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새로운 데이터센터 요충지로 떠오른 말레이시아 조호르(Johor) 주가 인공지능(AI) 붐의 그늘 속에서 전력·수자원 부족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2025년 8월 18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조호르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바이트댄스 등 세계 최대 테크 기업들이 몰고 온 수십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로 단기간에 ‘AI 인프라 허브’로 부상했다.
조호르의 인구는 약 4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저렴한 토지·전력·세제 혜택과 싱가포르 금융 허브와의 지리적 근접성 덕분에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 결과 데이터센터 설비 용량은 현재 580메가와트(MW)에서 DC Byte 자료 기준 계획 물량까지 합치면 10배(약 5.8기가와트)로 확대될 전망이다.
5.7백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단일 지역이 소비한다는 뜻인데, 이는 말레이시아 전체 전력망에도 상당한 부담이다. 말레이시아 독립 투자은행 케낭가(Kenanga) IB는 2035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국가 총 발전용량의 2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대비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2030년까지 총 전력 소비가 30% 증가할 것으로 보고 추가로 6~8GW 규모 가스화력 발전소 건설을 승인했다.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탄소 배출이 적지만, 2050년 ‘넷제로’ 목표 달성과 양립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병목은 냉각수다. 평균 100MW급 데이터센터는 일일 420만 리터의 물을 소모하는데, 이는 수천 명의 생활용수에 해당한다. 빈번한 단수 사태를 겪어온 조호르는 이미 상당량의 정수(淨水)를 싱가포르에서 역수입하고 있으며, 현재 3곳의 신규 저수지와 정수장을 건설 중이다.
글로벌 확산되는 ‘전력 쇼티지’ 우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4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독일·프랑스 국가 전체 수준에 육박했다. 일부 연구진은 AI 인프라가 2027년까지 덴마크의 4~6배에 달하는 물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한다.
수요 폭증에 비해 전력 인프라·인허가가 따라가지 못해 건설 지연이 속출하고 있다. 이 틈을 메우기 위해 각국 정부는 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저비용 전원을 확보하려 애쓰지만, 환경단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America’s AI Action Plan’을 발표하며 환경 규제 완화·신속 허가를 약속했다. 그러나 카네기멜런대·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공동 분석(2024년 6월)에 따르면,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 미국 가정 전기요금 8%↑ㆍ발전 부문 탄소배출 30%↑가 예상된다.
말레이시아의 대응 전략
텡쿠 자프룰 투자·통상·산업부 장관은 7월 X(구 트위터)에 자신의 글을 통해 ‘지속가능 데이터센터 프레임워크’를 10월 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자력 발전 도입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또 재생 처리수(Reclaimed Water) 사용을 의무화하기 위해 이달 조호르 데이터센터에 수자원 요금 인상 조치를 단행했다.
한편, 싱가포르는 2019년 3년간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으로 자원 소비를 억제한 뒤 2022년 ‘그린 데이터센터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DC Byte 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대비 성장 탄력은 여전히 낮아 규제가 느슨한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 효과’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센터 기업이 100% 무탄소 전원을 선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AI 확대가 시급하다고 해서 기후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 IT 에너지·환경 영향 분야 독립연구자 조너선 쿠미(Jonathan Koomey), CNBC 이메일 인터뷰
용어·배경 설명
데이터센터는 서버·스토리지 등 IT 장비를 집중적으로 설치해 전자상거래·소셜미디어·온라인 뱅킹·생성형 AI 서비스를 24시간 가동시키는 ‘디지털 공장’이다. MW(메가와트)는 100만 와트로, 대규모 산업단지나 소도시가 사용하는 전력 규모를 나타내는 단위다. AI 컴퓨트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학습·추론하기 위해 필요한 연산 능력을 뜻한다.
전문가 시각
데이터센터는 지역 경제에 고용·투자·세수를 제공하지만, ‘전력·물 집약 산업’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말레이시아처럼 전력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신흥국이 재생에너지·효율 기술·물 재사용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단기 성장 뒤 자원 고갈·환경 규제 부담·전기요금 급등이라는 ‘3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지속 가능성 확보가 장기적 경쟁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