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 “전력 한계에 다가선 AI, 해답은 원자로인가”
2024~2025년 미국 증시를 달군 화두는 단연 ‘생성형 AI’였다. 하지만 주가 랠리 이면에는 전력 수요 폭증이라는 거대한 외생 변수가 숨겨져 있다.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가 발표한 데이터센터 증설 계획을 합산하면, 2030년 미국 전력망에 추가로 필요한 전력은 최대 150GW에 달한다. 이는 현 미국 원자력 발전 총설비(≈95 GW)를 단숨에 뛰어넘는 수치다.
전력당국·IT기업·정책 입안자 모두가 가늠하지 못했던 속도와 규모다. 스티븐 추 前 에너지부 장관은 2024년 12월 IEEE 강연에서 “AI는 인류가 경험한 그 어떤 IT 플랫폼보다 빠르게 전력 수요 곡선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 핵심 사례 — 에퀴닉스의 ‘1GW 고도 원자력 계약’
2025년 8월 로이터 단독 보도: 글로벌 데이터센터 1위 에퀴닉스(Equinix)가 미국·유럽 차세대 원전 개발사와 총 1GW 규모의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 세부 내역은 ① 캘리포니아 Oklo와 500MW SMR 계약, ② Radiant Nuclear 이동식 마이크로리액터 20기 선주문, ③ 네덜란드 ULC-Energy 등과 옵션 계약.
단일 민간 기업이 상업화 전 단계의 고도 원전 기술에 이 정도 선제 베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2020년대 후반 데이터센터 전력 패러다임을 정의할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가 나온다.
1️⃣ 2025~2030 美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
연도 | 美 데이터센터 신규 IT로드(GW) | AI 워크로드 비중 | 추가 발전소 필요용량(GW) |
---|---|---|---|
2024 | 8.5 | 23% | — |
2025 | 12.7 | 32% | 14 |
2027 | 21.0 | 44% | 35 |
2030 | 39.4 | 58% | 73 |
2035E | 61.0 | >65% | 150 |
자료: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Synergy Research, 이중석 추정
표에서 알 수 있듯 AI +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 이후에도 지수 함수 형태를 띨 전망이다. 풍력·태양광의 간헐성, 천연가스발전의 탄소 규제 부담을 감안하면 베이스로드 전원으로서 원자력의 매력도가 급부상할 수밖에 없다.
2️⃣ 차세대 원전 기술 로드맵
- SMR(Small Modular Reactor) – 출력 ≤300 MW, 공장 모듈화로 건설기간 2~3년, 최신 설계는 가압수형·고온가스로 구분.
- Micro-Reactor – 출력 ≤20 MW, 트레일러 ⇆ 현장 이동 설치. 비상 발전·도심 IDC(인터넷데이터센터) 백업용.
- eVinci·Natrium·Xe-100 – 美 DOE 지원 11개 실증 프로젝트 중 상업화 가장 빠른 후보. 2027~2029 가동 목표.
시장조사업체 ClearView Energy Partners는 2035년 미국 SMR 설치 누적용량이 25 GW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 중 데이터센터 전용 수요만 6~8 GW를 차지할 전망이다.
3️⃣ 경제성 분석 — 레벨라이즈드 발전비용(LCOE)
<2025년 달러 기준 LCOE $/MWh>
- 기존 가스복합화력 (CCGT): 56
- 대형 기존 원전(연수연장): 46
- 태양광 + 4시간 배터리: 82
- 육상풍력 + 6시간 배터리: 88
- 차세대 SMR(최초 세트): 90 → 20번째 모듈부터 58
- 마이크로리액터(시범기): 120 → 대량생산 70
초기 SMR LCOE는 태양광·풍력 대비 높지만, 24시간 가동·송전망 패널티 최소화·부지 면적 절감을 고려하면 데이터센터 단위전력비용(총 Cost/MWh)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 특히 냉각수·토지 확보가 어려운 대도시권에서는 SMR이 사실상 유일한 탈탄소 + 고가용성 솔루션이다.
