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소프트웨어 업종이 AI(인공지능) 리스크 우려에 흔들리며 동반 하락했다. 13일 장중 독일계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SAP의 주가는 7% 급락했고, 독일 건축·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업체 네메체크(Nemetschek)가 11.1%, 영국 회계 소프트웨어 기업 세이지(Sage)가 4.7% 하락했다. 반면 범유럽 지수인 Stoxx Europe 600은 0.2% 상승해 대조를 이뤘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바클레이즈(Barclays)는 이날 하락세를 두고 “조용한 여름장에 등장한 AI 부정적 내러티브가 단숨에 힘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은행 측은 “처음에는 근거가 약한 루머성 매도로 보였지만, 결국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무엇이 달라졌나? 바클레이즈는 최근 일주일 사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위협할 만한 AI 변수’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은행 보고서는 “헤드라인은 AI가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것처럼 묘사하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SAP를 비롯한 기존 업체들이 AI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I 관련 비관론 vs 낙관론
보고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제시하는 AI 관련 네 가지 약세 논리를 정리했다: ① AI로 1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② 기존 워크플로가 대체된다, ③ 챗봇 등으로 디스인터미디에이션(중개 축소)이 발생한다, ④ IT 예산이 AI 쪽으로 쏠려 전통 소프트웨어 수요가 위축된다. 그러나 바클레이즈는 “각 논리마다 반론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AI가 코딩 비용을 낮춰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 쉬워진다 해도 대형 기업은 복잡한 제품 포트폴리오, 규제 대응 경험, 탄탄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단순 툴을 대체하더라도, ERP·회계·설계처럼 오류 비용이 큰 솔루션은 여전히 검증된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분석이다.
“기업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AI든 기존 소프트웨어든 예산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는 구조적 변화가 아니라 경기순환적 조정에 가깝다.” — 바클레이즈 보고서
바클레이즈는 SAP에 대해 ‘컨스트럭티브(constructive)’—긍정적 시각을 재확인했다. 다만 “AI 리스크라는 내러티브가 지속된다면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경계도 곁들였다.
용어 풀이 및 맥락
- Stoxx Europe 600 — 유럽 17개국 600개 대형·중형·소형주로 구성된 대표 지수로, ‘유럽판 S&P 500’으로 불린다.
- 디스인터미디에이션 — ‘중개자 역할 축소’를 의미하는 금융·IT 용어로, AI 챗봇이 인간 상담사를 대체하는 현상을 예시로 들 수 있다.
- 생성형 AI — 데이터를 학습해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 새로운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AI(예: ChatGPT, Midjourney).
전문가 시각
AI가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재편할 것이란 ‘위협 서사’는 반복돼 왔다. 그러나 생산성 극대화·운영 효율이라는 기업의 본질적 목표를 감안할 때, AI는 신규 솔루션을 낳는 동시에 기존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특히 SAP처럼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은 AI 알고리즘 성능을 가속화할 ‘양질의 학습 데이터’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이는 진입장벽을 오히려 높이는 요인으로, 주가 급락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바클레이즈 의견은 설득력이 있다.
결론적으로, AI 공포에 따른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구조적 성장 스토리가 바뀐 것은 아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낙폭과대 구간’에서 장기 경쟁력을 갖춘 우량 소프트웨어 종목을 재검토할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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