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위협 증가에 고소득층, 저소득층보다 고용 불안 더 크게 느껴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고소득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이 저소득층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이직(노동시장 유동성)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최근 조사 결과들이 나타났다. 다수의 소비자·노동 관련 조사에서 고소득층의 노동시장에 대한 신뢰가 역사적 저점 근처까지 떨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2026년 2월 2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시간대 소비자조사(University of Michigan Survey of Consumers), 뉴욕 연방준비은행(뉴욕 연준)의 소비자 기대 조사, 그리고 급여 처리업체인 ADP의 민간 고용 데이터 등 여러 지표가 일관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들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은 고소득층(상위 1/3)의 노동시장에 대한 신뢰(특히 향후 실업률 상승 기대)가 저소득층보다 더 낮다는 점이다.

Jack HidaryADP 자료는 전통적으로 화이트칼라(사무·전문직) 직군에서 이직률(turnover)이 기록적 최저 수준에 와 있음을 보여준다. ADP의 넬라 리처드슨(Nela Richardson)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을 역동적으로 유지하던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의 정상적 상호작용이 약화되어, 활력보다는 비활동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시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사별 주요 내용

미시간대 소비자조사는 특히 고소득층(상위 1/3)의 노동시장 불안이 두드러지며, 이들의 노동시장 전망 지표는 19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장기 기록 가운데 역사적 저점 부근에 머무른다. 해당 지표에서 고소득층의 노동시장 전망 점수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 연준의 소비자기대조사(Survey of Consumer Expectations)는 “오늘 직장을 잃는다면 3개월 내 재취업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가 2013년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해당 데이터 집합에서 거의 최저 수준을 보여 실업에 대한 불안(실업 공포)이 높은 상태임을 확인했다.

ADP의 민간 고용 데이터는 금융(finance)·정보(IT)·전문·비즈니스 서비스(professional and business services)와 같은 전통적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이직률이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ADP는 1월에 전문·비즈니스 서비스 분야의 이직률이 자사가 기록한 것 중 최저였다고 밝혔다.


수치와 직업별 고용 상황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은 소득별 실업률은 직접 분류하지 않지만, 직업군별로 분류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 자료에서 금융업의 실업률은 1월 기준 2.1%로 나타났고, 전문·비즈니스 서비스 분야의 실업률은 4.5%로 집계되었다. 후자는 2025년 1월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한 수치이다.

이처럼 고용 자체는 고소득층에서 여전히 견조한 편이다. 다만 기대심리와 이직 의사 측면에서 불안과 보수적 태도가 뚜렷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문가 진단과 인용

UB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아렌드 캅테인(Arend Kapteyn)은 성명에서 “우리는 부분적으로 ‘AI에 대한 공포(AI fear)’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으며, 화이트칼라 직종이 AI로 인한 대체 위험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할 것이라는 점을 분석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우리의 추정은 부분적으로 ‘AI 공포’다.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위험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 — 아렌드 캅테인(UBS 수석 이코노미스트)

연준 인사들도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언했다.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는 “내 생애에 이만한 기술혁명을 본 적이 없다”며 우주개발,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출현에 버금가는 충격을 언급하고 기업·가계·정부가 AI를 어떻게 흡수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치몬드 연은 총재 토머스 바킨(Thomas Barkin)은 “사람들이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개연성에 즉각적으로 주목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AI로 인해 업무 수행이 가능해지거나 보완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제프리 슘(Jeffrey Schmid)도 장기적으로는 AI가 노동시장과 경제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슘 총재는 “과거처럼 다수의 신규 노동진입자가 나타나지 않는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 AI가 작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

이직률(turnover)은 일정 기간 내 직원이 조직을 떠나고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는 비율을 뜻한다. 노동시장 유동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되며, 높은 이직률은 일자리 교체와 직장 이동이 활발함을, 낮은 이직률은 상대적 정체 또는 고용의 안정성을 의미할 수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조사는 소비자 신뢰와 기대를 측정하는 장기적 통계조사로, 가계의 경제성향 및 노동시장 기대를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뉴욕 연준의 소비자기대조사는 응답자의 실업 우려와 단기 고용전망(예: 3개월 내 재취업 가능성) 등을 묻는 설문으로 노동시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추적한다.

화이트칼라(white-collar)는 사무직·전문직 등 육체노동이 아닌 지식·관리 중심의 직종을 말한다. AI 기술은 문서작성, 데이터분석, 프로그래밍 보조 등 화이트칼라 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할 가능성이 있어 해당 직군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경제적·정책적 함의와 전망

여러 지표가 시사하듯 고소득층의 노동시장 신뢰 하락은 단순한 심리적 요인을 넘어서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 첫째, 가계의 소비 행태다. 고소득층의 소비는 경기순환에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고소득층의 불안 심화는 소득 예측 불확실성을 키워 소비 성향을 보수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수요 둔화 압력을 형성해 일부 품목 가격 상승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

둘째, 노동시장 구조 변화다. 화이트칼라 직종의 이직률 하락은 노동시장 유동성 저하로 귀결되어, 기업들이 적정 인력 재배치와 신규 채용을 주저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인력 재편이 늦어질 수 있으며, 특정 직종에서는 숙련도의 불일치(skill mismatch)가 심화될 수 있다.

셋째, 임금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다. 노동시장이 비활성화되면 임금 상승 압력은 완화되겠지만, AI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부분적으로 임금 상승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중앙은행과 정책당국은 단기적 물가상승 압력과 중기적 생산성 변화를 모두 고려한 정책 스탠스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교육·재훈련(리스킬링) 정책의 중요성 증가다. AI로 인한 직무 재조정에 대비해 정부와 기업 차원의 재교육 프로그램, 직무 전환 지원, 사회안전망 강화가 요구된다. 연준 및 각국 중앙은행 인사들이 언급했듯 AI는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책은 단순한 보호에서 벗어나 노동시장 참여자들이 기술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결론

여러 지표는 AI의 확산이 기존 화이트칼라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이에 따라 고소득층의 노동시장 신뢰가 저하되며 노동시장 유동성이 약화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고용 자체의 수준은 여전히 견조한 편이며, 연준 인사들과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은 AI가 장기적으로 노동시장과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도 함께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시장 정책과 기업의 인적자원 전략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생산성 증대와 포용적 고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조정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