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은 지금 ‘AI 인프라 초사이클’의 초입에 서 있다. 이 사이클의 본질은 단순한 반도체 업황이 아니라, 커스텀 실리콘의 부상, 전력망 확충, 제조·설비의 리쇼어링이 삼중으로 맞물려 장기간의 자본지출 재편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본 칼럼은 최근 뉴스 플로우와 수치에 기반해 이 사이클의 구조, 파급 경로, 리스크와 투자 귀결을 1년 이상(실제로는 5~10년)의 장기 지평에서 분석한다.
1) 커스텀 실리콘의 가속: 엔비디아의 패권 위에 쌓이는 새로운 축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생태계의 사실상 표준으로 군림하고 있다. 다양한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워렌AI는 2025년 기준 ‘매그니피센트’ 선두주자로 엔비디아를 꼽았고, 제프리스는 블랙웰·루빈 제품군 주문 전망을 근거로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로보틱스 칩 시장에서도 성능·생태계 우위가 강조됐다. 그러나 최근 뉴스는 또 하나의 축을 분명히 보여준다. 구글이 7세대 TPU ‘아이언우드’를 수 주 내 대규모로 개방하며 커스텀 실리콘 전략을 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 사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구글 TPU 7세대 ‘아이언우드’ 공개 예고: 외부 고객에도 폭넓게 제공될 예정이며, 대형 모델 학습과 실시간 에이전트 추론을 염두에 둔 설계다.
- 하이퍼스케일러 멀티칩 전략: 앤스로픽은 차기 Claude 운영을 위해 최대 100만 개 수준의 TPU 사용을 계획하며, TPU·AWS Trainium·엔비디아 GPU를 병행해 비용·성능·중복성을 최적화한다고 밝혔다.
- 클라우드-칩 서비스형 모델: 구글은 하드웨어 판매가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로 접근권을 제공한다. 알파벳의 3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151억5천만 달러)했고, 백로그는 1,550억 달러에 달한다.
- 대형 계약 확산: 앤스로픽과의 파트너십 확대는 2026년 1GW를 훌쩍 넘는 AI 컴퓨트 용량 투입을 시사한다. 메타와도 6년에 걸친 1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흐름은 ‘엔비디아 대체’가 아니라 ‘엔비디아 위에서의 다변화’에 가깝다. 미즈호·모건스탠리 등은 TPU의 가격-성능 우위를 지적하면서도, 단기간 엔비디아의 지배적 공급자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 중요한 대목은 개발자 친숙도와 소프트웨어 스택의 적응력, 그리고 클라우드와의 수직 통합이 결합되며 구글 클라우드의 점유·수익성 개선 여지를 키운다는 점이다.
2) 전력은 ‘진짜 병목’이다: 전주기 투자와 수요관리의 동시전개
분석가들은 향후 AI 인프라 확장의 병목을 ‘칩 공급’이 아니라 ‘전력’에서 찾기 시작했다. 구글이 ‘프로젝트 선캐처’라는 우주 태양광-TPU 실험을 공개한 배경에도 이 제약이 놓여 있다. 현실적으로는 지상 전력망의 대대적 증설과 효율화, 가스·재생·저탄소 전원 믹스의 빠른 보강이 먼저다. 최근 뉴스 플로우는 이 전력축의 현실적 수혜자와 지연 요인을 동시에 드러낸다.
- 철강 및 자재: 누코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입되는 철강 제품의 95% 이상을 공급한다고 밝혔고, 실적·가이던스에서 수주 레버리지 기대를 시사했다.
- 전력장비·마이크로그리드: 이튼, 에머슨 일렉트릭은 전력망 연결·분산전원 인프라 수혜 테마로 편입됐고, 에머슨은 마이크로그리드 하드웨어 톱 플레이어로 지목됐다.
- 유틸리티: 아메렌은 3분기 매출·이익 컨센서스 상회와 함께 2025년 연간 조정 EPS 가이던스를 상향했다. 데이터센터 수요와 송배전 설비투자가 규제산업형 수익가시성에 기여한다.
결론적으로, AI 컴퓨팅 파워의 수요 곡선은 ‘전력-장비-자재-토목’으로 파급된다. 이는 비주거 투자와 완벽하게 겹친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리쇼어링 촉매로 1) 100% 보너스 감가상각 재도입, 2) 8.9조 달러 규모로 공표된 국내·외 투자, 3) 비주거 건설 지출의 경기저점 등을 제시했다. 연준의 완화 경로(금리 인하 지속)와 맞물리면, 전력 인프라·데이터센터·제조시설(공장) 투자는 다년 간의 구조적 추세를 띨 공산이 크다.
