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의 일부 구간에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브로드컴( Broadcom), 코어위브(CoreWeave), 오라클(Oracle) 등 AI 인프라 구축과 직결된 세 기업의 주가가 연이은 급락세를 보이며 월가에서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025년 12월 1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세 회사는 지난 주 급락에 이어 월요일에도 약세를 이어갔다. 이들 종목은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의 흐름은 지출 수준을 정당화할 만큼의 수익(ROI·투자수익률)이 실제로 실현될 것인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확실히 AI 투자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ROI(투자수익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라는 말은 웰링턴 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의 후기 성장 담당 책임자 매트 위타일러(Matt Witheiler)가 CNBC의 ‘Money Movers’ 인터뷰에서 언급한 핵심이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일부에서는 그 ROI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위타일러는 낙관적 관점으로서 “전 세계의 모든 AI 기업이 더 많은 컴퓨트(계산 자원)를 제공하면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그러나 시장은 지난 주 발표된 분기 실적에서 반응을 보였는데, 반도체 제조업체인 브로드컴과 클라우드 인프라 공급업체인 오라클 모두 매출은 예상을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향후 수익성 둔화와 재무 부담에 더 주목했다.
오라클의 재원 조달과 장기 리스(commitment) 증가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해 채권 및 부채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회사는 새로운 메타(Meta)와 엔비디아(Nvidia)의 계약을 이유로 이번 회계연도 자본지출(CAPEX) 전망을 기존 $3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11월 30일 기준으로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용량과 관련한 리스(lease) 약정 규모가 $2,48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8월 말 대비 148% 증가한 수치이다. 이 약정의 만기는 통상 15년에서 19년에 이른다.
이와 같은 대규모 장기 약정과 자본지출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성장 기회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재무적 레버리지와 현금흐름 압박을 동반한다. 투자자들은 오라클이 이러한 약정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재원 조달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브로드컴의 매출 전망과 마진 압박
브로드컴의 호크 탄(Hock Tan)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로 늘어 $8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매출 증가는 맞춤형 AI 칩과 AI 네트워킹용 반도체 수요의 증가에 기인한다. 다만, 서버 랙을 구성하기 위한 부품 조달과 생산을 위해 대규모 지출이 이어지면서 수익성에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브로드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커스텐 스피어스(Kirsten Spears)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일부 AI 칩 시스템의 총마진(gross margins)은 낮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브로드컴 주가는 금요일 11% 급락한 데 이어 월요일 약 5% 하락해, 해당 주가는 최근 고점 대비 17% 하회한 상태가 되었다.
코어위브의 상장 이후 변동성
코어위브는 3월 나스닥 상장 이후에도 여전히 연간 기준으로는 상승세를 보였으나, 최근 투자 심리 악화로 인해 급락세가 발생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 토마시 퉁구즈(Tomasz Tunguz)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코어위브의 부채비율이 120%로 높다고 지적했다. 코어위브 주가는 금요일 11% 하락에 이어 월요일 약 6% 추가 하락해, 6월 고점 대비 약 60% 급락한 상태이다. 코어위브는 주로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다.
부채비율 논란과 비교
퉁구즈는 같은 글에서 오라클의 부채 대비 자기자본 비율(D/E ratio)이 500%에 달한다고 지적하며, 이는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메타(Meta), 구글(Google) 등 클라우드 경쟁사들의 7%~23% 수준과 비교하면 현저히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높은 부채비율은 이자비용 부담 증가와 신용등급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금리 상승기에는 추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용어 해설
ROI(투자수익률) : 투자로부터 얻는 이익의 비율을 뜻하며, 기업의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비가 장기적으로 수익으로 전환되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이다.
리스(lease) 약정 : 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데이터센터나 설비를 임대·약정한 계약으로, 장기 약정은 미래현금흐름에 대한 의무를 증가시킨다.
부채비율(Debt-to-Equity Ratio) : 기업의 재무레버리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높은 비율은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GPU(그래픽처리장치) : 병렬연산에 강해 자연어처리·이미지·비디오 처리 등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널리 쓰이는 핵심 하드웨어이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단기적으로는 거시 금리, 자본시장 유동성, AI 인프라에 대한 실질적인 수익 전환 시점이 투자 심리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1) 낙관 시나리오 : AI 수요가 예상대로 급증하고, 서비스 사업자들이 추가 컴퓨트에 대한 유의미한 매출 증대를 증명하면, 대규모 초기 투자 지출은 향후 수익으로 전환되어 기업 밸류에이션이 회복될 수 있다. 이 경우 브로드컴과 같은 칩 제조업체, 데이터센터 임대·운영사는 중·장기적 성장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2) 비관 시나리오 : 투입된 자본 대비 실질적 수익(ROI)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급증하면 고레버리지 기업은 재무적 압박을 받게 된다. 오라클처럼 대규모 장기 리스와 높은 부채비율을 지닌 기업은 신용비용 상승과 함께 주가 추가 약세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3) 중립적·혼합 시나리오 : 일부 기업은 AI 투자의 효과를 입증해 선별적 수혜를 보지만, 전체 섹터의 자금 조달 관행은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본집약적 사업모델을 가진 신생·중소형 업체들은 자금조달 환경 악화로 성장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AI 관련 대규모 설비투자와 장기 리스 확대가 채권시장 및 레버리지 비율, 신용 스프레드에 더 큰 민감도를 부여할 수 있다. 만약 기업들이 추가로 고금리의 채무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은행권과 기업 신용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및 시장 대응 포인트
투자자는 다음 요소들을 주의 깊게 점검해야 한다. 첫째, 기업들이 제시하는 구체적 자금조달 계획(채권·주식·리스 구조 등)의 투명성 여부. 둘째, 발표되는 분기별 실적에서의 AI 관련 매출과 해당 매출의 이익기여도. 셋째, 경기·금리 환경 변화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변화와 신용등급 리스크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단기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재무건전성 지표 악화 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종합하면, 현재의 주가 조정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라기보다는 대규모 자본지출을 어떻게 재원 조달하고, 실제 수익으로 전환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향후 투자 판단은 개별 기업의 사업 확장 속도와 재무구조 개선 계획, 그리고 광범위한 자금조달 여건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