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에서 시각효과 분야의 베테랑인 마이클 엥(Michael Eng)은 지난 해 제작 둔화로 해고·배제된 뒤 취업공고를 살피다 이력서상에 머신러닝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2026년 2월 14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엥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자신의 경력을 재설계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영화 제작 온라인 학교인 ‘Curious Refuge’를 찾았다. 그는 이곳에서 AI 도구를 배운 뒤 곧바로 관련 업무를 수주하기 시작했다.
Curious Refuge는 2023년 5월에 개설된 AI 영화 아카데미로 제너러티브 기술이 제작 현장을 재편함에 따라 업계 종사자들이 적응하기 위해 몰려드는 교육 허브로 자리 잡았다. 이 학교의 공동 설립자인 케일럽(Caleb)·셸비(Shelby) 워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10,000명의 학생이 강의나 워크숍에 참가했으며, 학생의 약 95%는 엔터테인먼트 또는 광고 업계 종사자들이다.
창업자들은 Curious Refuge가 전통적인 제작 인력의 기술 격차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학교는 2020년 설립 이후 2023년 초부터 다큐멘터리·내러티브 영화 제작과 광고 분야에서 AI 보조 제작 과정을 제공해 왔고, 현재는 11개 언어170개국의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의 강의는 사전 녹화본을 유료로 제공하는 형태로,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강사들은 주간 오피스 아워를 운영해 질의응답을 제공하고, 칸 영화제 등 주요 행사와 각국 대도시에서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주최한다. 또한 커뮤니티 플랫폼인 Discord는 게이머·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으며, Curious Refuge의 가상 커뮤니티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피트라 몰나르(Petra Molnar) 같은 사례는 취미 수준에서 출발해 AI를 통해 직업을 전환한 전형적 사례다. 몰나르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으로 예술대학 진학에 실패했고, 런던에서 치위생사로 일하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장을 잃었다. 이후 디지털 제품 디자인을 공부하고 자체 치과 앱을 개발하는 등 창작 쪽으로 전향했으며, ChatGPT와 Midjourney 같은 AI 기반 챗봇·이미지 생성 도구가 등장하면서 2023년 Curious Refuge 수업을 수강하기 시작했다.
몰나르는 AI를 활용해 광고 프로모션 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게 되었고, AI 인프라 기업 WhiteFiber의 프로모션 영상은 해당 기업이 상장했을 때 타임스스퀘어의 7층 높이 LED 전광판에 상영되기도 했다. 몰나르는 “AI가 내 삶을 진정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우리는 스튜디오 전체의 기본 이해 수준을 만들기 위해 개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공지능으로 가능한 것들, 창의적 가능성, 기술 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성과들을 제시한다” — Curious Refuge CEO 겸 공동창업자 케일럽 워드
Curious Refuge는 또한 스튜디오 현장에서 비공개 계약(NDA)을 맺고 AI 교육과 워크숍을 제공해 왔다. 공동 창업자들은 이러한 현장 교육을 통해 스튜디오의 전반적 이해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AI 도입을 둘러싼 우려도 여전하다. 배우 노조 SAG‑AFTRA는 AI로 생성된 배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의 등장에 대해 인간 연기자를 대체하는 “합성물(synthetics)”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AI로 일부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2024년에 의뢰된 한 연구는 제너러티브 AI로 인해 영화·텔레비전·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거의 120,000개의 일자리가 올해 말까지 통합·대체·또는 소멸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러한 수치는 업계 전반에 충격을 주며 재교육과 인력 재배치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제너러티브 AI의 등장을 유튜브의 출현에 비유하며 새로운 스토리텔러 세대의 출현 가능성을 제시한다. WME의 디지털 전략 책임자 크리스 자크맹(Chris Jacquemin)은 “일자리 손실과 이동이 있겠지만, 금융적 장벽이 낮아지면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되며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Curious Refuge가 기계학습 도구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가르치는 중요한 프로그램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AI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Promise’는 미디어 베테랑 피터 체르닌(Peter Chernin)의 North Road 스튜디오와 Andreessen Horowitz의 지원을 받는 유망 스타트업으로, 지난 2월 Curious Refuge를 인수했다. Promise 측은 이 학교가 AI 제작 기법에 능숙한 아티스트와 감독 등 인재 파이프라인을 제공한다고 보고 있으며, 업계 전반에서 AI 숙련 인재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우리처럼 될 다른 스튜디오들이 있을 것을 예상했다. 전통적 스튜디오와 배급사, 제작회사들도 동일한 인재를 찾을 것이다. 그래서 회사로의 적절한 인재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방안에 관해 많은 고민을 했다” — Promise 공동창업자 겸 사장 제이미 번(Jamie Byrne)
USC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센터의 AI·신경과학 프로젝트 책임자인 이브스 베르크퀴스트(Yves Bergquist)는 교육을 “지금 AI 분야에서 가장 큰 기회”라고 불렀다. 그는 기술의 복잡성과 빠른 변화 속에서 Curious Refuge의 강좌가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시각효과 아티스트인 엥은 Curious Refuge를 통해 이미 문을 열었다고 말한다. 그는 “나는 곧바로 도구에 뛰어들었고 곧바로 일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으며, 현재 로스앤젤레스의 무역학교 Studio Arts에서 AI 영화 제작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
전문 용어 설명
제너러티브 AI(Generative AI)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텍스트 생성 모델인 ChatGPT와 이미지 생성 모델인 Midjourney 등이 있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은 데이터에서 패턴을 학습해 예측·판단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영화 제작 과정에서는 장면 합성, 음향 보정, 편집 보조 등 다양한 작업에 응용된다.
Discord는 실시간 음성·텍스트 채팅이 가능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게이머와 개발자뿐 아니라 교육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히 활용된다.
산업적·경제적 영향 분석
AI의 도입은 단기적으로는 제작 과정의 자동화로 인한 일부 직군의 일자리 축소와 업무 재편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반복적이고 기술적 역량에 의존하던 일부 시각효과(Visual Effects) 보조 업무, 고급 합성작업의 일부 단계가 자동화되면 해당 영역의 인력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 반면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유한 인력에 대한 수요는 급증할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스튜디오와 제작사의 비용 구조는 변화가 예상된다. AI 도구는 특정 편집·합성·프리비즈(previsualization) 단계에서 인건비와 시간 비용을 줄여 단편적으론 제작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중소규모 제작사에게도 저비용 고효율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초기 투자비용(소프트웨어, 인프라, 교육)과 인재 확보 비용은 단기적 부담 요인이다. 특히 AI에 능숙한 인재 확보 경쟁은 인건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인수합병(M&A)과 인력 파이프라인 확보 전략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된다. Curious Refuge의 사례처럼 교육 기관을 통한 파이프라인 확보는 스튜디오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 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생산량 증가와 새로운 창작 형식의 출현이 기대된다. 낮아진 제작 비용과 접근성은 다양한 독립 제작자와 신진 창작자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여 콘텐츠의 양과 다양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스트리밍 플랫폼과 배급 생태계의 콘텐츠 경쟁을 촉진하고, 광고·라이선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리하면, Curious Refuge와 같은 AI 교육 기관은 단기적 인력 충격을 완화하고, 업계가 요구하는 새로운 기술적 역량을 공급함으로써 할리우드의 기술 전환을 촉진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을 통한 재스킬링(re-skilling)은 개인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스튜디오의 생산 효율성과 창작 역량을 확장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