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대전환의 진짜 병목: 전력·메모리·인터커넥트가 2026년까지 미국 증시를 가른다
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요약
- AI 투자 사이클의 다음 국면은 “칩 그 자체”가 아니라 전력(파워)·메모리(원가 사이클)·인터커넥트(연결성)에서 병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 최근 모건스탠리의 데이터센터 하드웨어주 대거 하향(델·HPE 등)과 DRAM/NAND 가격 급등(9월 이후 최대 +60%) 우려, 메모리 조달 이행률 40% 경고는 그 단초다.
- Arm–엔비디아의 NVLink Fusion 개방, 인텔과의 연동 확대는 CPU 선택권을 넓히며 GPU 중심의 AI 인프라 표준을 더 공고히 할 전망이다.
- 전력은 구조적 병목으로 부상했다. 유틸리티(예: AEP 상향)·원자력/우라늄 테마에 대한 관심이 재점화되는 배경이다.
- 노동생산성은 AI로 계단식 상승하되, 단기적으로는 해셋 NEC 국장이 말한 ‘조용한 시기’—채용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 연준은 월러 이사발 12월 25bp 인하 지지 등 완화 바이어스를 굳히는 중이다.
1) 서론: ‘칩의 시대’에서 ‘시스템의 시대’로
생성형 AI가 전 산업의 생산함수를 다시 쓰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묻는 질문은 변했다. “최고의 칩은 무엇인가?”에서 “대규모 AI 시스템을 실제로 굴릴 수 있는 인프라는 어디서 병목이 생기나?”로 옮겨갔다. 최근 시장 뉴스 흐름은 그 답을 가리킨다. 메모리 가격 급등과 전력 부족, 그리고 CPU–GPU 연결성의 표준화라는 세 갈래의 신호다.
지난 수주 간 S&P500은 고점 대비 제한적 조정을 겪었지만, VIX 22 상단, 비트코인의 25%+ 급락 등 위험 프리미엄의 민감도는 높아졌다. CNBC의 마이클 산톨리는 “경계심이 확신을 압도한다”고 정리했다. 단기 노이즈를 걷어내면, 2026년까지의 중장기 구도에서 전력·메모리·인터커넥트가 승자·패자를 갈라놓을 것이다. 본 칼럼은 최근 공개된 객관적 뉴스·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경로를 도식화한다.
2)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그림자: 하드웨어 OEM의 마진 압박
모건스탠리는 델을 오버웨이트→언더웨이트로 더블 하향, HPE를 오버웨이트→이퀄웨이트로 낮추며 데이터센터 하드웨어주 전반에 경고음을 울렸다. 핵심 근거는 메모리 비용 급등이다. 리포트는 DRAM·NAND 가격의 급등과 함께 향후 두 분기 메모리 조달 이행률이 4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9월 이후 삼성전자가 메모리 가격을 최대 60% 인상했다는 보도도 맞물린다.
하드웨어 OEM/ODM의 원가 구조에서 메모리(BOM)는 10~70%까지 비중이 뛴다. 2016~2018년 사이클에서 현물가가 80~90% 급등했을 때, 완제품 업체들은 가격 전가만으로 이를 상쇄하지 못해 매출총이익률(GPM) 압축과 멀티플 디레이팅을 경험했다. 모건스탠리는 과거 사이클에서 델의 GPM이 95~170bp 축소된 사례를 재소환했다. 이번에도 “마진 역풍을 겪는 기업은, 성장률이 유사해도 마진이 안정적이거나 확장되는 동종 업종 대비 언더퍼폼한다”고 요약한다.
