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보이지 않는 척추, 해저 케이블: 2025~2030 투자·안보·규제의 삼각 균형과 미국 증시에 미칠 장기 파장

이중석의 마켓 인사이트 — “AI가 세계를 바꾼다”고 말할 때, 우리는 대개 칩과 데이터센터를 떠올린다. 그러나 실은 국제 데이터·음성 트래픽의 95% 이상을 실어 나르는 해저 통신 케이블이야말로 AI 시대의 보이지 않는 척추다. 총 연장 약 100만 마일의 해저 광섬유 네트워크는 정부 통신, 금융거래, 전자상거래, 스트리밍, 그리고 AI 모델 학습·추론을 위한 대륙 간 데이터 이동을 뒷받침하는 진짜 인프라다(CNBC 취재 정리). 본 칼럼은 2025~2030년 투자 로드맵과 지정학·규제 리스크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며, 미국 증시와 산업 가치사슬에 미칠 장기 파장을 분석한다.


1) 왜 지금 ‘해저 케이블’인가 — AI·클라우드의 병목이 이동한다

AI 전환은 ‘연산(Compute)·전력(Power)·연결(Connectivity)’이라는 삼각축으로 진행된다. 2025~2026년 AI 자본지출이 4,230억~5,710억달러에 달해 2026년 5,000억달러를 상회하고, 2030년까지 누적 1.3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UBS의 상향 전망은(인베스팅닷컴 보도) 연산 중심의 지난 사이클이 연결로 병목을 이동시키는 개연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데이터센터를 아무리 확장해도 대륙 간 이동 경로가 좁다면 AI 학습·추론 파이프라인은 결국 병목에 걸린다.

이 점은 클라우드 선도 기업들의 현실적 수요에서도 확인된다. 아마존은 지난 1년간 칩·데이터센터를 포함해 3.8GW의 가용 전력을 추가했고(나스닥닷컴 보도), AWS의 AI 사업 런레이트는 1,320억달러 규모로 언급된다. 이처럼 폭증하는 연산 수요는 데이터센터 간 동서(東西)·남북(南北) 회선용량·지연·복원력 요건을 동반 상향시키며 해저 케이블 투자로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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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장 투자도 가속 중이다. 네트워크 데이터 기관 텔리지오그래피(Telegeography)에 따르면, 2025~2027년 신규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 투자액은 약 130억달러로, 2022~2024년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CNBC). 과거 통신사 중심이던 발주 구조는 지난 10년간 웹스케일, 즉 메타·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로 중심축이 이동했고,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ASN)는 “웹스케일이 이미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업계 인터뷰, CNBC). 빅테크의 직접 소유·공동 소유 모델이 케이블 건설의 표준 양식으로 정착하는 중이다.


2) 사례로 본 ‘초대형 케이블 시대’ — Meta·Amazon·Google의 노선 전략

  • Meta — Project Waterworth: 총 길이 5만km5개 대륙을 직접 잇는 초대형 프로젝트. 메타 단독 소유 체계로, 수년간의 수십억달러 투자가 예정돼 있다(CNBC). 메타는 “AI는 해저 인프라 수요를 증가시키며, 연결성(connectivity) 없이는 데이터센터가 ‘값비싼 창고’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 Amazon — Fastnet: 미국 메릴랜드–아일랜드 코크를 잇는 320Tbps+급 노선. AWS는 “해저는 대양 횡단 국제 연결의 핵심이며, 위성은 지연·비용·처리량 제약으로 백본 대체가 어렵다”고 못 박았다(CNBC).
  • Google — Sol: 미국–버뮤다–아조레스–스페인을 연결하는 신규 케이블로, 다중 경로·접속 다변화 전략의 일환(CNBC).

해석: 이들 노선은 공통적으로 (1) 대륙 간 대용량을 확보하고, (2) 기존 혼잡 해역(예: 홍해) 우회·보완 루트를 마련하며, (3) 자체 트래픽을 직접 수송해 품질·보안·비용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이는 곧 AI 워크로드의 지리적 분산데이터 주권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기 위한 물리적 토폴로지 재설계로 읽힌다.


3) 리스크의 이면 — 절단·지정학·규제라는 ‘보이지 않는’ 변수

(1) 물리적 절단과 서비스 연속성
2025년 9월 홍해 케이블 절단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에 장애가 발생했다. 트래픽 우회로 피해를 줄였으나 아시아·중동 사용자들은 지연·성능 저하를 겪었다(CNBC). 2022년 통가의 유일한 해저 케이블 절단 사태는 한 국가 전체가 디지털 고립될 수 있음을 각인시켰다. 결론: 다중 경로·다중 상륙국 설계와 예비 용량(spare capacity) 확보가 AI 시대 서비스 레벨 협약(SLA)의 핵심으로 부상한다.