3) 리쇼어링과 세제의 결합: 투자 회수기간을 앞당기는 회계 엔진
‘One Big Beautiful Bill’로 불리는 법안 서명이 7월에 이뤄졌고, 2025년 1월 이후 취득·운용 투입 자산에 100% 보너스 감가상각을 허용한다. 이는 감세 및 일자리법의 보너스 감가상각 단계적 축소 일정을 되감는 조치다. 기업은 감가상각을 선반영해 당해 과세소득을 낮추고 현금흐름을 즉시 개선할 수 있다. AI 인프라와 리쇼어링 설비투자에는 대규모 초기자본이 소요되는데, 이 제도는 회수기간을 체감적으로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비주거 투자 저점과 맞물리면, 2026년을 향해 모멘텀이 강화될 것이라는 소시에테제네랄의 분석은 합리적이다.
4) 자금조달 환경: ‘유동성의 리브랜딩’과 듀레이션 관리
뉴욕 연은 윌리엄스 총재는 준비금이 ‘충분함’ 수준에 근접했다며 12월 1일 양적긴축 중단을 공표했고, 조만간 대차대조표 확대 재개와 보유자산 만기구조 단기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동일 시점, 영란은행은 QT 과정에서 머니마켓 변동성 같은 ‘도로의 범프’가 불가피하나 유동성 설비로 완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석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기자금시장의 마찰은 정책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충분함’으로의 접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둘째, 듀레이션 단축 검토는 장기금리의 흔들림을 대비한 포트폴리오 미세조정 의미가 크다. 셋째, 대차대조표 재확대는 은행시스템 준비금의 안정을 통해 대규모 설비투자(유틸리티·제조·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회사채·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의 신용스프레드 안정에 간접 기여할 수 있다.
즉, 2025~2026년의 금리·유동성 환경은 ‘충분한 준비금 유지’라는 대전제 아래, 대규모 자본형 프로젝트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거나 최소한 급격한 훼손을 막는 방향으로 정렬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AI 인프라 초사이클의 금융적 토대를 강화한다.
5) 데이터와 사례로 본 초사이클의 단면
| 축 | 최근 확인된 사실 | 장기적 함의 |
|---|---|---|
| 커스텀 실리콘 | 구글 TPU 아이언우드 개방, 앤스로픽 최대 100만 TPU 사용 계획, 멀티칩 전략 | 엔비디아 지배력 위에 서비스형 칩 모델이 성장, 클라우드 수직통합 심화 |
| 클라우드 수요 | 알파벳 클라우드 매출 34% 증가, 백로그 1,550억 달러 | AI 워크로드 외주·내주 혼합, 클라우드 CAPEX 다년 확장 |
| 전력 인프라 | 누코 데이터센터 철강 95% 이상 공급 언급, 유틸리티 가이던스 상향 | 자재·장비·송배전 투자 확대, 규제산업형 수익가시성 강화 |
| 리쇼어링·세제 | 100% 보너스 감가상각 재도입, 발표 투자 8.9조 달러 | 회수기간 단축으로 설비투자 촉진, 2026년 강한 모멘텀 |
| 금리·유동성 | 연준 QT 중단 및 재확대 시사, BOE QT 변동성 완충 | 회사채·PF 시장의 스프레드 안정, 장기 프로젝트 자금조달 여건 개선 |
6) 리스크 매트릭스: 무엇이 사이클을 흔들 수 있나
- 전력망 병목의 고착화: 송전망 증설 인허가 지연, 변압기·스위치기어 리드타임 급등은 데이터센터 착공의 병목을 지속시킬 수 있다. 이 경우 CAPEX는 지연되나, 누적 수요는 해소되지 못해 더 긴 꼬리를 만든다.
- 정책·통상 리스크: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는 특정 하드웨어·부품 공급망에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 다만 본 사이클의 핵심 수요는 미국 내 하이퍼스케일러 투자라 정책 리스크의 1차 파급은 제한적일 수 있다.
- 금리 재상승·신용경색: ‘충분함’ 유지가 흔들릴 경우, 장기 프로젝트의 할인율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는 밸류에이션·착공결정을 지연시킨다.
- AI 상용화 속도 불확실성: 모델 성능 개선·수익화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일부 투자의 ROI가 늦어질 수 있다. 반대로, 생산성·서비스화의 증거가 축적되면 투자논리는 더 견고해진다.
- 노동·규제 병목: 숙련인력(전력·반도체·토목) 부족과 현장 규제의 지역별 차이는 공정 지연 요인이다.
7) 투자 프레임: 초사이클을 포착하는 다층 포지셔닝
본 사이클은 단일 섹터 베팅이 아니라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다층 포지셔닝이 합리적이다.
- 반도체·가속기: 엔비디아의 생태계 우위는 여전하되, 커스텀 실리콘 확장으로 클라우드와의 수직통합에 노출된 플랫폼도 구조적 수혜를 본다. HBM4 등 차세대 메모리에 대한 자신감도 확인되고 있다.
- 전력장비·마이크로그리드: 이튼·에머슨 일렉트릭처럼 분산전원·전력품질·그리드 인텔리전스에 노출된 업체의 CAPEX 레버리지는 긴 꼬리를 갖는다.
