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속 반도체주 급등…미국 증시 대체로 상승 마감

미국 뉴욕증시가 6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관련 기대감에 힘입어 대체로 상승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 대비 0.36% 오른 반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14%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는 0.78% 뛰어올라 장중·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2025년 10월 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12월물 E-미니 S&P500 선물은 0.37% 상승했고 같은 만기의 나스닥 선물은 0.75% 올랐다. 시장은 AI 관련 지출 확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완화 기대를 주된 호재로 받아들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AMD(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가 23% 넘게 급등하며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회사는 오픈AI와 수백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계약을 체결, 수년에 걸쳐 6GW 규모의 AMD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공급하기로 했다. 오픈AI는 대가로 AMD 주식 최대 1억6천만 주를 매입할 권리(워런트)를 확보했다. 이는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AI 투자 집행이 곧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강화했다.

주목

채권금리 상승이 주가 상단 제한

그러나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4bp 오른 연 4.16%까지 치솟으며 주가 상승폭을 일부 제한했다.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의 미래 현금흐름 할인율이 높아져 밸류에이션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다우지수 구성종목 가운데 베라이즌은 5% 넘게 급락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베라이즌은 단 슐만이 한스 베스트버그를 대신해 즉시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부각하며 주가를 매도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2주차에 접어든 점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정부 통계 발표가 연쇄 지연되면서, 지난주 월간 고용보고서에 이어 15일 예정됐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셧다운이 지속될 경우 64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가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늘고, 실업률은 4.7%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 확대…안전자산 수요↑

미 정부 셧다운, 연준 완화 기대, 프랑스·일본 정치 변수 등으로 금과 비트코인 등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가 탄력을 받았다. 금 가격과 비트코인 가격은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프랑스에서는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내각을 개편하며 레코르누 총리가 사임했고, 일본에서는 재정·통화 완화 정책을 선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다.

주목

이번 주 시장 관심은 관세·무역 문제, 셧다운 종료 시도, 그리고 8일 공개되는 9월 FOMC 의사록에 집중되고 있다. 9일에는 제롬 파월 의장이 커뮤니티뱅크 콘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할 예정이다. 10일 발표되는 미시간대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4.0으로 전월 대비 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실적 가이던스 ‘따뜻’…그러나 성장률은 둔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22% 이상이 3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이는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3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7.2%로 2년 만에 최저, 매출 증가율도 5.9%로 2분기의 6.4%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10월 28~29일 FOMC에서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95% 반영하고 있다.


해외 증시·채권시장 동향

유럽 스톡스50 지수는 0.35% 하락한 반면,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4.75%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춘절 연휴로 휴장했다.

채권시장에서 12월 만기 10년물 미 국채선물은 9틱 내렸고, 독일 10년물 분트금리는 2.719%로 2.1bp 상승했다. 영국 10년물 길트금리는 4.751%까지 올라 1주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유로존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1% 증가해 시장 예상치와 부합했다. 10월 센틱스 투자자신뢰지수는 -5.4로 전월보다 3.8포인트 개선돼 예상치 -7.7을 상회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점차 2%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며 2026년 회복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달 30일 ECB 회의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될 확률은 스와프시장이 1%로 반영하고 있다.


종목별 움직임

AMD 외에도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가 5% 이상, 팔란티어(PLTR)·KLA(KLAC)·ARM Holdings(ARM)·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가 3% 이상 상승했다. 램리서치(LRCX)와 마벨테크놀로지(MRVL)도 2% 넘게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이 12만6천 달러를 돌파하자 코인베이스(COIN), 갤럭시디지털(GLXY), 마라(MARA),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라이엇플랫폼스(RIOT) 등이 1% 이상 동반 상승했다.

크리티컬 메탈스(CRML)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분 취득을 검토 중이라는 로이터 보도 후 46% 폭등했다. 코메리카(CMA)는 피프스서드 뱅크의 109억 달러 규모 주식 인수 제안에 13% 뛰었다.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LY)는 8억5,500만 달러 규모의 사이텍 인수 계약 소식에 6% 올랐다.

반면 앱러빈(APP)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데이터 수집 관행 조사 소식에 14% 하락, S&P500과 나스닥100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아베크롬비&피치(ANF)도 JP모건이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내리자 7% 빠졌다. AT&T는 스코샤뱅크가 ‘아웃퍼폼’에서 ‘퍼폼’으로 내리며 4% 이상 떨어졌다.

엔비디아(NVDA)는 경쟁사 AMD의 오픈AI 계약 소식이 ‘AI 칩 독점’ 지위에 도전할 수 있다는 우려로 1% 넘게 밀렸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GPU(그래픽처리장치)는 고도의 병렬 연산을 수행해 AI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반도체다. 워런트는 일정 기간 내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자금 조달 및 투자 수익 기회를 제공한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통화가치 하락(화폐 가치 희석)을 예상하고 금·암호화폐 등 실물·대체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기자 전문 해설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수록 성장주, 특히 AI 관련 반도체주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10년물 국채금리가 재차 4.5%를 돌파한다면 밸류에이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또한 AMD와 오픈AI의 파트너십은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향후 AI 서버 시장 점유율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지표 공백이 투자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으므로, Fed가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유지하기 위해선 민간 지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포트폴리오 방어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투자자는 채권 듀레이션 관리AI·반도체 중심의 성장주 비중 조절을 병행하는 ‘바벨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