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을 가를 ‘15% 라이선스 딜’의 명암 — 美 AI칩 對中 수출 완화가 반도체 생태계·증시·거시경제에 남길 10년의 파장

글 ‒ 이중석(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애널리스트)


■ 프롤로그 — 한 줄 뉴스 뒤에 숨은 ‘구조 신호’

2025년 8월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엔비디아·AMD의 첨단 AI 가속기 칩을 중국에 판매하되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가 로열티 형태로 징수한다는 내용을 전격 발표했다. 겉보기에 단발성 행정 조치처럼 보였지만, 이는 향후 10년 글로벌 기술·금융 질서를 뒤흔들 가능한 ‘정책 피봇’임을 시사한다. 본 칼럼은 이번 라이선스 완화‧관세 징수 모델이
① 미·중 기술패권 경쟁,
② 미국 반도체 제조·자본시장,
③ 연준 통화정책과 거시물가,
④ 글로벌 공급망 및 한국 IT 업계
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총체적으로 해부하고, 투자·정책·산업 전략 측면에서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다.


1. 사건 개요·숫자로 본 ‘15% 모델’

1) 핵심 팩트

  • 허가 대상: 엔비디아 H20·B100, AMD MI308 등 AI 트레이닝 GPU·ASIC
  • 수수료율: 매출 대비 15%(로열티+관세 혼합)
  • 시장 규모: 2024년 美→中 AI 가속기 잠재 수요 약 210억 달러*IDC
  • 잠재 재정수입: 연 31억~35억 달러(점유율·가격·캡티브 변수 감안)

2) 왜 15%인가?

현행 25% ‘섹션301’ 관세를 그대로 인용하면 중국 기업 수요가 완전히 증발할 가능성이 있었다. 15%는 수요-정책 수입-안보 리스크의 세 변수를 균형화한 ‘최적 조세지대’라는 행정부 내부 연구가 있었다는 것이 백악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2. 정책 배경: 對中 ‘전면 차단’에서 ‘관리형 거래’로

2022년 10월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AI·HPC 칩 수출을 사실상 봉쇄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트럼프 2기(2025.1~) 들어 정책 초점은 완전 금수→기술격차 유지 조건부 허용으로 이동했다. 이는 ① 관세수입·재정적자 관리, ② 국내 파운드리 투자 자본 회수, ③ 중국 내 독자 생태계 고속 자립을 지연시키는 속도 조절 전략이라는 세 가지 현실론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정책 로드맵 그래프
그림 1 ‒ 2017~2025 미국 AI 칩 對中 정책 스펙트럼(필자 재가공)


3. 美 반도체 생태계의 구조 변화

1) 엔비디아·AMD 실적 시나리오

구분 2024A 2025E(금수 지속) 2025E(15% 허용)
엔비디아 中 매출 비중 ~19% 4% 이하 12∼14%
EPS(달러, 컨센서스) 21.4 18.7 22.9
EV/Sales 18배 저평가 위험 ~20배로 복원

15% 모델이 정착되면 엔비디아는 ‘가장 위험한 고객’(중국 Big Tech)을 유지하되 과세·면허 비용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 이는 마진 희석 250bp 내외로 제한될 전망이다.

2) 파운드리·설비투자(캡엑스) 파급

  • TSMC·삼성 파운드리: 라이선스 물량 증가분을 대만·한국 Fab에서 생산 → 미국 Fab 가동률 저하 위험 완화
  • 인텔·글로벌파운드리스: CHIPS법 보조금 외 정부 로열티 수입 일부를 리쇼어링 인센티브로 재투입할 가능성

3) 美 국방·안보 관점

15% 모델이 안보 리스크를 근본 해결하진 못한다. 다만 성능·공급 시차를 18~24개월로 고정해 ‘격차 관리형 수출통제’라는 새로운 프레임이 도입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4. 거시경제 채널: 물가·고용·통화정책

1) PPI·CPI에 미칠 파급

AI 인프라 비용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가격의 11% 이상을 차지한다. 관세·로열티 전가는 북미 데이터센터 운용비를 연 3~4% 인상시킬 전망이다. 이는 소프트웨어·콘텐츠 구독료를 통해 서비스물가 → 근원 CPI 파이프라인으로 전달된다. 연준의 ‘물가 피봇’ 타이밍을 1~2 FOMC 지연시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배경이다.