(2) 의도적 파손 의혹과 군사·정보 리스크
대부분의 손상은 어선·투묘 사고우발 요인으로 알려졌지만, 2024~2025년 발트해·대만 주변에서 ‘의도적 손상’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Recorded Future의 분석이 있다(CNBC). 실제로 NATO는 발트해의 연쇄 절단 이후 ‘Baltic Sentry’ 작전을 가동(드론·항공기·수상·수중 플랫폼 동원)했고, 작전 개시 이후 추가 절단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결론: 해저 케이블은 중대 기반시설(Critical Infrastructure)로서 군사·정보 체계의 ‘논리적’ 경계선이자 ‘물리적’ 취약점이다. 모니터링·차단·속복구 체계를 결합한 레질리언스(Resilience) 투자가 기업·정부 모두의 의무가 된다.

주목

(3) 미·중 전략경쟁과 규제의 비가시적 비용
미국 FCC는 중국·러시아 연계 위험을 이유로 해외 기업의 해저 인프라 참여를 엄격 심사하고, 화웨이·ZTE 등 ‘스파이 장비’로 의심받는 장비 사용을 금지·제한하는 기조를 강화했다. 미 하원은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에 중국 연계 유지보수 업체 사용 여부를 질의했고, 메타·아마존은 “중국 업체와 협력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CNBC). 결론: 안보 프레임은 공급망 옵션과 프로젝트 리드타임을 제약한다. 그러나 동맹 간(미·EU·일 등) 공동 투자·상호 상륙권 프레임은 오히려 표준화와 신뢰성을 높이는 ‘규범 프리미엄’으로 반전될 수 있다.


4) 2025~2030 투자 사이클: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A) 수요의 3대 동력

  • AI 학습·추론의 상시 분산화: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데이터 주권이 결합되며, 대륙 간/지역 간 왕복 시간이 비즈니스 가치 그 자체가 된다. 고성능 칩만큼이나 초저지연 회선이 전략자산이 되는 구조다.
  • 클라우드 코어-엣지의 동시 증설: AWS·Azure·GCP의 대양횡단 코어, 지역 리전 간 백본, 엣지 PoP(접속국)로 구성된 다층 네트워크가 표준이 된다. 다중 상륙국·접속다변화는 장애 시 확산을 차단하는 레질리언스 설계의 핵심.
  • 정책·규범 기인 수요: EU의 주권 클라우드·AI 기가팩토리 구상(UBS·인베스팅닷컴 보도)은 유럽 내 데이터센터·GPU 투자(보조금 최대 35%)를 촉발한다. 이는 대서양 양단의 트래픽을 상호 증폭한다.

(B) 공급·가치사슬: 누가 ‘레버리지’를 가진가

세그먼트 주요 역할 장기 레버리지 포인트
프로젝트 오너(웹스케일·컨소시엄) 경로 설계, 자본투입, 소유/IRU 계약 자체 트래픽 내재화, 품질/보안/비용 통제
제조/설치(해저 케이블·반복증폭기) 광섬유/증폭기·포설선·상륙국 공사 수주 백로그·고장 복구 역량·환경/규제 승인 속도
운영/유지(해상 수리·감시) 고장 탐지·수리선 투입·감시/경보 MTTR(복구시간) 단축·보험/보증 모델 혁신
규제/안보(FCC·NATO 등) 국경간 케이블 승인·보안 기준·감시 동맹 간 공동 투자·표준화·위협 가시성 향상

(C) 투자 시나리오(정성)

  • Base: 텔리지오그래피 추정치(’25~’27 약 130억달러)가 상향 조정. 웹스케일이 발주 주도, 컨소시엄형 병행. 홍해·발트해 리스크를 회피·보완하는 대체 루트 확충.
  • Bull: AI capex 상향(UBS)이 연결 투자로 추가 전이. 메타·아마존 등 단독 소유 노선이 다수 출현, 트래픽 급증 구간에서 레질리언스 프리미엄 인정(고품질 회선에 대한 상각/가격 프리미엄).
  • Bear: 지정학 충격·규제 지연으로 리드타임 급증, Capex-Approval 갭 확대. 다만 안보 이슈는 역설적으로 공공-민간 합동 보호 투자 확대의 근거가 됨.

