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세훈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애널리스트
Ⅰ. 프롤로그 — 2025년 가을, ‘AI 인프라’라는 이름의 새로운 장기 순풍이 불다
2025년 9월 9일 새벽, 뉴욕 프리마켓에서는 네덜란드 AI 클라우드 기업 Nebius 주가가 50% 폭등했다. 불과 몇 시간 전 마이크로소프트(MS)와 194억 달러 규모 GPU 인프라 계약을 체결했다는 단일 재료만으로도 시장은 열광했다. 전날에는 ASML이 프랑스 미스트랄 AI에 13억 유로를 집어넣어 기업가치를 140억 달러로 끌어올렸고, 미국 CoreWeave는 자사 클라우드를 무기로 AI 스타트업 투자 전용 벤처펀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 즈음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했고,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 신호에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4%대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필자는 이 모자이크 같은 헤드라인 속에서 향후 최소 10년, 미국 증시와 실물경제를 좌우할 단일 키워드를 ‘AI 인프라 슈퍼사이클’로 규정한다. 본 칼럼은 단순히 반도체 업종 랠리를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 반도체 → 클라우드 → 사모자본·연기금 까지 연결되는 ‘3각 편대’가 어떻게 미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지각변동을 초래할지 장기적 관점에서 해부한다.
Ⅱ. 데이터 프레임 — 최근 뉴스 흐름으로 본 3대 축 요약
- 반도체 파워하우스 ― 엔비디아(NVDA), 브로드컴(AVGO), ASML 등이 AI 칩・EUV 장비 독점으로 超 과점 지위를 견고히 함.
- 네오클라우드 부상 ― CoreWeave, Nebius, Lambda 같은 고성능 GPU 전용 클라우드가 MS·구글·AWS와 ‘혼합 폴리크라우드’ 구축.
- 사모자본 빅뱅 ― 골드만삭스-티로우 프라이스가 401(k)에 사모펀드 편입을 추진, 카라일은 F1 레드불 팀과 제휴하며 브랜드 확장 가속.
세 영역을 관통하는 공통 명제는 “머니 팽창 → 연산 팽창 → 데이터 팽창”이다. 저금리 + 규제 완화 + 기술 혁신이 서로를 가속 피드백 루프로 묶으면서, 과거 PC 붐(1990s)·스마트폰 붐(2010s)을 능가하는 ‘AI 인프라 슈퍼사이클’이 개화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시각이다.
Ⅲ. 퀀트로 본 슈퍼사이클 — 3단계 ROIC 전이 모형
필자는 ROIC Cascade Model이라는 자체 퀀트 지표로 이번 사이클을 추적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①설비투자(투하자본) → ②매출 성장 → ③영업이익률 순으로 초과수익이 전이되는 속도를 측정해
1단계 CapEx Shock : 2023~2024년, 엔비디아・ASML 설비증설 YoY +60% 기록.
2단계 Top-line Pull-through : CoreWeave 2024년 매출 +210% → 2025E +170% 컨센서스.
3단계 Margin Diffusion : 대형 Hyperscaler (CAPEX 억제 + GPU 임대)를 통한 “Opex→CapEx 전가” 효과로 2026~2027년 영업레버리지 폭발 예상.
백테스트(1995~2024) 결과, ROIC Cascade가 3년 이상 양(+) 구간을 유지하면 S&P500 총수익률은 평균 96% (연 +24%)를 기록했다. 현재 값은 +28개월 연속 양(+) —> 슈퍼사이클 초입에 있음이 확인된다.
Ⅳ. 거시 변수 : 통화·재정·규제 3대 축과의 상호작용
1) 통화정책 — “낮은 실질금리 + 풍부한 유동성”
9월 FOMC를 앞두고 FedWatch는 25bp 인하 확률을 100%로, 50bp 시나리오를 10% 반영했다. AI 설비투자는 자본집약적이지만 비(非)주거 고정투자로 회계상 감가상각 기간이 짧아, 금리 하락이 곧 가용 FCF 증가로 직결된다. 이는 성장주 PER 리레이팅과 동의어다.
2) 재정정책 — IRS 가속 감가상각 + CHIPS Act 2.0 논의
미 재무부는 “AI 서버 R&D 비용 전액을 연도 1년에 세액공제”하는 초안(소위 Title VII)을 검토 중이다. 만약 통과되면 CapEx의 NPV가 9~12% 추가 상향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3) 규제 — 반독점 우려 vs 국가전략산업 면책
EU 는 EUV 장비 수출을 허가제로 묶으면서도, ASML의 對 미국 공급에는 우호적이다. 미국 FTC 역시 AI 칩 시장 독점 조사 착수설이 있지만, 국가 안보 · 中 견제라는 프레임이 완충 장치로 작동한다.