핵심 데이터 포인트
- 모건스탠리: 델 더블 하향(오버웨이트→언더웨이트), HPE 하향(오버→이퀄)
- 메모리 조달 이행률 40% 가능성, DRAM/NAND 급등
- 9월 이후 메모리 가격 최대 +60% 인상(보도)
- 2016~2018년 사이클: 현물가 80~90% 급등, OEM/ODM GPM 압축
이 구간의 ‘상대적 승자’는 누구인가. 투입 원가 상승을 강한 가격결정력으로 전가하거나, 스택 최적화로 비용/성능비를 개선할 수 있는 업체들이다. 반대로 BOM의 메모리 민감도가 높고 가격 전가력이 낮은 일반 하드웨어 OEM은 중기(12~18개월) 마진 압박 위험에 노출된다. 이는 ‘칩의 시대’에서 ‘시스템의 시대’로 투자 프레임을 바꾸라는 신호다.
3) 인터커넥트의 개방: NVLink Fusion과 CPU 선택권의 확장
CNBC에 따르면 Arm은 데이터센터급 Neoverse CPU가 엔비디아의 NVLink Fusion을 통해 GPU와 직접 통합될 수 있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CPU–GPU 상호연동을 전제로 한 인터커넥트 표준의 개방을 뜻한다. 엔비디아는 이미 자사 Arm 기반 CPU(Grace)와 GPU를 결합한 Grace Blackwell을 보유하지만, 인텔·AMD·커스텀 Arm 등 외부 CPU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플랫폼 개방성을 넓히는 중이다. 실제로 9월 엔비디아는 인텔에 5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히며 NVLink로 인텔 CPU 통합을 지원했다.
이는 두 가지 함의를 갖는다. 첫째, GPU 중심 표준은 유지하되, CPU의 다양성을 허용함으로써 하이퍼스케일러의 커스텀 최적화 니즈에 호응한다. 둘째, Arm 생태계는 ‘엔비디아 호환성’ 명문화로 설계·상용화 리스크가 낮아지며 확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칩 간 고대역폭·저지연 링크는 대규모 AI 트레이닝/서빙의 실효성(Throughput/Latency)을 결정한다. 인터커넥트 표준의 개방은 결국 AI 인프라 단가를 낮추고, 동일 전력 대비 성능밀도를 높이며, OEM/클라우드의 총소유비용(TCO)을 개선하는 길이다.
의미 요약
- NVLink Fusion: CPU–GPU 직접 통합 개방, 멀티벤더 수용
- Arm Neoverse: 엔비디아 호환성 강화로 파트너 상용화 촉진
- 인텔·AMD·커스텀 Arm까지 포용: 하이퍼스케일러 최적화 유인 확대
4) 전력: AI의 ‘산소’가 부족하다
AI 지출이 둔화될 것인가. 웰스 컨설팅 그룹의 지미 리 CEO는 “둔화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그는 “칩들을 실제로 사용하는 데 필요한 전력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유틸리티 대형주 AEP는 데이터센터 성장을 수혜로 본 제프리스에 의해 매수 상향되었다. 원자력/우라늄 테마(Oklo 등)도 전력 병목의 대안으로 재부각된다.
전력은 CAPEX–OPEX가 동시에 붙는다. 송전망 확충, 부지·허가, 환경 규제, 냉각 인프라가 맞물린 장기 의제다. AI 서버 한 대당 GPU가 최대 8개까지 페어되는 구성에서 전력·냉각의 단위당 소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유틸리티의 자본재 투자 사이클과 규제 ROE 트랙을 자극하고, 장기 전력 계약(PPA)의 가격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AI는 더 많은 전력과 더 깨끗한 전력을 원한다. 이 대목에서 원자력(기저전원)과 그 연료(우라늄)에 대한 전략적 관심은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 공급망 현실이다.
5) 노동생산성과 고용: ‘조용한 시기’의 파동
케빈 해셋 NEC 국장은 AI로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면, 기업이 신규 인력을 서두를 유인이 낮아져 채용의 일시적 둔화(quiet time)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일시적으로 규정했다. 생산성 향상은 소득·이익을 밀어 올리고, 그 재투자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고용을 재확대시키는 동학을 낳기 때문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이 신호는 이중적이다. 단기엔 임금–서비스 물가 압력이 완화되어 연준의 완화 바이어스를 지지한다. 중기엔 RoIC 상향과 실질성장률 상승으로 주가의 내재가치 축을 끌어올린다. 다만 전환기에는 업종·직무별 충격의 비대칭성(반복·규칙 기반 업무의 대체 위험 vs 복합적 의사결정·대면 서비스의 보완)이 커진다. 이는 교육·전환 비용의 정책 과제를 남긴다.
