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2025년 10월 마지막 주, 미국 빅테크 3인방(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은 나란히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숫자는 화려했다. 매출과 이익 모두 컨센서스를 웃돌았지만, 투자자들을 진짜 놀라게 한 것은 ‘설비투자(CapEx) 폭증’ 계획이었다. 세 기업이 FY25~26년 집행하겠다고 밝힌 총 CapEx는 최대 2,350억 달러—미국 국방부 연간 R&D 예산의 약 1.8배에 달한다. 필자는 이를 ‘AI 인프라 슈퍼사이클’이라 부른다. 본 칼럼은 이 거대한 투자 파도가 ▲미국 증시 구조 ▲실물경제 체력 ▲통화정책 ▲에너지·자원 수급 ▲노동시장 ▲글로벌 공급망 ▲규제·정치 지형 등 7개 축에서 어떤 장기 변화를 촉발할지 10년 호흡으로 조망한다.
1. 주식시장 구조: CapEx 레버리지가 밸류에이션 패러다임을 바꾼다
① 현상 진단
• 2020~2022년 S&P500 EPS 성장률 기여도는 FAAMG가 40% 이상 담당.
• 2023~2024년부터는 ‘AI CapEx’라는 새로운 서사가 PER(주가수익비율)을 재평가. 알파벳 PER 34배, 마이크로소프트 38배, 엔비디아 56배는 모두 5년 평균을 20~40% 웃돈다.
② 장기 전망
• CapEx 레버리지(=매출성장률 > CapEx 성장률)가 2027년을 기점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EPS 성장률이 가속될 가능성이 높다.
• ‘자본집약적 플랫폼’이라는 특성 탓에 중·소형 플랫폼 기업은 진입 장벽을 체감, M&A 프리미엄이 구조화될 것이다.
2. 실물경제 체력: 총요소생산성(TFP) 반등 트리거
미 노동생산성은 2005~2019년 연평균 1.4%에 그쳤다. 반면 1990년대 후반 ‘닷컴 투자 사이클’ 이후 5년(1996~2001년) 평균은 3.2%였다. AI·클라우드 전용 데이터센터는 GPU·ASIC·HBM 메모리 등 고부가 장비 투입이 수반되는 ‘자본 심화(capital deepening)’ 효과를 낳는다. 경제학 연구(De Loecker·Eeckhout, 2024)에 따르면 IT CapEx/노동비 비율이 10%p 증가할 때 TFP가 0.4%p 개선된다. 빅테크 3사가 발표한 투자 계획만 반영해도 2026~2030년 미국 TFP는 연평균 0.3~0.5%p 상방 여지가 열린다.
3. 통화정책: ‘공급 충격형 디스인플레이션’과 금리 고점 논쟁
Fed가 주시하는 코어 PCE는 2024년 3.0%→2025년 2.3%로 둔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더해지면 장기 중립금리(r*) 추정치는 현재 2.5%대에서 2.0%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있다. 즉 “높은 생산성→완만한 임금인상압력→정책금리 하향 안정”의 경로다. 다만 초기에는 CapEx 자금조달 수요가 회사채 발행 급증으로 이어져 금리의 하방 경직성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4. 에너지·자원: 전력 수요와 희토류·구리 슈퍼사이클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1GW급 AI 데이터센터는 연간 8TWh 전력을 소비, 이는 미국 전체 소비전력의 0.15%에 해당한다. 만약 FY26까지 빅테크 신규 데이터센터 용량이 15GW 추가되면, 미국 전력 수요는 단순 합산으로 2% 이상 증가한다. • 전력 믹스: 천연가스·신재생(특히 태양광+배터리) 설비 투자 붐이 가속, IRA 세액공제 정책 수혜. • 금속 수요: GPU 1개당 희토류 네오디뮴 0.5g, 구리 2kg가 소요된다. 2030년까지 누적 GPU 출하 5억 개를 가정하면 구리 100만 톤, 네오디뮴 2,500톤 추가 수요가 발생한다. → 구리·희토류 가격 상승 장기화. 미국은 MP Materials·USA Rare Earth 같은 업체의 증설을 전략적으로 지원할 공산이 크다.
5. 노동시장: 위협 vs 창출—AI 시대의 일자리 넷 임팩트
• 고용 파괴: 코딩·디자인·콜센터 등 반복지식노동 80만 명이 2030년까지 대체될 수 있다는 골드만삭스 추정.
• 고용 창출: 데이터센터 운영, AI 모델러, AI 윤리·감사 전문가 등 신규 직군 120만 명 창출 예상. 임금중간값은 기존 IT직 대비 20~30% 높을 것으로 추산.
• 정책 과제: 재교육(Re-skilling)과 지역 균형 투자. 특히 텍사스·애리조나 등 ‘데이터센터 벨트’ 지역에서 고용 편중 심화 가능.
6. 글로벌 공급망: ‘친미 동맹형’ 반도체 지도가 완성된다
AI 서버당 GPU 원가 비중이 45%까지 치솟자,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은 Arm·RISC-V 기반 자체 AI 칩 개발을 공언했다. 설계는 미국, 패키징은 대만·일본, 양산은 TSMC 애리조나 팹·삼성 텍사스 팹 등 ‘친미 클러스터’에서 이뤄질 확률이 높다. 이는 곧 중국이 GPU 공급망에서 점유한 약 8%의 조립·테스트 물량을 단계적으로 대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미·중 기술 디커플링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7. 규제·정치 지형: 빅테크의 ‘국가 전략 자산’화
AI 모델의 국방·외교적 활용도가 급증하면서, 미국 의회는 2027년까지 “AI 인프라 안보법(AIIA)”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핵심 골자는 • 외국인 지분 10% 이상 보유 시 인프라 데이터 접근 제한 • GPU 수출 허가제 등이다. 이는 빅테크를 사실상 반(半) 국책 플랫폼으로 규정하는 방향이며, 주주가치와 공익 사이 새로운 거버넌스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맺음말: 투자 전략·정책 시사점
- 투자 관점: 장기형(7년+) 투자자는 빅테크 자체보다 H100 후속 GPU 생태계, 고부가 전력·냉각 솔루션, 구리·희토류 채굴업체, 데이터센터 REIT를 주목할 타이밍이다.
- 정책 관점: Fed는 생산성 상승 효과를 인플레이션 모델링에 선제 반영, 중립금리 산정 로직을 재검토해야 한다. 재무부는 첨단 반도체·전력망에 대한 세액공제(IRA 2.0) 확대를 고민할 시점이다.
AI 인프라 슈퍼사이클은 이미 출발선에 섰다. 앞으로 10년, 빅테크의 CapEx는 단순한 기업 활동을 넘어 미국 경제의 체질과 세계 기술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 이중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