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력의 ‘새 군비경쟁’: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바꿀 3~5년 미국 증시·산업 지형
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요약: AI 데이터센터와 전기화가 결합해 전력시장의 장기적 공급 타이트 현상을 고착시키고 있다. 이는 유틸리티·가스·원전·송배전·저장 장비·머천트 발전·정책 산업까지 전 밸류체인의 리레이팅(재평가)과 비용 구조 재편을 유발할 전망이다. 본 칼럼은 최근 국내외 리서치와 사실(모건스탠리, IEA·웰스파고, NERC·ERCOT 등), 시장 사례(텍사스), 정책 동향(미·일 협력, CHIPS 연계) 그리고 기업 행보를 종합해, 향후 3~5년 미국 주식·경제에 미칠 구조적 영향을 분석한다.
1) 한 문장 결론: AI는 ‘연산’과 ‘전기’를 동시에 먹는다
AI 붐의 본질은 두 축—칩(계산력)과 전력(에너지)—의 동시 병목이다. 웰스파고 증권은 이를 신(新) 군비경쟁에 비유했다. 미국은 전력 가용성, 중국은 GPU 접근성이 각각의 병목으로 지목된다. 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기준 시나리오에서 2배, 강세 시나리오에서 3배 늘 수 있다고 본다. 이 거대한 수요 파도는 천연가스·원자력·송전망·저장의 재정렬을 촉발하고, 정책·외교(예: 미-일 전력망 현대화 협력, GE Vernova·Kinder Morgan·Carrier Global·Cameco 등 참여)까지 끌어당긴다.
핵심 메시지: AI의 확산 속도는 이제 칩만이 아니라 전력 인프라의 확장 속도에 의해 규정된다.
2) 숫자로 보는 ‘전력의 시대’: 수요·가격·자본
최근 모건스탠리는 다음과 같은 장기 전망을 제시했다.
| 지표 | 수치·전망 | 의미 |
|---|---|---|
| 세계 전력 수요(2024→2030) | 28,130TWh → 35,093TWh | 연평균 큰 폭 증가, 구조적 수요 확대 |
| 2030년 발전량 | 38,865TWh | 수요-공급 간극 장기 상존 가능 |
| 데이터센터 기여 | 증가분의 약 20% | DC가 전력 수요 곡선의 ‘새 변수’ |
| 2024년 전력가격 | 글로벌 약 +15% | 가격 상방 경직성 강화 |
| 전력 부문 투자(연간) | $1.5조 (사상 최대) | 막대한 자본 소요, CapEx 사이클 심화 |
| 데이터센터 투자(~2028) | $3조 | 전력·냉각·네트워킹까지 병목 타격 |
| DC 전력 사용량(2025~2028) | +126GW (캐나다 연간 소비에 근접) | 계통·용량시장·연료시장 동시 압박 |
| 미국 DC 전력 비중(2030) | 글로벌의 약 절반 | 미 전력시장·정책의 ‘핵심 변수’로 부상 |
| 스파크 스프레드 | 글로벌 ~2027년 +5%, 아시아 +15%(’25~’27) | 가스발전 마진 개선(상대), 가격 신호 강화 |
| 예비율 | 주요 권역에서 하락 | 정전·가격 변동성 리스크 확대 |
| 그리드 투자(~2030) | +30~40%, T&D요금이 비용의 ~30% | 송배전 병목 해소 핵심, 요금 인상 압력 |
| Behind-the-meter | 신규 수요의 ~10% | 자가발전·PPA·열병합 등 분산해법 확산 |
| 머천트 전력 비중 | 2030년 ~25% (’24년의 약 2배) | 시장노출 확대, 수익 변동성↑·수익률↑ |
| 발전 사업자 수익률 | +300bp 개선 추정 | 가격 신호 재정렬·리스크 프리미엄 상승 |
| 가스발전 역할 | 2030년 1.3조 kWh 추가, AI 수요의 ~30% 담당 | 유연성·기저 보완, 배출 이슈 병행 관리 |
| 원자력 | 점진적 확대 | 저탄소 기저부하 역할 복권 |
| 재생에너지 비용 | 폴리실리콘 감산(중국) → 모듈가 ’27년까지 ~+15% | 그리드 제약(커테일먼트)·저장·가스 보완 필요 |
이 그림은 가격·투자·정책이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질서를 시사한다. 특히 미국은 2030년 DC 전력 수요의 절반을 흡수할 전망이어서, 유틸리티/송배전/가스·원전/저장/설비·머천트 발전 등 광범위한 산업의 리레이팅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3) 현장의 경고: 텍사스 전력망(ERCOT)과 ‘유령 데이터센터’
텍사스는 ‘친기업·풍부한 재생·가스’ 3박자에 힘입어 데이터센터 허브로 급부상했다. 동시에, NERC와 ERCOT은 겨울철 수급 타이트에 대한 경고음을 키우고 있다.
