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슈퍼사이클의 ‘보이지 않는 병목’: 전력과 해저 케이블이 만들 장기 승자지도
경제 전문 칼럼 | 작성일: 2025-11-08
요약
- 엔비디아의 Blackwell 수요 급증과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HBM4 가동 계획이 보여주듯, AI 연산 가속기와 메모리는 장기 투자 사이클의 수혜 축이다.
- 그러나 AI의 지속 가능성은 GPU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력망과 해저 케이블이라는 ‘보이지 않는 병목’이 성장 속도와 지도를 가를 것이다.
- 메타·아마존·구글 등 웹스케일 기업의 해저 케이블 투자가 급증하고, TeleGeography는 2025~2027년 신규 케이블 투자액을 약 130억 달러로 추정한다.
- 홍해·발트해의 케이블 절단, FCC의 중대 기반시설 심사 강화, 미·중 기술갈등은 네트워크 리스크 프리미엄을 키운다.
- 모건스탠리와 도이체방크는 각각 AI 컴퓨트 10배 확대와 인플레이션·관세 리스크를 지목했다. 금리·관세·규제는 AI CAPEX의 속도조절판이 될 수 있다.
1) ‘GPU 슈퍼사이클’ 뒤에서, 두 개의 병목이 커진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Blackwell 수요가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파트너 TSMC에 웨이퍼를 요청했다고 C.C. 웨이 CEO가 언급했고, SK하이닉스는 내년 메모리 전량 완판을, 삼성전자는 HBM4의 엔비디아 공급 논의를 알렸다. 데이터센터 CAPEX는 2030년까지 3~4조 달러에 이를 수 있고, 2025년 AI CAPEX는 6,0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엔비디아와 월가의 메시지가 교차한다. GPU와 HBM은 분명 이 사이클의 핵심 부품이다.
그러나 이 칼럼은 시선을 달리 둔다. 성능을 끌어올리는 칩만큼, 성능을 전달하는 인프라가 중요하다. 학습·추론 데이터의 시공간적 대이동, 그리고 모델·파이프라인을 잇는 클라우드 백본 없이는 GPU는 전력 소모가 큰 금속 덩어리
에 불과하다. 메타는 AI를 위한 인프라 수요가 네트워크 연결성을 동반하지 않으면 “값비싼 창고”가 될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아마존은 미 동부-아일랜드를 잇는 320Tbps+ 해저 케이블 Fastnet을, 메타는 5개 대륙을 관통하는 총연장 50,000km 규모의 Project Waterworth를 추진한다. TeleGeography는 2025~2027년 신규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가 약 1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요지는 분명하다. 전력(Power)과 네트워크(Connectivity)는 AI 확장의 보이지 않는 병목이며, 투자자의 장기 성과는 이 병목을 가장 효율적으로 해소하는 기업과 영역에서 나온다.
2) 데이터는 바다를 건넌다: 해저 케이블의 장기 필연성
전 세계 국제 데이터·음성통화의 95%+는 해저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흐른다. 위성은 보완재이되, 지연시간과 단위 용량 비용의 물리적 한계를 가진다. AI 하이퍼스케일은 결국 대양 횡단 광섬유 위에서 작동한다.
“해저는 AWS를 포함한 모든 국제 연결의 핵심이다. 위성은 작동하지만 지연과 비용이 높고, 고객과 인터넷이 요구하는 용량·처리량을 제공하기 어렵다.” — 아마존 AWS 코어 네트워킹 부사장 매트 레더
웹스케일 기업의 투자 가속은 Submarine Telecoms Forum과 ASN의 코멘트로도 확인된다. 메타·구글·아마존이 이미 시장 50%를 차지할 만큼, 통신사 중심 구조에서 빅테크 중심으로 수요 구조가 이행됐다. AI가 도입되는 의료影像, 자율주행, 에이전틱 커머스(에이전트가 대신 구매·결제), 금융 실시간 리스크 관리 등 데이터 집약적 워크로드는 클라우드 간, 대륙 간 트래픽을 폭증시킨다. Morgan Stanley는 프런티어 모델 학습에 투입되는 컴퓨트가 ~10배 확대될 수 있고, 확장법칙이 유지되면 모델 ‘지능’은 2배 향상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연산의 질주는 연결성을 같은 속도로 요구한다.
리스크도 있다. 2025년 9월 홍해 케이블 절단으로 마이크로소프트 Azure가 아시아·중동 사용자 대상 서비스 지연을 겪었다. 발트해와 대만 주변에서 의도적 손상 의심 사례가 증가했고, NATO는 Baltic Sentry 작전으로 드론·항공·수중 감시를 강화했다. 미국은 FCC를 통해 중국·러시아 연계 리스크를 주시하고, 의회는 빅테크에 중국 업체 사용 여부를 질의했다. 메타·아마존은 중국 파트너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해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략자산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둘째, 규모의 경제를 갖춘 소유·공동소유 모델이 표준이 된다. 셋째, 복수 경로·자동 우회 설계는 더 높은 CAPEX를 수반하지만, 운영 리스크의 비용을 고려하면 필수의 보험료가 된다.
