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장이 2026년 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025년 12월 25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2025년 마지막 세 달은 기술주 급락과 랠리가 교차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순환(사이클) 거래, 채무(데트) 조달, 높은 밸류에이션(평가) 등이 결합되며 AI 버블 우려가 증폭됐다.
이 같은 변동성은 투자자들이 누가 돈을 쓰고 있는지(지출자)와 누가 이를 만들어내는지(수익화·공급자)를 더 면밀히 구분하기 시작한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Blue Whale Growth Fund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스티븐 유(Stephen Yiu)가 지적했다.
유 CIO는
“투자자들은, 특히 ETF를 통해 AI에 노출된 개인 투자자들은 제품은 있지만 사업 모델이 없는 기업, AI 인프라를 위해 현금을 소진하는 기업, 그리고 AI 지출의 수혜를 받는 기업들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모든 기업이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AI가 초기 단계에 있다) 서로 다른 기업군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AI 기업군을 크게 세 갈래로 구분했다. 사모기업(스타트업), 상장된 AI 지출기업(스팬더·AI spenders), AI 인프라 제공업체다.
첫 번째 그룹에는 OpenAI와 Anthropic 등이 포함되며, 이들 사모·스타트업은 2025년 1~3분기 동안 벤처자본 유입액이 1,765억 달러($176.5 billion)에 달했다고 PitchBook 자료가 집계했다.
한편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메타(Meta) 등 빅테크는 Nvidia와 Broadcom 등 AI 인프라 제공업체에게 자금을 집행하는 쪽이다. 즉, 대형 플랫폼기업들이 AI 인프라에 대한 지출을 늘리며 이들 하드웨어·인프라 업체의 수혜자가 되고 있다.
Blue Whale Growth Fund는 기업의 프리캐시플로우 수익률(Free Cash Flow Yield)을 주가와 비교해 밸류에이션의 정당성을 판단한다. 프리캐시플로우 수익률은 자본적 지출(capex)을 제외한 이후 회사가 창출하는 현금의 양을 의미한다(재무 용어 설명).
유 CIO는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7) 내 대부분 기업이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 개시 이후로 상당한 프리미엄(프리미엄)을 반영한 채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가 세계를 바꿀 것이라고 믿지만, AI 지출기업에 과도하게 포지셔닝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며 자신의 펀드는 AI 지출의 수혜를 받는 쪽에 위치하길 선호한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Barclays) 프라이빗뱅크 및 웰스매니지먼트의 수석 시장 전략가 줄리앙 라파르그(Julien Lafargue) 역시 AI 과열 현상이 시장 전반이 아닌 특정 세그먼트에 집중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더 큰 위험은 AI 강세장에서 투자를 확보했지만 아직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들에 있다”
며 예로 일부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 관련 기업들을 들었다. 라파르그는 이러한 경우 투자자들의 포지셔닝이 구체적 성과보다는 낙관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했다.
빅테크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
AI 투자의 차별화 필요성은 빅테크의 비즈니스 모델 진화와도 연결된다. 전통적으로 자산경량(asset-light) 형식이던 기업들이 AI 전략을 추진하면서 기술 인수, 전력·토지 확보 등으로 자산집약적(asset-heavy)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메타(Meta)와 구글(Google)은 GPU, 데이터센터, AI 기반 제품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s)로 변모했고, 이는 리스크 프로파일과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킨다. 여기서 “하이퍼스케일러”란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며 클라우드 및 AI 서비스 제공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서버·네트워크·전력을 소유·운영하는 기업을 뜻한다.
슈로더스(Schroders)의 멀티애셋 인컴(Multi-Asset Income) 책임자 도리안 캐럴(Dorian Carrell)은 이러한 기업들을 과거처럼 소프트웨어나 설비투자(capex)가 적은 기업으로 평가하는 것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이것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수년 내에 성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높은 성장 기대가 이미 반영된 상태에서 높은 배수를 지불하는 것이 옳은지 질문해야 한다”
고 말했다.
올해 기술기업들은 AI 인프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채무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메타와 아마존 등은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Quilter Cheviot의 글로벌 기술리서치 책임자 겸 투자전략가 벤 배리저(Ben Barringer)는 이들 회사가 여전히 순현금(net cash)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재무구조가 타이트할 수 있는 기업들과의 중요한 구분이다.
캐럴은
“사모 부채(private debt) 시장은 내년에 매우 흥미로울 것”
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실적·밸류에이션·시장 영향 분석
스티븐 유는 증가하는 AI 관련 비용이 그에 상응하는 추가 수익을 넘어서지 못하면(Incremental AI revenues가 비용을 상회하지 못하면) 마진(이익률)이 압축되고 투자자들은 투자수익률(ROI)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하드웨어·인프라의 감가상각(depreciation)으로 인해 기업 간 실적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변화와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밸류에이션의 재분배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즉, AI 지출기업(spenders)에 대한 프리미엄 축소와 AI 인프라·하드웨어 제공업체에 대한 상대적 재평가(re-rating)가 일어날 수 있다. 둘째, ETF와 소매 투자자 중심의 포지셔닝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ETF를 통해 광범위하게 노출된 개인 투자자들은 세부 기업군의 차이를 명확히 반영하지 못했으나, 향후 성과 차별화가 두드러지면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다.
셋째, 부채를 활용한 자금조달이 늘어나는 가운데 금융비용의 증가는 특히 재무상태가 취약한 기업의 위험을 증대시킨다. 이는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사모부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 및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 하드웨어(예: GPU)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선행투자가 장기적 고정비용 증가를 초래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ROIC(투하자본수익률) 저하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특정 인프라를 독점적으로 확보한 기업들이 기술·비용 우위를 통해 수익을 확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같은 변화는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치 평가 지표(예: 프리캐시플로우 수익률, 밸류에이션 배수)와 현금흐름 생성 능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AI 관련 캐시버닝(현금 소진) 기업과 아직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신생기업에 대해서는 보수적 시각과 엄격한 펀더멘털 검증이 필요하다.
용어 설명
프리캐시플로우 수익률(Free Cash Flow Yield)은 회사가 설비투자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창출하는 현금(프리캐시플로우)을 시가총액 등 주가와 비교해 산출하는 지표로,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 대비 주가 수준을 평가하는 데 쓰인다.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수많은 서버, 대형 데이터센터, 막대한 전력 소비 등)를 보유해 클라우드·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기술기업을 뜻한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이 대표적 예다.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대규모 병렬 연산 능력을 갖춘 반도체로, 최근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inference)에 필수적인 하드웨어다. 고성능 GPU에 대한 수요가 AI 인프라 투자의 핵심 동력이다.
전문가 관점의 종합적 시사점
요약하면, AI 시장은 2026년에 접어들며 지출 주체(스팬더)와 수혜·공급자(인프라·하드웨어 제공업체) 간의 성과 차별화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단순한 기술 낙관론만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기보다, 현금흐름 생성 능력, 밸류에이션의 정당성, 재무구조(순현금 여부), 자산 감가 및 고정비 증가에 대한 민감도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와 밸류에이션 재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중장기적으로는 인프라 우위와 비용 효율을 확보한 기업들이 더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와 자산운용사는 포트폴리오 내에서 AI 지출기업과 AI 인프라 제공업체를 구분해 리스크 관리와 수익률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