- 연결요청 급증: ERCOT 접속 요청은 2025년 1월 83GW → 최근 220GW(약 +170%)로 폭증, 이 중 ~73%가 데이터센터로 집계.
- 실현성 논란: ‘유령(phantom) 데이터센터’(여러 관할권 중복 신청)로 수요 예측이 왜곡될 수 있음. 승인 완료된 실 부하는 이미 7.5GW.
- 혹한 리스크: 텍사스 겨울 가용자원 ~92.6GW, 극한 한파 시 피크 ~85.3GW, 강제고장·효율저하 반영 시 가용 ~69.7GW로 급락 → 15GW+ 적자 가능.
- 사례: 2021년 겨울폭풍 ‘유리’ 당시 대규모 정전(약 450만 가구), 천연가스 발전의 고장이 중대 원인으로 지목.
- 초대형 DC 계획: 애빌린(Abilene) Stargate 캠퍼스 최대 전력수요 ~1.2GW(대형 원전 1기 상당) 제시.
핵심: 데이터센터 24/7 부하 특성은 혹한·혹서 등 극한 이벤트에서 계통의 완충력을 더욱 좁힌다. 수요 유연화 계약(부하 감축·가동 스케줄 조정), 가스 인프라 동결 방지, 장·단주기 저장의 포트폴리오를 조합하지 않으면 정전·가격 급등 리스크가 누증될 수 있다.
4) 왜 ‘새 군비경쟁’인가: 칩-전력-산업정책의 삼중 결속
웰스파고 보고서의 진단대로, AI 경쟁은 무기·미사일이 아닌 칩·전기·병목 공급망 지배로 승부가 난다. 미국은 CHIPS법에 더해, 전력 인프라와 핵심 광물(희토류 등)까지 산업정책의 포트폴리오에 편입 중이다(미 하원 중국특위 보고서 참고). 미-일 무역협정이 전력망 현대화·발전 투자(예: GE Vernova, Kinder Morgan, Carrier Global, Cameco 등)로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냉전기 우주개발 경쟁과 유사하게, 정부·동맹의 재정 투입이 민간의 위험투자를 보완하는 구조가 재현되고 있다.
정책 포인트:
- 연방·주: 송전 규제·허가 간소화, 장주기 저장 인센티브, 가스·원전의 역할 재정의(무탄소 기저·청정수소 결합 등).
- 외교: 동맹국 간 전력·연료·광물 협력(예: 미-일), 지정학 리스크(중국 반도체·전력 병목) 분산.
- 시장설계: 용량·유연성 보상체계 정교화, 지역별 예비율 관리 강화, 머천트 전력과 장기 PPA의 균형.
5) ‘전력의 시대’가 여는 자본 흐름: 누가 구조적 수혜·리스크인가
주의: 아래는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산업·밸류체인 관점의 거시적 분류다.
5-1. 구조적 수혜 축
- 송전·배전(그리드): 수요 밀집 지역(DC 클러스터)과 발전자원 간 물리적 연결 확대. 케이블·변전·보호계전·용량증설 수요와 규제요금(RAB) 기반 투자 확대.
- 천연가스: 2030년까지 1.3조 kWh 추가 발전, AI 수요의 ~30% 관여 전망. 발전·파이프라인·LNG 가치사슬 동반 탄력.
- 원자력: 기저부하·저탄소 전원으로 점진 확대. 연료(우라늄)·정비·신규 SMR 논의가 현실화.
- 저장·유연성: 배터리(단주기)+수소·양수(장주기)로 계통 유연성 확보. 커테일먼트 완화와 전력 품질 보완.
- 머천트 발전: ’30년 머천트 비중 25%로 확대 전망—가격 노출로 수익 변동성↑, 스프레드 확대 국면에서 수익률 +300bp 개선 추정.