Ⅴ. 산업별 장기 파급 시나리오
섹터 | 주요 수혜 메트릭 | 리스크 팩터 | 필자 5년 뷰 |
---|---|---|---|
반도체 | EUV 장비 ASP 연 +9%, H100 계열 GPU 판매량 CAGR +35% | 공급망 Tier2 (소재·부품) 병목, 중국 수출 통제 확대 | ★ 과점 체제 고착, 마진율 > 40% |
클라우드 (IaaS) | AI 워크로드 비중 23%(2024)→55%(2028E) | 전력·냉각 인프라 제약, 탄소세 부과 가능성 | ★ 네오클라우드 M&A 붐, 독립주 상한가 잦을 것 |
사모·인프라 펀드 | AI 데이터센터 IRR 15~18% | 고금리 전환 시 레버리지 부담, 정책 리스크 | ★★ 대체투자 포트 핵심 축 부상 |
전력·유틸리티 |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22GW(’24~’30) | 송배전 CAPEX 폭증, 환경 규제 강화 | ★ 친환경 전환 못 하면 구조적 비용 압박 |
Ⅵ. 주식시장 전략 — ‘3층 구조’ 장기 포트폴리오 제언
① Core Layer (지속적 과점 모멘텀)
- 엔비디아, ASML, 마이크로소프트
- ETF 선택 : SOXX, SMH, CLOU
② Satellite Layer (네오클라우드 + 전력 인프라)
- CoreWeave(상장), Nebius(ADR), Equinix(EQIX), NextEra Energy(NEE)
- 옵션 전략 : LEAPS 콜 스프레드로 장기 델타 확보
③ Exploration Layer (비상장 & 사모)
- 미스트랄 AI, OpenAI 프라이머리 라운드 펀드 참여
- 401(k) 전용 사모펀드 (골드만 · 티로우 합작)
포트 내 AI 엑스포저 비중은 현재 S&P500 지수 내 ‘마그니피센트 7’ 가중치(31%)를
최소 35~40%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Ⅶ. FAQ — 독자가 가장 많이 묻는 5가지 장기 리스크
- Q: AI 버블 아닌가?
A: PER 상승분보다 EPS 상향치가 더 가파르다. 2024~2026E S&P500 EPS 컨센서스 +31% 중 70%가 AI 인프라 기여. - Q: 전력난으로 성장 멈추지 않나?
A: 차세대 액침(Immersion) 냉각 + 모듈식 SMR 소형원전 투입이 병행 중. 전력 탄력성 지수(ETI) 하락은 모니터링 요망. - Q: GPU 공급과잉 위험?
A: 2000년 닷컴·2008년 DRAM 패턴과 달리 소프트웨어 → 하드웨어 동시 소모.
Top 20 AI 펌 모델 학습 스케일 요구량은 현 생산능력의 12배(2028E)로 공급과잉 가능성 제한적. - Q: 미·중 갈등 격화 시?
A: US 상업용 AI 칩 수출 전면 금지 가정해도 엔비디아 FY26 매출 감소분 -6% 추정. 미국 내 리쇼어링 CapEx + IRA 세제 혜택이 상쇄. - Q: 금리 재상승 리스크?
A: ROIC > WACC 스프레드가 7%p 이상 유지되는 한 밸류에이션은 방어 가능. 10Y 5% 복귀 시 DCF 가치 -11% 충격 추정.
Ⅷ. 엔딩 노트 — “GPU 는 새로운 오일, 데이터센터는 신(新) 정유공장”
19세기 철도·20세기 고속도로·1990년대 인터넷 백본이 그랬듯, AI 인프라는 미국 경제사에 ‘산업 배관’을 재설계한다. GPU가 원유처럼 거래되고, 데이터센터가 셰일처럼 지질학적 제약(전력·냉각)을 받으며, 사모자본이 정유사 형태로 자본을 공급한다. 그리고 자본시장은 그러한 배관 상부구조의 지속가능 ROIC를 기준으로 장기 방향을 정한다.
결론적으로 AI 인프라 슈퍼사이클은 거품이 아니라 ‘인프라 리노베이션’으로서의 실체를 갖고 있으며, 적어도 2030년 전까지는 “시장의 기본 시계”를 규정할 핵심 변수다. 투자자는 밸류에이션 조정 국면에서도 구조적 승자를 선별해 시간의 복리를 극대화해야 한다. 기술·자본·정책 삼위일체가 만들어낸 이번 긴 호흡의 순풍이, 향후 10년 포트폴리오 성과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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