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이중석 〈미국 주식·경제 장기 전망 칼럼〉
1. 서론: 왜 ‘AI 인프라 과열’인가
‘생성형 AI’라는 신기술이 2023년 말 시장에 등장한 뒤, 미국 자본시장은 연일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이 주도하는 이른바 ‘AI 모멘텀’은 불과 18개월 만에 S&P 500 시가총액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며 전 산업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장밋빛 성장 서사 뒤편에는 데이터를 학습·추론하기 위한 막대한 자본·에너지 투입 비용이 누적되고 있다. 이 칼럼은 AI 인프라 투자 붐이 향후 최소 1년, 길게는 5~10년 미칠 구조적 효과를 객관적 지표로 분석하고, 투자·정책·산업 측면의 기회와 리스크를 제시하고자 한다.
2. AI 투자 규모: 숫자가 말해 주는 현실
| 기업명 | 2022년 | 2023년 | 2024년 | 2025년(e) | 증가율(’22→’25) |
|---|---|---|---|---|---|
| 마이크로소프트 | $31B | $34B | $42B | $55B | +77% |
| 아마존 AWS | $60B | $48B | $52B | $65B | +8% |
| 알파벳 | $31B | $32B | $40B | $53B | +71% |
| 메타 | $32B | $33B | $28B | $40B | +25% |
| 엔비디아(설비·R&D) | $6B | $9B | $14B | $22B | +267% |
위 표에서 보이듯, 다섯 대 AI 핵심 기업의 2025년 예상 설비투자는 2,35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2020년 미국 전체 민간 설비투자(Fixed Investment)의 약 10%에 해당하며, 팬데믹 이전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3. 총요소생산성(TFP) vs. 자본집약도: 경제학적 균형을 묻다
AI 수요 확대는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지만, 총요소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셴펠드(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7년 미국 TFP 기여도는 연 0.5%p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AI 인프라 자본소모율(연간 감가상각/AI 고정자산)은 7%에 달해 재투자 부담이 크다. 이는 다음의 ‘잠재 성장률 식’을 통해 확인된다.
잠재성장률 = 노동투입 증가 + (자본/노동)α + TFP 상승 – 자본소모율
자본소모율이 TFP 개선폭을 상쇄하면, 장기 성장률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4. 전력 인프라: 10GW 데이터센터가 던지는 숙제
엔비디아·오픈AI·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10GW AI 슈퍼컴퓨팅’은 매사추세츠주 모든 주거용 전력을 합친 규모다.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1GW 발전소를 건설·연결하는 데 평균 3~4년이 소요되며, 총 건설비는 약 10억~12억 달러 수준이다. 에너지 믹스가 화석연료에 집중될 경우 탄소배출권 비용까지 누적돼 AI 서비스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5. 공급망 병목: GPU, 메모리, 고순도 물
- GPU: TSMC·삼성 생산 캐파 2025E 기준 85% 가동률. 미국의 CHIPS Act 지원에도 3나노 이하 공정 병목 지속.
- HBM 메모리: SK하이닉스·마이크론 양사 점유율 80% 이상. AI 서버 1대당 HBM 사용량 2023년 2.5GB → 2026년 6GB.
- 초순수(UPW) 물: 1MW 서버팜 운영 시 연평균 8만t 필요. 서부 가뭄 지역 데이터센터 확장 시 지역사회와 자원 갈등 가능성.