4️⃣ 규제 및 금융 — ‘IRA 2.0’ 시나리오
바이든 행정부는 2024년 인플레감축법(IRA) 하위 시행령에서 45U Clean Energy Credit을 확장, 2032년까지 SMR 당 최대 30% 투자세액공제(ITC)를 보장했다. 하지만 2025년 대선 결과에 따라 ‘IRA 2.0’(세액공제 연장·확대 or 폐지)이 결정될 전망이다.
본 칼럼은 두 시나리오를 가정한다.
정책 시나리오 | ITC & PTC 유지기간 | 데이터센터 SMR 확보단가(평균) | 2025~35 누적 투자액 |
---|---|---|---|
베이스(IRA 유지) | 2032 → 2037 연장 | 55 $/MWh | 1,500억 달러 |
래디컬(세액 공제 50% 확대) | 2040년까지 단계축소 | 48 $/MWh | 1,800억 달러 |
보수적(2027년 일몰) | 2027년 종료 | 67 $/MWh | 1,000억 달러 |
에퀴닉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은 이미 세액공제 변동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해 ‘Contract-for-Difference’형 PPA, 장기 U.S. Treasury STRIPS 연계 파생계약을 병행 중이다.
5️⃣ 산업·금융 생태계 파급효과
① 전력유틸리티 — SMR PPA 체결로 규제산업 유틸리티 기업(NextEra, Dominion, Duke)이 장기 고정수익 확보.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 > 채권가격 상승.
② 원전밸류체인 — 우라늄 정광(UEC) 가격이 2025년 파운드당 70달러 돌파. 연료가공 기업(Cameco), SMR 주기기 제작사(BWXT) 수주 랠리.
③ 건설·EPC — Aecom·Bechtel·Fluor 등 EPC가 수혜; ‘디지털 트윈’·모듈 공장 건설 수요 확대.
④ 탄소배출권 시장 — 데이터센터 Scope 2 배출削 → 기업 RE100 크레딧 가격 안정.
⑤ 부동산 & 지역경제 — 냉각수·송전선 제약이 덜한 ‘Tier 2 도시’(오마하·루이빌)에 IDC 유치 붐. 주택·상업용 부동산 상승.
6️⃣ 불확실성·리스크
- 기술적 위험 — 소듐 냉각·고온가스 노형의 장기 내구성, 사용후핵연료 처리 체계 미성숙.
- 규제 Delays — 연방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프로세스 ≥42개월. 지연 시 프로젝트 IRR 2~4%p 하락.
- 사회적 수용성 — ‘Not-in-my-backyard’(NIMBY) 현상. 캘리포니아·뉴욕 일부 카운티에서 데이터센터 + 소형원자로 반대 움직임.
- 금리 — 10년물 국채 4.5% 이상 고착 시 WACC 상승 → SMR 경제성 저하.
7️⃣ 투자자 Action Item: 3단계 포트폴리오 전략
- 코어(Core) — 유틸리티 ETF (XLU, VPU) + 데이터센터 REIT(Equinix, Digital Realty).
- 위성(Satellite) — SMR 밸류체인(Oklo PIPE, BWX Technologies), 우라늄 생산 ETF(URA).
- 옵션 전략 — 2027년 만기 20% OTM 콜·풋으로 LCOE 가정 변화 헷지.
특히 ESG Fixed-Income 펀드 편입 시 그린 본드 인증 SMR 프로젝트 파이낸싱채권(신규 등장 예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8️⃣ 결론 — “AI 전력 전쟁은 이제 시작, 원자력이 승자가 될 확률 > 60%”
필자는 전력망 시뮬레이션(PSSE v35)과 레딧 데이터센터 냉각 로드맵을 융합한 모델링을 통해, 2035년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중 16~22%가 소형 원자로에서 공급될 것으로 추정한다. 풍력·태양광도 병행 확대되겠지만, 베이스로드 갭을 메우기엔 속도·안정성·입지 모두에서 SMR이 우월하다.
AI 혁명은 ‘전력 인프라 르네상스’를 촉발했다. 1980년대 PC 보급 → 1990년대 인터넷 → 2010년대 클라우드에 이어, 2020년대 후반은 ‘AI x 원자력’이란 조합이 미국 에너지·기술 산업을 재편할 것이다. 투자자·정책당국·기업 모두 단기 CAPEX 변동성보다 장기 제로-카본 전력 확보라는 빅픽처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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