3) 전력망: AI의 ‘보이지 않는 제로(0)번째 레이어’
GPU·HBM 증설은 전력 밀도를 동반한다. 데이터센터의 랙당 전력은 수 kW → 수십 kW로 급격히 상승했고, AI 팜은 단지나 권역의 송변전 용량을 전제한다. 미국 남동부·중서부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배터리공장·전기차 공장 수요가 동시에 몰리며 전력망의 용량증설 리드타임이 칩 리드타임보다 길어지는 역설이 관찰된다. 전력망 적합성은 투자 지역의 우선순위 지표다.
정책 신호도 엇갈린다. 일본은 차기 경기부양책에 AI·반도체 17개 전략 산업 세제감면과 다년 예산을 포함해 설비투자 촉진을 꾀한다. 미국에서는 연방 셧다운이 장기화되며 FAA 감편 등 경제 활성 인프라가 영향권에 들어갔다. 도이체방크는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관세·재정부양·유가·성장서프라이즈가 겹치면 매파적 서프라이즈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금리·고유가·관세는 모두 AI CAPEX의 실질 비용을 높인다.
4) 경로의존성: 칩→메모리→네트워크→전력, 어디가 한계가 되는가
오늘의 종합 그림은 다음과 같다.
| 축 | 현재 관측 | 장기 변수 | 핵심 리스크 |
|---|---|---|---|
| 칩(GPU/NPU) | NVDA Blackwell 수요 강세, 주문 가시성 확대 | 수율·패키징·공정 전환 속도 | 수출규제·중국 판매 제한, 공정 병목 |
| 메모리(HBM) | SKH 완판, 삼성 HBM4 논의 | 적층·대역폭/전력 효율 설계 | 공급 타이트·원가 부담 |
| 네트워크(해저/광백본) | 웹스케일 단독/컨소시엄 확대, 25~27년 130억$ 투자 | 다중 경로/자동우회 표준화 | 케이블 절단·지정학·규제 심사 |
| 전력/전력전자 | 지역별 전력망 용량 제약 가시화 | 송변전 증설·효율/냉각 혁신 | 금리·규제 인허가 지연 |
칩·HBM은 유니트 이코노믹스가 뛰어나다. 그러나 네트워크와 전력이 묶이면, 시스템 수준에서 총소유비용(TCO)의 균형점이 바뀔 수 있다. 알파인 매크로는 중국이 칩 단품 성능 열위를 물량과 전력망으로 보완해 시스템 동등성을 추구하는 전략을 지적했다. 이는 칩 경쟁이 국가 인프라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뜻한다.
5) 시나리오 플레닝: 2026~2030, 무엇이 성장을 규정하나
| 시나리오 | 가정 | 인프라 결과 | 시장 함의 |
|---|---|---|---|
| BULL: 초연결 가속 | 컴퓨트 ~10배 확대, 관세 완화, 인허가 신속 | 해저 케이블·광백본·전력망 증설의 조기 정합 | GPU/HBM + 네트워크/전력 장비까지 동시 초과수익 |
| BASE: 계단형 확장 | 확장법칙 둔화, 관세 중립, 규제 강화 | 칩/메모리 선행, 네트워크/전력은 1~2년 시차로 정합 | 부품-인프라 순환적 주도, 섹터 로테이션 심화 |
| BEAR: 병목 고착 | 인플레 재발, 관세 강화, 수출규제 확대 | 전력/케이블 제약 상수화, CAPEX 재조정 | 밸류-퀄리티 방어 부각, 고성장 멀티플 압축 |
현 시점의 합리적 중앙값은 BASE에 가깝다. 즉, 칩/메모리가 네트워크/전력에 1~2년 앞서 선행하고, 후자가 단계적으로 따라붙는 계단형 확장이다. 다만 홍해·발트해와 같은 사건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BEAR 리스크가 커지고, 규제·관세가 완화되면 BULL 경로로의 비대칭 상방이 열린다.
6) 투자 지침: 어디서 알파가 발생하나
장기 관점의 포인트는 세 가지다.
- 칩/메모리: 엔비디아(가속기), 브로드컴(커스텀 가속기), TSMC(파운드리), SK하이닉스·삼성(HBM4). 수요 가시성과 공급 타이트가 결합한다.
- 네트워크 백본: 웹스케일의 단독·컨소시엄 케이블, 광전송/스위칭, 케이블 제조·포설·유지 생태계. 보안 내재화와 다중 경로 설계가 표준이 된다.
- 전력/냉각: 전력변환·UPS·배전, 액침냉각 등 고밀도 인프라. 송변전 인허가 리드타임을 견디는 자본과 EPC 역량이 강점이다.
섹터별 팩터로는 퀄리티·모멘텀의 조합이 유효하다. Validea가 분석한 DYNF는 퀄리티 91, 모멘텀 86으로, 고품질·추세 종목의 상대 강세를 시사한다. 다만 금리·관세 이벤트가 나타나면 밸류 팩터의 단기 베타가 커질 수 있다.
