돌아온다. AI 호황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은 관세·인플레·소상공인 생태계라는 기초 체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담보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중석(경제 전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