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스타트업 팔(fal), 1억2,500만 달러 시리즈 C 투자 유치… 기업가치 15억 달러 돌파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AI 인프라스트럭처 기업 팔(fal)이 1억2,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5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이로써 팔은 설립 4년 만에 ‘유니콘’ 지위를 공식화했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라운드는 실리콘밸리의 대표 성장주 투자펀드인 메리텍 캐피털(Meritech Capital)이 주도했다. 세일즈포스 벤처스(Salesforce Ventures), 쇼피파이 벤처스(Shopify Ventures), 구글 AI 퓨처스 펀드(Google AI Futures Fund)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킨드레드 벤처스·안드리센 호로위츠(a16z)·노터블 캐피털·퍼스트 라운드 캐피털·언유주얼 벤처스·빌리지 글로벌 등 기존 주주들도 재투자했다.

팔은 음성·영상·이미지 등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멀티모달 생성형 AI 모델’을 기업 고객 대신 클라우드에서 실행해 주는 서비스형 플랫폼(MaaS, Model-as-a-Service)을 운영한다. 기업들은 텍스트 기반 언어 모델 운용에 비해 높은 GPU(그래픽 처리 장치) 자원과 복잡한 파이프라인이 필요한 멀티모달 모델을 자체 구축하지 않고도, 팔의 API를 통해 곧바로 상용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다.

팔 최고경영자(CEO) 부르카이 구르(Burkay Gur)는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동일한 광고 소재를 사실상 무한대로 변주할 수 있다”며 “연령·성별·지역·관심사별 맞춤 이미지를 A/B 테스트해 전환율을 극대화하려는 전자상거래·디지털 마케팅 기업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이미지 생성 모델 시장은 소비자 서비스뿐 아니라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도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다. 2022년 말 오픈AI(OpenAI)ChatGPT가 텍스트 생성 기능으로 주목받은 데 이어, 2024년 4월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풍 이미지 생성 기능’이 공개되면서 주간 활동 사용자 수가 1억5,000만 명을 처음 돌파했다는 Similarweb의 집계가 이를 방증한다.

팔의 주요 고객사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온라인 광고 대행사, 패션·소비재 기업 등이다. 이들은 제품 사진 한 장을 업로드한 뒤 프롬프트(prompt)만 입력해도 계절·조명·배경·모델 착용 여부 등을 자유자재로 변경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대량 생성한다. 생성된 이미지는 자동으로 콘텐츠관리시스템(CMS)에 연동돼 신제품 론칭이나 국제 배송 지역별 캠페인에도 즉시 활용할 수 있다.

투자 라운드별 개념 정리
시리즈 C는 스타트업이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입증하고, 확장 단계에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3번째 이상 핵심 라운드를 의미한다. 보통 매출 고성장 국면에 접어든 기업에게 투자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넘어설 경우 ‘유니콘’으로 분류된다.

멀티모달·생성형 AI란?
멀티모달 AI는 텍스트뿐 아니라 음성, 이미지, 영상을 동시에 이해·생성하는 모델을, 생성형 AI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스스로 창작하는 모델을 뜻한다. 두 개념이 결합된 멀티모달 생성형 AI‘텍스트 → 이미지’·‘음성 → 영상’처럼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 간 변환 작업을 수행한다.

구르는 “우리가 맡는 일은 하드웨어 구축이 아닌 오케스트레이션”이라며, “엔터프라이즈 워크플로와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결해 모델을 실시간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GPU 사용률을 효율화한 덕분에 고객사는 자체 인프라 대비 평균 70%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망 및 시사점
기자가 취재한 업계 관계자들은 팔의 급격한 성장 배경으로 ‘비텍스트형 데이터 처리 수요’를 꼽는다. 음성·영상이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멀티모달 모델 최적화 역량은 향후 3년 간 AI 인프라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GPU 클라우드 비용이 전체 IT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커지면서, ‘MaaS(Model-as-a-Service)’ 형태의 외주 모델 운영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3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팔은 ▲대규모 언어·이미지 모델 통합 서비스 ▲데이터 거버넌스·보안 강화 ▲유럽·아시아 태평양 리전 확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EU AI 법안 시행이 본격화되면, 규제 대응형 모델 호스팅 수요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회사 측 전망이다.


※ A/B 테스트: 두 가지 이상 버전을 동시에 노출해 성과를 비교하는 실험 기법.
※ GPU: 그래픽 연산 전용 프로세서. 대규모 AI 모델 학습·추론에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