6) 통화정책: ‘리스크 관리’의 이름으로
월러 연준 이사는 12월 FOMC 25bp 추가 인하 지지를 공개 천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는 크지 않고, 초점은 노동시장”이라고 못박았다. UBS 역시 10월 의사록이 다소 매파적 논지 일부를 담더라도, 12월 인하는 유효하다고 봤다.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공식 통계 공백이 있었음에도 민간 데이터는 경기 하방 위험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이는 AI 인프라 사이클에 두 가지로 작용한다. 첫째, 자본비용(Cost of Capital) 완화는 전력·데이터센터 CAPEX의 경제성을 개선한다. 둘째, 달러·크레딧 여건의 안정은 메모리·반도체·설비 공급망의 투자 결정을 촉진한다. 다만 금리 동결/지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앞서 언급한 모건스탠리의 경고(메모리 조달·원가 급등)처럼 재무 채널의 압력이 위험자산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다.
7) 산업별 승자·패자: 2026년까지의 지형도
| 축 | 상대적 수혜 | 상대적 리스크 | 근거/트리거 |
|---|---|---|---|
| 전력(유틸리티/원자력) | 규제 ROE 상향, 데이터센터 PPA, 원자력·우라늄 밸류체인 | 규제·허가 리드타임, 금리 민감도 | AEP 상향(데이터센터 수혜), AI 전력 수요 급증 |
| 메모리(반도체 재고·가격) | 가격 상승 시 생산자 마진 개선(예: DRAM/NAND 생산사) | 하드웨어 OEM의 GPM 압박, 조달 이행률 저하 | 9월 이후 메모리 최대 +60%, 이행률 40% 경고 |
| GPU/인터커넥트 | NVLink Fusion 개방, 하이퍼스케일 표준화 | 수요-공급 조정 시 사이클 변동성 | Arm Neoverse–NVLink 통합, 인텔과의 연동 확대 |
| 하드웨어 OEM | 가격 전가력이 높은 프리미엄 세그먼트 | BOM 메모리 민감도↑, 마진 역풍 | 모건스탠리 대거 하향, 2016~2018년 유사 압축 사례 |
| 파운드리/고성능 패키징 | AI 수요 확장, 선단 공정·CoWoS 캐파 증설 | 고정비 레버리지, 사이클 변동성 | TSMC 목표가 상향(저평가-수요 포착) |
8) 시나리오 2025–2027: 베이스·불·베어
- 베이스(>50%): 연준 12월 25bp 인하, 2026년까지 점진적 완화. 메모리 가격 상승은 상반기에 피크아웃, 하반기부터 OEM 마진 회복. NVLink Fusion 개방으로 Arm·인텔·AMD 혼용 증가. 유틸리티 CAPEX와 원자력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확대. 결과: 반도체·전력·파운드리 상대적 아웃퍼폼, OEM은 상반기 조정/하반기 수습.
- 불(25%): 생산성 급등으로 실질성장률 상향, 연준은 더 빠른 완화. ETF 자금·정책(시장구조 법안 등) 호재로 AI 자금 유입 가속. 메모리 공급 정상화 빠름. 결과: GPU·메모리·파운드리·전력 동시 강세, 하드웨어 OEM도 빠르게 회복.
- 베어(25%): 금리 동결 혹은 긴 호흡의 ‘높고 오래’, 신용시장 경색, 디지털 자산·AI 고베타 디레버리징. 메모리 가격 고착, 조달 이행률 40% 장기화. 결과: 유틸리티 방어적 아웃퍼폼, OEM 수익성 압박 지속, 반도체·파운드리 변동성 확대.
