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 제조사 주가, AI 열풍 타고 사상 최고치 경신
미국 하드디스크(HDD) 업계 대표 기업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WDC과 씨게이트 테크놀로지(Seagate Technology)STX 주가가 올해 들어 각각 200% 이상 치솟으며 S&P 500지수를 크게 상회했다. 두 종목 모두 2025년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며 하드디스크 수요 폭증에 따른 기업 가치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2025년 10월 3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 주가는 전장 대비 11% 이상 급등해 장중·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는 2분기(2026 회계연도) 실적 가이던스가 월가 전망을 뛰어넘은 데 따른 것이다.
씨게이트 역시 이번 주 초 2분기 매출·이익 전망을 상향 제시한 직후 22% 이상 급등했으며, 10월 31일 현재 추가로 1.1%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 기업은 2025년 S&P 500 편입 종목 가운데 로빈후드마켓츠(Robinhood Markets)에 이어 연초 대비 상승률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AI 붐이 촉발한 스토리지 투자 — ‘6년치 선주문’까지 등장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웨스턴디지털이 최대 고객 5곳으로부터 2026년 말까지 이어지는 장기 구매 주문을 확보했다”면서 “AI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스토리지 부족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명확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12개월, 24개월 전만 해도 ‘AI’와 ‘하드디스크’를 한 문장에 넣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매우 흥미로운 국면이다.” — 마틴 프란드센(Principal Asset Management 포트폴리오 매니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AI 인프라 관련 누적 투자 규모가 2030년까지 3조~4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하드디스크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핵심적인 ‘콜드 스토리지(장기·대용량 저장장치)’ 솔루션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 CAPEX 증가가 이끌어낸 하드디스크 수요 체인
알파벳(구글 모회사)·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등 ‘빅테크 4인방’은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CAPEX) 예산을 일제히 증액하며 반도체·데이터센터 투자를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서버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빠른 속도를 제공하더라도, 대용량·장기 보관 영역에서는 여전히 HDD가 단가 대비 비용 효율성을 앞세워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다.
이처럼 클라우드·AI 서비스 규모가 커질수록 고속 메모리와 저속 대용량 스토리지가 병행 확대되며 하드디스크 업체들이 최대 수혜주로 부상했다. 실제로 S&P 1500 기술 하드웨어·스토리지·주변기기 지수는 올해 12% 이상 올라 10월 31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쟁 구도: 스핀오프 신생 기업 ‘샌디스크’까지
웨스턴디지털에서 2025년 2월 분사된 샌디스크(Sandisk)는 상장 이후 주가가 다섯 배로 급등했다. 오는 11월 6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10월 31일 주가는 3.6% 상승 마감했다. HDD 중심의 모기업과 달리, 샌디스크는 플래시 메모리·SSD 비중이 높아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용어 해설: ‘하드디스크(HDD)’는 자기 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대용량 데이터 보관에 유리하다. ‘AI 인프라’는 인공지능 모델 학습·추론을 지원하기 위해 구축되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을 포함한다. ‘CAPEX(Capital Expenditure)’는 장기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설비투자를 의미한다.
전망 및 분석
시장 참여자들은 ‘AI 기반 데이터 폭증’이라는 거시적 테마가 최소 향후 3~5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특히, 생성형 AI 모델은 학습 데이터와 파라미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므로 저장 용량 부족 문제가 구조적 이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는 20TB 이상 고용량 HDD 제품군을 앞세워 평균판매단가(ASP)를 높이고 있으며, 향후 HAMR(열보조자기기록)·MAMR(마이크로파자기기록) 등 차세대 기술을 통해 2028년 이후 40TB급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한다. 다만, SSD 가격 급락이나 클라우드 업체들의 자체 스토리지 개발이 변수로 지적된다.
투자 관점에서 하드디스크 업체들은 ‘AI 시대 필수 인프라’라는 평가를 받으며 밸류에이션(주가수익비율)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반면, 경기 침체로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이 주춤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결국, AI 인프라 확대→대용량 데이터 생성→스토리지 수요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가 유지되는 한, 웨스턴디지털·씨게이트·샌디스크 등 스토리지 3사의 ‘랠리’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