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AI 연산 전력, 이제 ‘한계비용 제로’ 신화가 무너진다
2025년 8월 18일 구글·카이로스 파워·TVA가 체결한 허미스-2(Hermes-2)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 공급·전력구매 계약은 단순한 발전소 건설 뉴스가 아니다. 이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야기한 폭발적 전력 수요, 미국 전력망 노후화, 그리고 화석연료 규제 강화라는 세 갈래 장기 추세가 교차한 지점에서 탄생한 전략적 해법이자, 향후 최소 10년간 미국 주식시장과 거시경제를 재편할 ‘에너지-테크 복합 모멘텀’의 서막이다.
1. AI 슈퍼사이클이 촉발한 전력 초과수요
①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추정치
• 2023년 미국 데이터센터 총 부하: 22GW(추정)
• 2030년 전망치: 55~70GW(연평균 13~16% 증가)
자료: IEA, 미 에너지부, 민간전력컨설팅연구소
② 왜 이렇게 빨라졌나
• 생성형 AI 모델 파라미터 수는 GPT-3 대비 GPT-5에서 20배↑.
• 파라미터 10배 증가 시 학습용 전력은 통상 30배 증가.
• 메모리·쿨링·네트워킹까지 포함하면 총 소비전력 증가율은 45~50배.
③ 기존 전력망의 구조적 병목
• 태양광·풍력은 출력 변동성→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99.999% SLA 충족 어려움.
• 가스발전은 잦은 피킹 운전으로 단가 상승, 탄소규제로 PPA 기간 단축.
• 대형 경수로는 착공~운전 10년, 비용 초과·정치적 반대 상수화.
2. SMR, 빅테크의 클린-컴퓨트 해법으로 부상
SMR의 정의와 장점은 이미 많다. 핵심은 ‘모듈화’와 ‘저비용, 고가동률’이다. 소설처럼 들리던 개념이 현실 전략으로 전환된 계기가 바로 이번 허미스-2다.
“우리는 데이터가 물보다 귀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SMR은 물을 끌어다 쓰듯, 연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전기를 공급해 줄 데이터 시대의 수도관이다.” — 필자 이중석
경제성 측면: 허미스-2 50MW 출력은 소형이지만 모듈 단가 3,000달러/kW로 건설 시 총 CAPEX 1.5억 달러 안팎. 가스 터빈과 유사하지만 연료·탄소비용을 40% 이상 절감.
안전성 측면: 액체염 냉각→저압 운전→격납건물 축소→사고 시 수동 냉각이 작동.
규제 측면: NRC가 리스크 정보 기반 심사체계 Part 53을 도입하면서 심사기간이 42개월→24개월 단축 예상.
3. 구글·카이로스-TVA 계약 구조가 보여 준 ‘민관협치 2.0’
주체 | 역할 | 장기편익 |
---|---|---|
구글 | 최대 50MW 전력 오프테이크, 최대 32억달러 백스톱 | AI 연산 단가 고정, RE100 달성 가속 |
카이로스 파워 | 설계·건설·운전, CapEx 리스크 부담 | 첫 상업참조(reference) 확보→수주 레버리지 |
TVA(연방 공기업) | 망 연결·송전, 전력매입단가(PPA) 확정 | 재생 불안정성 보완, 탄소중립 목표 2035 앞당김 |
이 계약은 전통적 IPP-유틸리티 PPA가 아니라, 빅테크가 발전 자산에 직·간접 지분을 넣고 공기업은 규제장벽 및 송배전망을 제공하는 ‘산업-금융-공공 삼중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진화형이다.
4. 장기 파급효과: 주식·채권·원전밸류체인 점검
4-1) 미국 주식시장 섹터별 수혜·위험
- 데이터센터 리츠(REITs): 디지털리얼티, 이퀴닉스 실질 EPS 증가율이 전력단가 민감도를 상쇄할 전망. P/FFO 프리미엄 정당화.