9) 시장 미시구조: 크로스에셋 신호의 동조화
- 비트코인: 최근 일중 -2.9% (91,529), 주간 -13%. BTC가 위험자산의 선행지표로 작동하며 하락이 심화될 경우 미 주식 조정 심화 가능성(브렛 켄웰·eToro).
- VIX: 22 상단—지수 하락폭(사상최고 대비 <4%) 대비 상대적 예민한 공포 신호(산톨리).
- 달러·금리: DXY 강세·금리 경로는 성장주 밸류에이션 및 메모리/원자재 수입단가에 직결.
10) 투자 프레임: ‘인풋–연결–파워’의 관점 전환
AI 시대의 핵심은 인풋(메모리·전력)–연결(인터커넥트)–파워(전력·냉각·부지) 삼각축이다. 승자 기업은 (1) 가격결정력으로 인풋 리스크를 전가하거나, (2) 스택 통합·최적화로 비용/성능비를 끌어올리거나, (3) 규모의 경제·규제 체계를 등에 업은 전력 인프라에서 찾을 공산이 크다. 반대로 메모리 민감도↑·전가력↓ 기업의 12~18개월은 거칠 수 있다.
체크리스트(월간)
- DRAM/NAND 계약가격과 조달 이행률 추이
- NVLink Fusion·Arm Neoverse 레퍼런스 설계 상용화 뉴스
- 유틸리티 CAPEX·규제 ROE 업데이트, 데이터센터 PPA 체결 속도
- 연준 12월 결정(25bp 인하) 및 이후 경로
- BTC·VIX—위험 프리미엄 변동의 초단기 신호
11) 리스크 요인과 반론
- 메모리 공급 서프라이즈: 대규모 증설·수율 개선이 조기 반영되면 OEM 마진 압박은 빠르게 완화될 수 있다.
- 정책·규제: 송전망 확충·원자력 허가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는 전력 테마의 변동성을 높인다.
- 인터커넥트 표준의 경쟁: NVLink 중심 시나리오에 타 표준이 도전할 경우 생태계 경로가 분산될 수 있다.
- 크레딧 스트레스: 대체 크레딧 환매·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되면 고베타/성장주 디레버리징이 가속될 수 있다.
12) 사례와 근거: 뉴스 클립으로 보는 ‘퍼즐의 조각’
- 모건스탠리: 델·HPE 포함 7개 하드웨어주 하향—“메모리 조달 이행률 40%까지 하락 가능, 원가 급등 위험”
- Arm–엔비디아: NVLink Fusion 통합—“커스텀 Neoverse 칩과 GPU의 고속·저지연 연동”
- AEP 상향(제프리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수혜로 지목
- 지미 리: “AI 지출 둔화 아니다… 변수는 전력”
- 월러 이사: 12월 25bp 인하 지지—“인플레 재가속 우려 낮고 노동시장 위험 관리”
- BTC: 주간 -13%, 위험자산 선행 신호로 활용(브렛 켄웰)
13) 결론: 2026년까지의 ‘인프라 알파’
AI 사이클의 다음 라운드는 칩 이름이 아니라 시스템 최소단위의 비용·속도·전력이 좌우한다. 최근 데이터가 보여주듯, 메모리 가격·조달은 하드웨어 OEM의 12~18개월 실적 변동성을 키우고, NVLink Fusion의 개방은 CPU 선택권을 확대하며 GPU 중심 표준을 더 공고히 만든다. 전력은 모든 의사결정의 분모다. 유틸리티·원자력·우라늄·송전망은 AI 인프라의 ‘산소 공급원’이자 장기 알파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정책은 리스크 관리 프레임으로 기울었다. 연준의 12월 25bp 인하는 베이스케이스다. 생산성은 AI로 계단식 상승하되, 해셋의 지적처럼 고용은 전환기의 ‘조용한 시기’를 거칠 수 있다. 이 과도기 동안 시장은 전력·메모리·인터커넥트라는 세 가지 스위치가 켜지는 순서대로 승자와 패자를 재평가할 것이다. 2026년까지의 핵심은 간명하다. 인풋을 지배하고, 연결을 표준화하며, 전력을 확보하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