2) 연준 시나리오 매트릭스

관세·로열티 충격 PCE(핵심) FF 금리 경로
저충격(+0.1~0.15%p) ’25말 2.4% 9월 인하→25bp·12월 25bp
중충격(+0.3%p) ’25말 2.7% 인하 1회 지연, 실질 중립금리 ↑
고충격(+0.5%p) ’25말 3%+ ‘파월 put’ 무력화, 인하 중단

리스크 시나리오(고충격)로 갈수록 Growth→Stagflation 트레이드가 부각된다.


5. 자본시장·밸류에이션 지형도

1) 주식

  • AI 슈퍼섹터 (반도체·클라우드·전력 인프라)의 선호는 유지되나, 밸류에이션 상단이 갭다운
  • 미·중 매출 믹스 20%↑ 기업에 데칼코마니 리스크 프리미엄 재할당

2) 채권

미 국채 10년물은 2.9~3.2% 박스권 상단이 재확인될 전망이다. 그러나 2년물은 관세발 물가 확인 시 30~40bp 재리프라이싱 가능.

3) 환율·원자재

달러 인덱스는 로열티 징수를 통한 쌍둥이 적자 축소 시그널로 중기 강세 요인. 반면 원유·희토류 등 중국발 보복 관세 위험이 상존해 커머디티 변동성 확대.


6. 한국 및 아시아 IT·증시 영향

1)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HBM 공급은 엔비디아 파트너 생태계 핵심이라 수혜 방정식 지속. 다만 중국 고객向 판매 비중이 30% 안팎이므로 2차 규제 변동성 리스크 내재.

2) TSMC·ASE 등 대만 업체

공급망 디스카운트 요인 완화. 단, 미국 Fab 투자 대비 CAPEX 회수 기간이 길어 마진 희석 우려.

3) 한국 증시 전략

  • 반도체 장비·소재 중 미국 Fab 캐파 확대와 직결된 기업(원익IPS·한미반도체) 비중 확대
  • 중국 IT 매출 비중 큰 2·3차 벤더는 헤지 포지션(풋옵션·롱숏) 고려

7. 정책·기업·투자자별 체크리스트

1) 정책 당국(美)

  • ‘격차 관리형 수출통제’를 제도화: 성능·공급 시차 매년 갱신
  • 로열티 수입의 50% 이상을 리쇼어링 보조금으로 귀속
  • 감독·집행 기관 일원화해 관세 회피 차단

2) 기업

  • AI 칩 공급망 멀티벤더 확보: 美·韓·日 二·三차 벤더 동시 육성
  • 비(非)중국 매출 다변화 로드맵 IR 강화
  • 중국향 제품의 ‘디그레이드(성능 낮추기)’ 트랙 별도 관리

3) 글로벌 투자자

  • ‘AI Index 7’ 종목 내 중국 노출 차등화로 가중치 리밸런싱
  • 채권: 2년물 숏·5년물 롱 커브 플래트너(인플레→완화 지연 헷지)
  • 원자재: 희토류·구리 옵션 콜 스프레드로 tail-risk 대응

8. 결론 — “15%는 숫자가 아니라 패러다임

이번 15% 라이선스 모델은 단순히 엔비디아·AMD가 중국에 팔아도 되는가를 넘어, 기술·재정·안보의 세 갈래 정책을 하나의 ‘거래(line-item deal)’로 묶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제품 성능의 격차를 고정하고, 관세를 국부펀드화하며, 동시에 인플레이션·금리·환율 변수까지 촘촘히 연결한다.

10년 뒤 돌아봤을 때, 2025년 8월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제로섬 규제’에서 ‘관리형 분업’으로 전환한 기점일 수 있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정책의 일관성, 기업 실행력, 시장의 리스크 가격 결정이라는 세 고리가 동시에 맞물릴 때만 담보된다.

투자자는 변동성의 소음을 넘어 구조적 시그널을 주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첫 단추는 9월 FOMC와 10월 중국 공산당 20기 5중 전회에서 드러날 것이다. ‘15% 룰’ 이후의 세계는, 기술과 자본·정책이 다시 한번 재편되는 거대한 체스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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