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기후악당인가, 에너지 구원투수인가
2023년 ChatGPT 출시 이후 2년 반, 전 세계 기업들은 앞다투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AI 학습·추론을 위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AI가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든다”는 비관론도 함께 부상했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자체 탄소배출이 2035년까지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같은 보고서는 AI 응용이 최대 15억 tCO₂(2023년 전 세계 배출량의 4%)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정반대 시나리오도 제시한다.
결국 핵심 질문은 “AI 전력 수요 증가 ≥ 탄소 절감 효과인가, 아니면 “절감 효과 ≥ 전력 수요 증가”인가다. 본 칼럼은 상반된 통계를 ①전력(Wh) ②탄소배출(tCO₂) ③투자 ④정책 네 축에서 재구성해 2035년 장기 균형을 시뮬레이션하고, 투자‧산업 전략을 제안한다.
1.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과연 ‘일본 1국’ 규모인가
연도 |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TWh) | AI Workload 비중 | 전 세계 총 전력 대비 |
---|---|---|---|
2023 | 460 | 9 % | 1.8 % |
2025E | 720 | 18 % | 2.4 % |
2030E | 1 050 | 28 % | 3.2 % |
2035E | 1 300 | 35 % | 3.7 % |
* 출처: IEA ‘Electricity 2024’, BofA AI Outlook(2025)
2023~2035년 연평균 증가율(CAGR) 9.1%이면 ‘폭주’로 보이지만 세 가지 완충 장치가 존재한다.
- 효율성 비약: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ASIC 특화 칩이 2030년 이후 PUE(전력사용효율)를 1.1 수준까지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 2024년 기준 빅테크 5사(애플·구글·MS·아마존·메타)는 전력 약 60%를 재생원으로 조달한다. 2030년 100% RE 100 달성 시 전력 증가는 곧바로 탄소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 수요 관리(Demand Response): AI 추론 작업은 배치(Batch)·야간 스케줄링이 가능해
전력피크 억제 기제를 내장할 수 있다.
2. 탄소배출 시나리오
아래 듀얼 트랙 시나리오를 가정한다.
- Base Case (규제 미흡) : 재생전력 비중 60%, PUE 1.3 유지, AI효율 개선 지연
- Green Case (정책 + 기술 가속) : 재생전력 90%, PUE 1.1 달성, AI 최적화 SW 보급
지표 | 2023 | 2035 Base | 2035 Green |
---|---|---|---|
데이터센터 배출(tCO₂) | 270 Mt | 540 Mt | 310 Mt |
AI 응용 감축 효과(tCO₂) | – | –750 Mt | –1 500 Mt |
Net Impact | 270 Mt | –210 Mt | –1 190 Mt |
즉, Green Case에선 AI 순효과가 연 10억 tCO₂ 감소로 전환된다. 반대로 규제 미흡 시에도 최소 2억 tCO₂ 순감축이 가능해 ‘폭주’ 프레임은 과장됐다는 결론이다.
3. 산업별 AI 감축 포텐셜 Top 5
- 전력망 최적화 : 수요예측 +5분 단위 가격 신호 → 화석 피크발전 대체
- 스마트 HVAC : AI 제어 건물 9억 m² → 전기 120 TWh 절감
- 해상물류 항로 AI : 선박 연료 7%↓ → 연 4천8백만 tCO₂ 감소
- 정밀 농업 : 비료·수자원 사용 20%↓ → N₂O·CH₄ 저감
- 소재 · 약물 설계 : 저탄소 시멘트·고효율 배터리 조기 상용화
4. 투자 파급: AI + 에너지 모멘텀 ETF 바스켓
티커 | ETF 명 | 주요 편입사 | 테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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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CLN | First Trust NASDAQ Clean Edge | ENPH, ON Semi | AI·재생전력 반도체 |
GRID | Global X Smart Grid | Schneider, ABB | 스마트그리드 AI |
BOTZ | Global X Robotics & AI | NVIDIA, Keyence | AI HW 플랫폼 |
ACES | ALPS Clean Energy | Plug Power, Bloom | 수소·ESS AI 운영 |
다만 High P/B 기술주 + Low P/B 유틸리티로 바벨 구조를 짜 변동성을 완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5. 규제 · 정책 리스크 체크리스트
- 미국 EPA 데이터센터 배출 인벤토리 규정 (2027년 제정 예정)
- EU AI Act · 탄소국경세 (CBAM) : AI ‘에너지 라벨’ 요구 가능성
- 중국 ‘동수서산(东数西算)’ 확대 : 서부 재생전력 + 동부 데이터센터 분산
- RE100 검증 강화 : 가상 PPA → 실물 PPA 전환 압박
6. 리바운드(재상승)·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 경계
전력 효율 1% 개선이 AI 수요 1.2% 증가를 유발하면 Jevons paradox가 재발한다. 기업은 효율 수치만 홍보할 게 아니라 총에너지(Absolute Energy) 목표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Scope 2 배출 오프셋에만 의존하는 ‘RE100 세탁’은 규제 당국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
7. 결론 & 칼럼니스트 제언
AI는 “에너지 블랙홀”이라는 불길한 레토릭과 “탄소 구원자”라는 장밋빛 프레임 모두를 품고 있다. 실제 장기 지표를 시뮬레이션하면 순감축(Net Negative) 가능성이 더 높다. 다만 이는 전력 탈탄소화·효율 혁신·정책 유도라는 3단 안전망이 작동한다는 전제에서만 유효하다.
투자자는 “AI = 탄소” 단선적 공포에서 벗어나 총발자국 = 전력 × 탄소계수를 분리해 봐야 한다. 즉, 탄소계수(kg CO₂/kWh)를 0에 수렴시킬 수 있다면 전력 증가는 곧바로 생산성·GDP·기업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다.
정책 당국은 기술 중립 원칙을 유지하되, 데이터센터 RE 공급의무·PUE 인증을 법제화해야 한다. 자발적 행동규약으로는 2030 NDC(국가별 감축목표) 충족이 어렵다.
기업 경영진은 ‘AI First’를 외치기 전에 ‘Energy First’를 이사회 의제로 상정해야 한다. 모델당 전력 ROI(추론 1회당 매출/전력) 지표를 KPI로 포함하고, AI 코드 카본 코스트를 개발자 대시보드에 실시간 표시하는 체계를 갖추면 장기적으로 에너지·클라우드 비용을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나는 “AI와 기후는 공존한다”는 명제를 아직 철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성공 여부는 탄소계수 0.1 kg/kWh 달성이라는 작은 수치에 달려 있다. 숫자는 정의(正義)보다 느리게 움직인다. 움직일 때까지, 투자·정책·기술 삼각편대를 세심하게 조정해야 한다.
이중석 칼럼니스트 / 데이터경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