- 설비·HVAC·냉각: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장비(치열한 고집적화)와 효율 제품 수요 지속.
5-2. 경계·리스크 축
- 재생에너지·단독 확장: 커테일먼트와 망 병목 병행 시 수익성 변동성 확대. 폴리실리콘 감산으로 모듈가 ’27년까지 ~+15% 상승 압력.
- 비효율 DC 증설: ‘유령’ 프로젝트 난립·중복 신청—자본 배분 비효율·그리드 계획 왜곡.
- 정책·사회 수용성: 요금 인상·부지 인허가·환경·열섬 효과 등 지역사회 수용성 변수 확대.
- 지정학: 칩·전력·광물의 국가안보화 → 공급망 단절·수입 규제 리스크.
6) “가격의 신호”가 바꾸는 시장행동: 머천트화·PPA의 동시 확장
모건스탠리는 2030년 머천트 전력 비중이 전 세계 소비의 ~25%로 확대된다고 본다(’24년의 약 두 배). 예비율 하락·스프레드 확대·그리드 제약으로 도매가격의 상방 경직성이 강화되는 가운데, 장기 PPA는 데이터센터·하이퍼스케일러의 전력 확보 전략으로 더 길고 굵어질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시장노출(merchant)과 고정계약(PPA)이 병행 확장되는 이중 구조가 자리 잡는다.
기업 전략의 변화:
- 하이퍼스케일러: “전력 선점”이 경쟁우위—비트코인 채굴사·신흥 클라우드와 비정형 동맹까지 활용.
- 산업·전력사: 가스·원전 리포지셔닝, 장주기 저장 결합 포트폴리오로 CapEx-OpEx-정책 동조화.
- 금융·프로젝트파이낸스: 장기 PPA·용량요금·유연성 크레딧 등 새로운 현금흐름 가시성 구조 정착.
7) 사례 심층: 텍사스의 교훈—‘속도’가 ‘안전’을 앞지를 때
텍사스는 연결요청 220GW라는 “과열 신호”와, 승인된 실부하 7.5GW라는 “가시 부하”가 공존한다. 2021년 ‘유리’는 혹한 시 연료·송전·설비가 동시에 무너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데이터센터 24/7 부하가 ‘수일 지속형’ 혹한과 만나면, 배터리는 잔존용량 부족·야간 충전 제약으로 한계가 드러난다. 유연성 자원(수요반응·자가발전·비상공급)과 가스 인프라 동결방지(winterization) 규정을 결합한 리스크 관리 패키지가 필수다.
중요한 점은 수요의 질이다.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예측 가능 수요는 발전 투자에 트리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접속 신청의 현실성과 시간표를 그리드 계획에 정확히 반영하지 않으면, 과잉·과소투자 모두 초래할 수 있다.
8) 생산성·인플레·금리: ‘AI=성장’ 공식의 시차를 읽어야 한다
Capital Economics는 AI에 따른 생산성 가속이 아직 ICT 코어에 국한됐고, 광범위한 서비스로의 확산 증거가 제한적이라고 본다. 기술 가격 하락은 GDP 디플레이터를 –0.5%p 끌어내렸지만, 서비스 물가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 평가는 AI-전력 대전환의 경제적 보상이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금리·자본비용 측면에서는 BLS의 CPI 발표 지연 등 데이터 공백이 단기 정책 불확실성을 키운다. 그러나 중장기에는 전력 인프라 투자가 물가·요금과 상호작용하며 절대적 자본 수요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유틸리티·그리드는 규제요금 기반 투자로 든든한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반면, 머천트는 가격 변동성을 감수하고 ‘보상’을 얻는 길을 택한다.
9) 12~36개월 체크리스트: 숫자로 점검하는 변곡점
-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2030년 글로벌의 ‘약 절반’ 궤도 유지 여부.
- 그리드 CapEx: ’30년까지 +30~40% 증가 계획의 집행율, T&D요금의 비중(30%) 변화.
- 예비율: 미 주요 ISO(ERCOT/CAISO/PJM/NYISO) 예비율의 추세 하락·회복 관찰.
- 스파크 스프레드: 가스발전 마진(2027년 글로벌 ~+5%) 실현 경로, 연료·탄소 비용의 상쇄.
- 머천트 비중: 전 세계 소비 중 ~25%(’30년) 진입 속도.