이처럼 물적 자본·원재료·인프라가 동시에 병목될 경우, AI 성장선이 ‘S-커브’ 상단에 조기 도달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6. 금융시장 파급: 밸류에이션 거품인가, 정당한 리레이팅인가
2025년 10월 기준, S&P 500 정보기술 섹터 PER은 31배로 10년 평균(22배) 대비 41% 프리미엄이다. 그러나 ROIC(투하자본수익률)은 18%로 동일 기간 평균(15%)을 상회해, 일정 부분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한다. 문제는 아래 지표처럼 FANG+10 상위 10개 종목이 S&P 500 EPS 기여도 55%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 2015 | 2020 | 2025E |
|---|---|---|
| 27% | 39% | 55% |
유사한 집중도는 1973년 ‘Nifty Fifty 붕괴’ 전후에도 나타났으며, 밸류에이션 조정이 올 경우 지수 변동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7. 고용시장 변화: ‘Jobless Boom’ 가능성
구인·이직(Layoff) 지수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미국 AI·테크 기업은 21만 명을 신규 채용했으나, 동일 기간 소매·운송·숙박업에서 32만 명이 해고됐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일부 고임금 개발자와 데이터 과학자에게 집중되는 반면, 레거시 산업 인력은 ‘콘크리트 실업(unemployment hysteresis)’에 갇힐 수 있다. 장기적으론 소득·지역 격차가 확대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내수 소비·정치적 양극화까지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8. 정책적 대응 시나리오
- Scenario A│유연 완화(Soft Landing)
연준이 2025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3.75%로 인하, AI 투자 기업의 재무비용 부담을 경감한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2.5% 안팎에 고정될 경우, TFP 상승이 자본소모율을 상쇄하며 잠재성장률 2.2% 유지. - Scenario B│과열·역풍(Overheat & Bust)
에너지·용량 병목이 심화돼 전력요금이 연 6% 상승, 2026년 헤드라인 CPI가 4% 복귀. 연준 긴축 재개 → 기술주 밸류에이션 수축 → 투자 위축 → 경기 급냉. - Scenario C│규제·세제 조정(Managed Slowdown)
정부가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세·탄소세를 단계적 부과, 동시에 투자세액공제(ITC) 확대해 재생에너지 연계 투자 유도. 자본·환경 부담을 분산하면서도 AI 혁신을 이어가는 ‘균형 경로’.
필자의 전망은 시나리오 C 가능성이 50%로 가장 높다. 트럼프 2기에 들어선 행정부도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수준의 산업보조 정책 프레임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9. 투자·산업별 장기 로드맵
- 반도체│CapEx 주기>실적 주기
TSMC·삼성 파운드리 증설 속도가 2026~2027년 과잉공급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음. 장비주 Pick & Shovel 전략으로 분산 필요. - 전력·유틸리티│Regulated Moat
데이터센터 PPA 장기계약 증가로 규제 유틸리티 기업의 현금흐름 가시성↑. 단, 고탄소 전력 믹스 비중이 높은 사업자는 탄소세 리스크. - 부동산(REITs)│Hyperscale DC 특화
에퀴닉스·디지털리얼티 등 코로케이션 모델→고성능 AI GPU 서버 온-프레미스 모델 전환 시 CapEx 부담 발생. - 중소형주│서비스 로봇·AI 응용
AI inference 단가 하락 시 SMB용 SaaS·로보틱스 채택 확산. 러셀2000내 선택적 장기 금맥.
10. 결론: ‘기술 혁신’과 ‘물리적 제약’의 공존
AI 인프라 열풍은 1990년대 인터넷, 2010년대 모바일에 이은 제3의 디지털 총체 변환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물리적 자본·에너지·노동이라는 삼중 제약을 요구하며, 총요소생산성 개선이 비용을 능가할지 여부는 아직 판가름나지 않았다. 정책·투자·산업이 합리적 분산에 성공한다면 미국 경제는 고부가가치·저인플레이션 성장 패러다임을 지속할 수 있다. 반대로 자본·전력 병목과 소득 양극화를 방치한다면, AI는 일시적 거품으로 기록될 뿐이다.
투자자에게 당부한다. 첫째, AI 테마에 대한 ‘주가-실적’ 간 시차를 인정하고, 초과 밸류 구간에서는 부분 현금화를 병행하라. 둘째, AI 전력·자본 비용을 헤지할 재생에너지·유틸리티·인프라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 셋째, 리스크프리미엄이 축소된 시기일수록 멀티팩터 ETF·액티브 대안 전략으로 분산을 극대화하라. 글로벌 경제가 AI 슈퍼사이클에 돌입한 것은 분명하되, 경기·정책·자원 제약이라는 ‘오래된 물리학’에서 자유로운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상, 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