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클라우드 산업 현황과 도전 과제
인공지능(AI) 학습·추론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전력을 동시에 확보한 소규모 클라우드 사업자, 이른바 ‘네오클라우드’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중형 증권사 시포트 리서치 파트너스(Seaport Research Partners)는 15일(현지 시각) Coreweave와 Nebius에 대해 ‘중립(Neutral)’ 의견으로 신규 커버리지를 개시했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시포트는 보고서에서 “네오클라우드 업체는 전통적 하이퍼스케일러(아마존웹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 애저·구글 클라우드)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GPU와 전력을 빠르게 조달해 AI 전용 인프라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시포트는 특히 ‘GPU 부족’과 ‘전력 공급 제약’이라는 이중 병목이 하이퍼스케일러의 확장 속도보다 AI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네오클라우드 부상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Coreweave, Nebius, Lambda, Crusoe 등 다수 기업이 데이터센터 건립에 박차를 가하며 시장 공백을 메우고 있다.
네오클라우드란 무엇인가?
‘네오클라우드’는 neo(새로운)와 cloud(클라우드)의 합성어로, AI 연산에 최적화된 클라우드 인프라만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클라우드 사업자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가 범용 컴퓨팅·저장·네트워크 기능을 포괄하는 것과 달리, 네오클라우드는 대용량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고밀도 전력·냉각 설비를 집중적으로 투자해 딥러닝 학습·추론 같은 고성능 연산에 특화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이퍼스케일러’는 AWS·MS Azure·구글 클라우드처럼 전 세계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운영하는 초대형 사업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서비스 범위가 방대한 탓에 특정 지역·시점에서 GPU를 충분히 공수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바로 그 ‘공급 공백’을 채우는 임시 조력자로 네오클라우드가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 시포트의 설명이다.
수요 폭증…그러나 위험 신호도 뚜렷
시포트는 “이들 업체는 데이터센터가 지어지자마자 수용 능력이 다 찰 만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시에
“빠른 성장만큼 위험도 크다”
고 경고했다.
첫째, 막대한 선투자 비용이 부담이다. 다수 네오클라우드 기업은 암호화폐 채굴 사업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아, 이미 보유하던 전력·냉각 인프라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설비 교체가 불가피하다. 특히 GPU·전력 장비는 감가상각 속도가 매우 빨라 1~2년 내 자산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둘째, Coreweave는 올해만 데이터센터 투자비로 2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계획이다. 시포트는 “과도한 시설 투입, 고객 집중도가 높은 영업 구조, 동종 업체 간 치열한 단가 경쟁이 맞물리면 중소 사업자는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임시 창구’ 역할…언제까지?
현재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는 자체 GPU 수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네오클라우드에 초과 수요(overflow)를 위탁하며 시장 성장을 ‘자금 보증(underwriting)’하고 있다. 그러나 시포트는
“이 같은 수요 전가 현상은 일시적”
이라고 단언했다.
분석진은 “네오클라우드는 ‘가용 자원 부족’이라는 단기 비효율을 활용한 차익거래(arbitrage) 모델로 성립했으나, 시간이 흐르면 해당 비효율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GPU 공급망 병목이 해소되고 하이퍼스케일러가 자체 전력·냉각 시설을 확충하면, 임시 창구 역할은 끝날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 전망: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시포트는 “결국 자본력이 탄탄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소수 기업만 생존할 것”이라며 업계 전반을 관통할 광범위한 구조조정·통합을 예고했다. 즉, AI 수요 성장은 분명하나, 자본·운영 효율성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는 흡수·청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AI 반도체 시장의 공급 병목은 2023년 이후 완만히 개선되고 있으며, 대형 사업자는 차세대 GPU 자체 설계·제조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퍼스케일러→네오클라우드’로 흘러가던 임시 수요가 향후 2~3년 내 재흡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문가 시각과 국내 시사점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AI 모델 학습 수요가 단기간 꺾일 가능성은 낮지만, 설비 투자 효율성과 전력 비용 절감 기술이 사업 지속성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전력 단가가 높은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시장에서는 탄소배출권 비용과 전력 인프라 확장 허가가 추가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네오클라우드 모델에 진입하려면, 복합전력 인프라 활용(예: 재생에너지 PPA), 높은 장비 회전율을 전제로 한 자금 조달 구조 설계, 그리고 대형 고객사 다변화 전략이 필수로 꼽힌다. 시장의 ‘단기 과열’에 유의하면서도, 고부가가치 AI 서비스 제공 역량을 선제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궁극적으로, 네오클라우드가 한국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테마가 되려면 ▲자본 건전성 ▲안정적 전력·냉각 인프라 ▲맞춤형 AI 솔루션 같은 ‘삼박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급등락 위험이 높은 ‘테마형 투자’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