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적자를 면치 못하던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가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와 수년간의 데이터센터·맞춤형 칩·네트워킹 장비 확충을 발판으로 알파벳(Alphabet)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부로 탈바꿈했다.
2025년 10월 3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알파벳은 3분기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150억 달러를 돌파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제미니(Gemini)를 포함한 AI 인프라·서비스 수요 폭증이 직접적 요인이다.
이로써 구글 클라우드는 검색 광고 뒤를 잇는 현금 창출원인 유튜브(YouTube)에 도전장을 내밀며 알파벳 내 2위 매출원 자리를 노리고 있다.
“클라우드는 알파벳의 최우선 과제”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구글 클라우드는 회사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우선순위 중 하나이며, 앞으로 더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부문의 가파른 성장 뒤에는 2018년 오라클(Oracle)에서 영입된 토머스 쿠리안(Thomas Kurian) 사장의 과감한 사업 전략과 외교술이 자리한다.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그룹(Synergy Research Group)에 따르면, 그의 부임 당시 7%에 불과했던 구글 클라우드의 시장점유율은 2025년 13%로 확대됐다.
피차이는 2019년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 뒤를 이어 CEO에 오른 직후, 클라우드와 유튜브를 검색 광고 의존도를 줄일 ‘두 개의 큰 베팅’으로 선언했다. 유튜브는 하루 시청 시간이 10억 시간에 달하며 성과를 입증했지만, 구글 클라우드는 2018~2022년 막대한 서버·데이터센터·칩 투자를 단행하며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다 2023년에야 첫 흑자를 냈다.
그러나 생성형 AI 붐이 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알파벳은 이를 계기로 마이크로소프트(20% 시장점유율)와 아마존(30%)과의 격차를 좁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다만 클라우드를 경쟁자로 키우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 부담이 뒤따랐다. 알파벳은 올해 두 차례나 예상치를 웃도는 설비투자(CapEx)를 발표해 월가를 놀라게 했다.
IDC의 데이브 매카시 애널리스트는 “지금이야말로 구글 클라우드가 기다려온 순간”이라며 “향후 알파벳의 성장 스토리는 클라우드 잠재력을 통해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구글리(Un-Googley)’ 문화로의 대전환
쿠리안이 합류하기 전 구글 클라우드는 대기업 영업에 애를 먹었다. 과거 직원 조시 그위더(Josh Gwyther)는 “광고 부서에 협조를 요청하면 ‘애송이, 저리 가라(Get out of here, kid)’는 식의 냉대를 받곤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구글의 AI 포트폴리오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만 검토하던 굴지의 기업들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 모았다. 매트 레너(Matt Renner) 글로벌 수익 총괄은 “광고 사업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성장 속도는 우리가 더 빠르다”고 자부했다.
쿠리안은 ‘실험과 자율’을 중시하던 기존 조직 문화를 과감히 뜯어고쳤다. 북캐롤라이나·폴란드 등 저비용 지역에 신규 오피스를 열고, 사내 서비스 계약을 재검토해 과도한 내부 청구를 깎았다. 또 ‘예약(bookings)’보다 실제 매출 인식을 최우선 지표로 삼고, 영업 체계를 ‘지역’이 아닌 ‘산업군’ 중심으로 재편해 전문성을 높였다.
이러한 재무·조직 혁신 덕분에 구글 클라우드는 기술 면에서도 경쟁사와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 골드만삭스의 에릭 셰리던 전무는 “현재 세 개의 초대형 클라우드(hyperscaler)는 기술 경쟁력이 거의 동등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설명: TPU·GPU·하이퍼스케일러란?
TPU(Tensor Processing Unit)는 구글이 AI 연산에 특화해 자체 설계한 반도체다. 전통적으로 AI 훈련에는 엔비디아(Nvidia)의 GPU(Graphics Processing Unit)가 주로 쓰였다.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는 전 세계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컴퓨팅 자원을 ‘초대형’ 규모로 공급하는 업체(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를 뜻한다.
‘적과의 동침’…TPU 외부 개방 전략
구글은 한동안 자사 TPU 대부분을 내부 사용에 묶어뒀다. 그러나 2022년 쿠리안은 TPU 판매 조직을 핵심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클라우드 부문으로 이관해 할당량을 대폭 늘렸다. 세계 곳곳이 컴퓨트 리소스 부족에 시달리던 시점, 구글은 DeepMind뿐 아니라 경쟁사에도 TPU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내부 갈등을 동반한 이 결정은 영업 측면에선 ‘신의 한 수’였다. 쿠리안은 “우리는 실리콘과 AI 모델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하이퍼스케일러”라며 차별화를 강조했다.
구글 클라우드는 이를 발판으로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에 TPU를 시험 사용하도록 제안했다. 2024년 앤트로픽은 TPU 성능에 확신을 얻어 최대 100만 개의 TPU를 활용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1,830억 달러로 평가받는 이 스타트업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마존 칩도 병행 도입했다.
앤트로픽의 파트너십 총괄 댄 로젠탈(Dan Rosenthal)은 “전 세계가 GPU에 올인하던 상황이었지만, 칩 수요가 우리를 더 유연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애플(Apple)·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 등도 TPU 채택을 발표했다. 피차이는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들에게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TPU 용량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구글 클라우드가 10월 출시한 기업용 모델 ‘제미니 엔터프라이즈’ 외에도, 쿠리안은 필요하다면 오픈AI(OpenAI) 모델을 클라우드에 추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권력 지형의 변화와 추가 투자
구글 클라우드의 약진은 알파벳 내부 권력 구조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현·전직 임원들은 쿠리안이 주간 리더십 회의(Leads)에서 자원 배분을 두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피차이는 “사용자(consumer)뿐 아니라 기업 고객에도 집중하자는 쿠리안의 목소리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경쟁사 추격에는 여전히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피차이는 2025년 설비투자 전망을 한 차례 850억 달러로 늘린 데 이어 이번 주 910억~930억 달러로 재차 상향했다. 2026년에는 더 큰 규모가 예상된다.
일각의 ‘AI 버블’ 우려에도 피차이는 “우리는 10년 전부터 AI를 해왔고 앞으로 10년 뒤에도 할 것”이라며 구글 클라우드 사업이 단기 변동성에 대해 ‘높은 회복력(resilience)’을 보일 것으로 자신했다.
결국 알파벳은 막대한 투자와 과감한 조직 개편, 그리고 AI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구글 클라우드를 ‘후발주자’에서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시켰다. 시장 점유율 확대, 기술 차별화, 비용 효율성 확보라는 세 축이 맞물리며, 클라우드는 유튜브와 함께 검색 광고 의존도를 완화할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