- 가스·원전 프로젝트: 40GW+ 신규 발표(최근 2년) 실행율, SMR 제도화 진척.
- 모듈 가격: 폴리실리콘 감산의 모듈가 +15%(’27년) 실현 여부와 재생 프로젝트 IRR 변화.
- 그리드 혼잡: 커테일먼트 비율·송전 대기열(큐) 감소 속도—허가·표준화 성과.
- PPA 만기 구조: 하이퍼스케일러의 장기(>10년) 전력계약 확대, 가격 지표와의 상관.
- 정책·동맹: 미-일 전력 협력 프로젝트(발전·망 현대화) 실물집행과 예산 배분.
10) 산업·시장에 드리는 전략적 시사점(의견)
전력은 더 이상 배경 인프라가 아니다. AI 대전환의 속도 제한자(speed limiter)이며, 동시에 가치 창출의 전방이다. 정책-자본-기술의 삼각형이 투입되는 만큼, 향후 3~5년은 다음과 같은 ‘질서 재편’을 동반한다.
- (유틸리티·그리드) 규제요금 기반의 장기 투자사이클—가시성 높은 캐시플로우로 방어·성장의 동시 달성.
- (가스·원전) AI 수요의 안정적 흡수원—전환기 탄소관리·용량 보상과 결합한 재평가.
- (저장·유연성) 계통·시장 설계가 단주기+장주기의 포트폴리오 가치를 공식화.
- (머천트) 스프레드·예비율에 연동된 수익 변동성을 감내하고,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보상.
- (DC·하이퍼스케일러) 전력 선점이 곧 시간가치—PPA·자체발전·DR·열병합 등 에너지 전략 내재화.
- (정책·외교) 칩·전기·광물의 삼중 안전보장—동맹의 산업정책 공조가 경쟁우위로 직결.
투자자는 ‘AI=빅테크’ 단선 구도를 넘어 전력 밸류체인의 리레이팅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드·저장·가스·원전·머천트·설비·냉각·HVAC 등은 사이클 초기다. 반면, 재생에너지의 커테일먼트·망 제약 문제는 “단독 확장”의 수익성 변동성을 키운다. 결론적으로, AI-전력은 장기 성장의 양날검이다—전력 가격·정전·예비율이 현저히 긴장하는 구간에서, ‘안정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전례 없이 커질 것이다.
부록 A. 용어·개념 정리
- 스파크 스프레드: 도매 전력가격에서 연료비(주로 가스)를 뺀 발전 마진.
- 예비율: 최대수요 대비 가용설비 여유. 낮을수록 정전·가격 변동성↑.
- 커테일먼트: 재생에너지 출력이 망 제약으로 제한·폐기되는 현상.
- 머천트 전력: 규제요금·장기계약 대신 시장가격에 노출된 판매.
- Behind-the-meter: 수요자 측 자가발전·저장으로 그리드 의존 완화.
부록 B. 관련 최근 보도·데이터(요지)
- 모건스탠리: 2030년 세계 전력수요 35,093TWh; 2024년 전력가격 +15%; 그리드 투자 ’30년까지 +30~40%; DC 투자 ~2028년 $3조; DC 전력 2025~2028년 +126GW; 머천트 소비 2030년 ~25%; 발전 수익률 +300bp; 가스발전 2030년 1.3조kWh 추가, AI 수요 ~30% 담당; 모듈가 ’27년까지 ~+15%.
- 웰스파고·IEA: DC 전력수요 2030년 2~3배; 미국은 가스·원전 의존; 2035년까지 DC 전력 생산 급증; 하이퍼스케일러의 전력 선점·비정형 동맹 증가; 미-일 전력·제조 인프라 협력(기업: GE Vernova, Kinder Morgan, Carrier Global, Cameco 등).
- NERC·ERCOT(텍사스): 접속요청 83→220GW(’25년); 승인 7.5GW 실부하; 혹한 시 가용 69.7GW·피크 85.3GW—15GW+ 적자 가능; 2021년 ‘유리’ 정전 재발 우려; ‘유령 DC’ 중복신청.
- Capital Economics: AI 생산성은 ICT 중심, 서비스 전반 확산 제한; 기술재 가격 하락이 GDP 디플레이터 –0.5%p; 거시 보상은 초기·순환적 성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