7) 리스크 매트릭스: 규제·관세·지정학
- 수출규제: H20 대중 수출 허용 여부와 ‘희토류 대 실리콘’ 보도는 AI 스택 전반의 파급을 키운다. 제재 완화는 데이터센터 CAPEX의 속도 가속, 강화는 이중생태계 분화를 자극한다.
- 관세·인플레: 도이체방크는 인플레이션 재상승 리스크와 매파적 서프라이즈를 경고한다. 관세 강화는 장비·부품 조달비용과 설치 CAPEX를 밀어 올린다.
- 케이블 보안: 발트해·홍해 사례는 복수 경로·자동우회를 전제로 한 설계를 표준화한다. NATO의 Baltic Sentry는 공공-민간 협력의 레퍼런스로 기능한다.
- 정책 타이밍: 셧다운 장기화는 공공 데이터 공백을 만들고, 항공·물류·통관 등 운영 리스크를 증폭한다. 프로젝트 착공·인허가에도 지연 비용이 전가된다.
8) 실행 체크리스트: 투자자와 기업이 당장 볼 것
- 리드타임 추적: 칩·HBM 수율/패키징→광전송/케이블 포설→변전·배전 증설의 병목 위치를 분기별 업데이트로 추적한다.
- CAPEX 가이드: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의 AI CAPEX와 케이블/광백본 라인아이템의 YoY를 본다.
- 보안 이벤트: 케이블 절단/지연 발생 시 자동우회 가동률과 복원 시간을 지표화한다.
- 규제 캘린더: FCC·의회·NATO의 가이드라인, 수출규제 변경·관세 발표의 분기별 이벤트 리스크를 캘린더링한다.
9) 기자 해설: ‘칩만 보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
시장은 칩과 점유율에 집중한다. 엔비디아·브로드컴·TSMC의 뉴스플로가 하루를 움직인다. 그러나 이번 사이클의 지속성은 더 넓은 생태계가 만든다. 해저 케이블과 전력망은 더디지만, 일단 깔리면 오랜 기간 기초 체력을 보장한다. Azure의 홍해 케이블 우회 경험은, 네트워크-전력-칩의 동시성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다중 경로와 자동 우회는 AI 시대의 네트워크 V2 표준이 될 것이다.
Morgan Stanley가 말한 1H26의 촉매(컴퓨트 10배, 지능 2배)는 하드웨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지탱할 전력과 광섬유는 규제·관세·인허가의 시간 함수다. 도이체방크의 경고처럼 인플레·관세가 상수화되면, AI CAPEX의 실질 비용은 올라가고 밸류에이션은 탄력적으로 조정된다. 반대로 일본의 세제감면처럼 정책이 리드타임을 단축해 준다면, 네트워크·전력의 장기 알파가 앞당겨진다.
전략은 단순하다. 가속기와 메모리의 선행을 누리되, 네트워크·전력의 지연 알파를 포트폴리오에 심어 두는 것이다. AI가 소비·결제·보건·제조의 코어 프로세스가 되는 2030년까지, 시장은 하드웨어에서 인프라, 다시 서비스-모델로 중심을 여러 번 옮길 것이다. 투자자는 그 속도차에서 초과수익을 구한다.
부록 1) 관련 사실 정리
- 엔비디아: Blackwell 수요 매우 강함, TSMC 웨이퍼 요청(수량 비공개). 중국 판매 관련 “활발한 논의 없음”.
- 메모리: SK하이닉스 내년 생산분 완판, 삼성전자 HBM4 공급 협의.
- 데이터센터 CAPEX: 2030년까지 3~4조 달러(엔비디아 프레임). 2025년 AI CAPEX 6,000억 달러 전망.
- 해저 케이블: 2025~2027년 신규 프로젝트 130억 달러(텔리지오그래피). 메타 Project Waterworth(5만km), 아마존 Fastnet(320Tbps+).
- 보안·사고: Azure 홍해 케이블 절단 영향, NATO Baltic Sentry 감시 후 발트해 절단 보고 감소.
- 규제: FCC, 중국·러시아 연계 리스크 심사 강화. 의회, 빅테크에 중국 업체 사용 여부 질의. 메타·아마존은 부인.
- 거시: 모건스탠리—프런티어 모델 컴퓨트 ~10배, 지능 2배 가능(확장법칙 가정). 도이체방크—인플레 상방·관세·유가·성장서프라이즈로 매파적 서프라이즈 가능성 경고.
부록 2) 용어 설명
해저 케이블: 해저에 매설된 광섬유 통신선. 국제 데이터·통화의 95%+ 전송.
TBps: 초당 테라비트 전송속도 단위.
확장법칙: 데이터·모델·컴퓨트 증가가 모델 성능 향상을 견인하는 경험칙.
HBM: 고대역폭메모리. 가속기 연산 데이터 공급의 병목을 해소.
자동 우회: 회선 장애 시 트래픽을 즉시 다른 경로로 전환하는 네트워크 기능.
CAPEX: 설비투자. 데이터센터, 케이블, 전력 설비 등 장기 자산 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