- 원전 EPC/밸브·펌프 업체: 플루어, BWX테크놀로지 매출 가시성 상승. 시장은 아직 ‘경수로 의존도’ 고정관념에 묶여 밸류에이션 저평가.
- 우라늄 생산·정련: 카메코, 카자토프롬은 SMR 보급 시 수요 탄성이 제한적(소형로 연료 소모량 적음)→단기 과열 경계.
- 가스·석탄 발전·석유 메이저: 장기 PPA 경쟁력 약화, ESG 디스카운트 심화. 단, LNG 수출은 유럽·아시아 수요로 방어적 성격 유지.
4-2) 채권·크레딧시장
TVA는 연방 정부 보증부 AA 등급 채권을 발행한다. 향후 SMR CapEx 반영으로 부채비율 55%→62% 전망. 그러나 PPA에 따른 고정수익이 담보되므로 스프레드 확대 제한적. ESG 채권(녹색본드)으로 분류되면 그린리엄(Greemium) 5~7bp 절감 효과 가능.
4-3) 정책·규제 프레임
미 의회는 원전생산세액공제(PTC) 45Y를 2035년 신설·연장 가능성을 논의 중이다. SMR 단가가 60달러/MWh 이하로 내려오면 세제 인센티브 의존도 급감, 민간 투자 급증 예상.
5. 리스크 요인과 반론
- 기술 미숙·코스트 오버런: 첫 상용로는 규모의 경제 부재→단가 급등 위험. 그러나 모듈화 공장 3기 이상 증설 시 학습곡선 효과(learning rate) 12% 달성 가능.
- 사용후핵연료 관리: 액체염로의 고준위 폐기물 성분·규모가 경수로와 달라 규제 공백, 정치 리스크 상존.
- 재생에너지 LCOE 하락 지속: 태양광 2030년 20달러/MWh, SMR 50달러/MWh 예상. 그러나 데이터센터는 24/7 안정성 가중치를 적용하면 SMR 가치가 우위.
- 금리 환경: 고정금리 장기채 발행비용이 10년만기 4.3%선에 머무르면 PF 구조 타당성 유지. 6% 이상으로 치솟을 경우 IRR 150bp 악화.
6. 결론 및 투자 전략
허미스-2는 AI 전력수요, 탄소중립, 인프라 노후화라는 세 대형 트렌드의 교집합에서 태어난 “에너지-테크 슈퍼사이클”의 실험대다. 2030년까지 실가동에 성공할 경우, 빅테크의 직접 원전 투자 모델이 표준화되며 다음과 같은 5대 장기 시나리오가 가시화된다.
- SMR 서플라이 체인 IPO 러시—모듈 제작, 고신뢰 밸브, 고온 합금 등 세부밸류체인 기업 상장 확대.
- 데이터센터 부동산 가치 재평가—전력 PPA 내역이 부동산 가치 평가모형(NAV)에 직접 반영, 전통 리츠와 디지털 리츠 간 프리미엄 격차 확대.
- 미국 동남부·동북부 전력가격 수렴—TVA·듀크에너지·도미니언이 SMR을 순차 투입할 경우, 지역 간 전력 격차 25% 축소 전망.
- 핵심 광물 수요 다변화—SMR용 고농축우라늄(HALEU) 공급망 확장, 우라늄 광산 재가동·희토류 동시 개발.
- 정책 리스크 리리팅—대선 정권 교체에도 민주·공화 모두 ‘핵-AI 동맹’에 초당적 컨센서스 형성, 규제 일관성 강화.
따라서 중장기 투자자는 (1) SMR EPC·핵연료·냉각재 밸브 업체, (2) 데이터센터 토지·송배전 네트워크 리츠, (3) AI 칩-서버 제조 공급망(전력 효율 솔루션 포함)에 단계적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바스켓 전략이 유효하다. 단, 기술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초기 3년은 프로젝트 뉴스 플로우에 따른 변동성 헤지(옵션 스프레드, 금리 스왑)가 필수다.
이중석 / 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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