- 자재·건설: 누코 등 데이터센터 수요 직접 수혜 자재 기업, 토목·시공 체인의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 유틸리티: 수요 견인형 송배전 CAPEX는 규제산업형 수익가시성을 높인다. 다만 금리 민감도를 병행 고려해야 한다.
- 클라우드·플랫폼: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은 ‘서비스형 칩’과 AI 스택을 묶은 번들 전략으로 고객 고착을 강화한다. 백로그와 CAPEX 가이던스 추이를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
8) 지표 대시보드: 사이클의 ‘진행률’을 읽는 방법
- 하이퍼스케일러 CAPEX 가이던스: 알파벳은 상단을 930억 달러로 상향했고, 2026년 추가 증가를 시사했다. 동종사의 CAPEX 추이와 백로그는 선행지표다.
- 유틸리티 송배전 투자·요금 인상 인허가: CAPEX 승인과 수익기반 확대는 장기 배당여력과 가치평가를 좌우한다.
- ASML·핵심 장비업체의 수주·리드타임: 첨단 노광·패키징 장비의 예약은 12~24개월 후의 실투자를 반영한다.
- HBM·가속기 납기와 가격지표: 메모리·가속기의 타이트니스는 AI 인프라의 탄력성을 보여준다.
- 전력망 병목 지표: 인터커넥션 대기열, 변압기 리드타임, 지역별 송전 프로젝트 승인 속도.
9) 거시 변수와 밸류에이션의 ‘안정자’
노동시장은 완만한 냉각 국면으로 보인다. 공식 통계 공백 속 대체지표들은 채용 둔화·감원 증가의 조짐을 보이되, 대규모 해고 확산은 아직 제한적이다. 이는 연준의 점진적 완화를 지지하는 환경이며, 금리·유동성의 급격한 긴축이 재현될 가능성을 낮춘다. 뉴욕 연은의 QT 중단과 준비금 ‘충분함’ 관리 의지는 신용스프레드의 급격한 비대화를 억제하는 안정자로 작용한다. AI 인프라 초사이클은 그 사이에서 실물·금융 양면의 지지대를 갖는다.
10) 필자의 결론: ‘칩-전력-설비’ 삼중 축의 10년
첫째, 이번 사이클은 ‘반도체 업황’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커스텀 실리콘의 확장은 엔비디아의 생태계 위에서 서비스형 칩 모델과 클라우드 번들 전략을 성장시키며, CAPEX의 구조적 성격을 고착화한다. 둘째, 전력은 병목이자 기회다. 유틸리티·전력장비·자재로 이어지는 다층 가치사슬의 수익가시성은 장기화할 것이다. 셋째, 세제·리쇼어링·유동성은 회수기간을 단축하고 자금조달을 안정시켜 투자 결정을 촉진한다. 넷째, 리스크는 ‘속도’에 있다. 전력망·노동·인허가 병목은 단계적 지연을 낳겠지만, 누적 수요를 잠식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길어진 꼬리는 밸류체인 전반의 실적 지속성으로 귀결될 수 있다.
투자 전략은 단일 종목 베팅이 아니라, 반도체-전력장비-자재-유틸리티-클라우드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적 접근이 합리적이다. 지표 대시보드를 통해 CAPEX의 진행률과 병목의 해소 속도를 추적하되, 연준의 준비금 관리와 듀레이션 미세조정이 신용 스프레드 안정자 역할을 지속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요컨대, ‘칩-전력-설비’ 삼중 축의 10년은 이미 시작됐다. 이는 미국 증시의 섹터 간 리더십과 밸류에이션 지형을 구조적으로 재편할 것이다.
부록: 기사 기반 주요 팩트 인용
- 구글 TPU 아이언우드 개방 예고, 앤스로픽 멀티칩 전략과 1GW+ 컴퓨트 계약, 알파벳 클라우드 매출 34% 증가·백로그 1,550억 달러.
- 엔비디아 AI 인프라 우위, 제프리스 목표주가 상향, 워렌AI의 상위 3개 기업 선정(엔비디아·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
- 리쇼어링 촉매: 100% 보너스 감가상각, 발표 투자 8.9조 달러, 비주거 건설 저점·연준 완화 기대.
- 누코의 데이터센터 철강 공급 비중, 아메렌 EPS 가이던스 상향, 이튼·에머슨의 그리드·마이크로그리드 노출.
- 뉴욕 연은: 12월 1일 QT 중단·대차대조표 재확대·듀레이션 단축 검토. 영란은행: QT 중 단기금리 변동성은 설비로 흡수.
위 사실은 본 칼럼의 논리적 전개를 위해 인용한 공개 뉴스의 핵심 대목이다. 정량·정성 지표의 교차 검증과 정책·인허가의 현장 속도를 꾸준히 추적할 것을 제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