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증시에서도 AI 관련 종목의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다. 미국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NASDAQ: PLTR)와 중국 알리바바 그룹 홀딩(NYSE: BABA)은 각각 서방권 방위·민간 데이터 분석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클라우드라는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운다. 지난 5년간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팔란티어가 1,560% 급등했고, 알리바바는 60% 가까이 밀려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과거 수익률이 곧 미래 성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2025년 7월 2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앞으로 5년, 10년을 내다보고 두 기업 중 어느 종목이 더 나은 AI 투자처인지 다시 계산하고 있다. 기사에서는 재무 지표, 성장률 그리고 밸류에이션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양사를 비교했다.
1. 재무 지표 비교
‘주주 자본이익률(ROE)’은 기업이 주주로부터 받은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수익성 지표다.
팔란티어의 ROE는 12.36%로, 알리바바의 11.44%보다 소폭 높다. 하지만 매출과 이익 총량에서는 비교가 불가하다. 지난 12개월 기준 알리바바는 9,960억 위안(약 996억 달러)의 매출과 1,295억 위안(약 129.5억 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팔란티어의 매출은 31.2억 달러, 순이익은 5.71억 달러다. 다만 순이익률에서는 팔란티어가 18.3%로, 알리바바(13.1%)를 앞선다.
현금 보유액도 큰 차이를 보인다. 알리바바는 4,280억 위안(약 428억 달러)을 현금으로 쥐고 있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나 설비 투자가 가능하다. 팔란티어의 현금은 54억 달러 수준이다. 부채 측면에서는 알리바바가 2,480억 위안(약 248억 달러)의 차입금을 보유해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이 22.8%로 집계된다. 반면 팔란티어는 2억4,460만 달러 부채에 그쳐 부채비율이 4.4%로 매우 낮다.
2. 성장성 비교
알리바바는 2025 회계연도 4분기(3월 31일 종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난 326억 달러, 조정 순이익은 22% 증가한 41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AI 기반 클라우드·서비스 매출은 7개 분기 연속 세 자릿수(100% 이상) 성장률을 유지하며 잠재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팔란티어의 성장 속도는 그보다 가파르다. 2025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39% 늘어난 8억8,39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2억1,770만 달러로 100% 이상 급증했고, 조정(non-GAAP) 순이익도 3억3,440만 달러로 70%가량 뛰었다. 알렉스 카프(Alex Karp) 최고경영자(CEO)는 주주 서한에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포함한 AI 생태계에 대한 수요가 ‘러시(rush)’에서 ‘우르르 몰려가는 스탬피드(stampede)’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3. 밸류에이션(Valuation) 격차
팔란티어의 주가수익비율(PER, 12개월 선행 기준)은 무려 278배다. 이는 14배에 불과한 알리바바와 대비된다. 일반적으로 PER이 높다는 것은 ‘미래 성장 기대’를 반영한 것이지만, 동시에 과열 우려도 내포한다.
투자자들이 자주 참고하는 PEG(주가수익성장비율)을 살펴보면, LSEG(구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 기준 팔란티어는 4.9, 알리바바는 1.09로 나타났다. PEG는 ‘1’에 가까울수록 가격 대비 성장성이 합리적이라 평가한다. 또한 매출 대비 주가(P/S)는 팔란티어 126.9, 알리바바 2.08, EV/EBITDA는 팔란티어 848.9, 알리바바 9.02로, 어떤 지표를 사용해도 알리바바가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4. 전문가 전망과 투자 포인트
“팔란티어 시가총액이 2~3년 안에 1조 달러에 도달할 것”1
미 증권사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Dan Ives) 애널리스트는 현재 약 3,700억 달러인 팔란티어의 몸값이 2030년 이전 1조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만약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실적 대비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팔란티어는 최고의 AI 수혜주로 등극할 수 있다.
반면, 필자는 현 시점에서 팔란티어의 성장 속도가 주가 프리미엄을 충분히 상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정부·방위 계약이 매출 비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특성상 정책 리스크와 수주 변동성에도 노출돼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이자, 자국 전자상거래의 ‘절대 강자’다. 최근에는 AI 글라스 출시 계획을 밝히며 메타플랫폼스의 ‘레이밴 스토리즈’ 등과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구조적 성장 동력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보수적인 투자자에게는 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5. 투자 시 유의할 점
1) 거시 경제 변수 – 미 연준의 금리 기조, 중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 등이 두 기업 밸류에이션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2) 환율 리스크 – 알리바바는 위안화, 팔란티어는 달러화 매출이 주력이라 달러/위안 변동폭에 따라 실적 체감도가 달라질 수 있다.
3) AI 경쟁 심화 – 오픈AI, 엔비디아, 화웨이 등 글로벌·중국 현지 경쟁사의 기술 진보 속도가 변수다.
6. 주요 용어 설명
1 ROE(Return on Equity): 순이익을 자본 총계로 나눈 값으로, 10% 이상이면 통상 양호하다.
2 PEG(Price/Earnings to Growth): PER을 향후 5년 평균 이익 성장률로 나눠 고평가·저평가 여부를 판단한다. ‘1’ 이하는 저평가, ‘1’ 이상은 고평가로 본다.
3 GAAP: 미국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으로, 법적 공시자료가 이 기준을 따른다.
7. 결론
적극적인 성장주 투자자는 팔란티어의 초고속 매출 증가와 정부·민간 수주 확대를 근거로 베팅할 수 있다. 반면, 알리바바는 견조한 현금흐름, 중국 내 독보적 시장지위, 낮은 밸류에이션이라는 ‘3박자’를 갖춰 상대적으로 리스크-리턴 프로필이 우수하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방어적이면서도 성장성을 노리고 싶다면 알리바바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궁극적으로 두 기업 모두 AI 시대의 장기 수혜주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가격은 언제나 핵심 변수다. 성장 속도와 리스크 허용 범위를 감안해 포트폴리오에 적정 비중을 배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