5) 미국 주식시장에의 함의 — 누구를, 어떤 논리로 볼 것인가

(1) 하이퍼스케일러(AMZN·GOOGL·META·MSFT)
투자 논리: 케이블 직접 소유·공동 소유 확대로 트래픽·비용·보안 통제력 상승. AI/클라우드 사업의 구조적 진입장벽 강화.
리스크: 규제 승인·상륙국 정치리스크·장기간 Capex로 인한 회수기간 장기화. 다만 소프트웨어 런레이트 상승(AWS 1,320억달러)과 연동돼 총체적 ROIC로 보아야 함.

(2) 해저 케이블 밸류체인
제조/설치: 대형 업체의 수주 백로그 증가와 가격결정력이 우상향할 개연성. 프로젝트 리드타임·규제 승인 지연은 낙관/비관 양면.
운영/유지: 수리선·감시·보험·보증 연계 서비스의 ‘레질리언스 프리미엄’ 부상. MTTR 단축·AI 기반 변칙 탐지 등 서비스화 기회.

(3) 통신캐리어/IXP/데이터센터
캐리어: 웹스케일 직소유 증대는 전통 도매 트래픽을 잠식. 반면, 접속국(landing)·국경간 상호접속(IXP)·지역망 구간에서 보완적 수요 확대.
DC·엣지: 전력·연산 투자와 병행해 백본/국경간 회선 품질을 계약상 SLA에 명시하는 관행 확산. 프리미엄 회선의 가격 전가 가능.

(4) 금융/보험
– 케이블 절단·지연에 대한 보험/재보험 상품이 정교화. 사건 빈도·복구 속도·우발적/의도적사실 패턴 분석기술이 가격결정력의 원천으로 이동.


6) 거버넌스/규제 — ‘자유의 바다’는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

해저 케이블은 ‘공해’라는 그레이존에 놓여 있다. 보호는 공공재이나, 소유는 민간과 컨소시엄(다중 국적)의 몫인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 미국: FCC 심사와 동맹 간 협력을 예측가능성 관점에서 표준화해야 한다. 장기간 심사는 보안 이득 대비 경제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
  • NATO/해양 연합: Baltic Sentry에서 보듯 상시 감시는 사건 빈도 자체를 떨어뜨린다. 미·일·유럽 간 해상 ISR(Intelligence, Surveillance, Reconnaissance) 공유 체계가 민간 케이블 보호의 간접 안전판이 된다.
  • 민·관 합동 대피·복구 훈련: MTTR 단축, ‘시간당 피해액’ 가시화, 표준 절차 연합훈련이 필요하다. 보험·재보험 참여로 가격 신호를 내재화해야 한다.

7) 투자자 체크리스트 —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숫자로 읽는 법

핵심 모니터링 지표

  1. Capex 파이프라인: 텔리지오그래피 신규 프로젝트(’25~’27 약 130억달러)의 발표→승인→착공→점등 타임라인.
  2. 경로 다변화: 홍해·발트해 등 리스크 해역 우회 루트 발주 비중, 다중 상륙국 설계 비율.
  3. 서비스 성능: 대서양/태평양 지연(Latency)·패킷손실(PL)·가용성(Availability) SLA 추이.
  4. 사고·절단 통계: 우발/의도 구분의 사실 패턴, MTTR, 보험료율 변동.
  5. 규제 승인 리드타임: FCC·동맹국 심사의 예측가능성 개선 여부.

포지션 아이디어(정성)

  • 오버웨이트: 케이블 직접 소유·공동소유를 확대하는 하이퍼스케일러(AMZN, GOOGL, META, MSFT). 이유: 트래픽·비용·보안 통제력 비가격 경쟁력 확보.
  • 핵심 파트너: 해저 케이블 제조·설치·유지보수 체인. 수주 백로그·복구역량·표준화 대응력이 핵심.
  • 테마 위성: 위성은 해저의 보완재다. 초저지연·대용량 백본의 대체재는 아니다. 특수 커버리지·재난 백업 용례에 집중.

8) 반론과 응답 — “위성으로 충분하지 않나?” “과잉투자 아닐까?”

반론 1: 위성이 지구 어디든 연결한다. 해저 투자는 과하다.
응답: 위성은 지연·비용·처리량 제약이 존재한다는 점을 아마존은 공개적으로 밝혔다. AI·클라우드의 초대역폭 요구에 부합하려면 해저 광섬유가 백본이어야 한다.

반론 2: 해저 케이블은 파손 위험이 크다. 위험 대비 수익이 낮다.
응답: 사건 빈도는 관리 가능하며, 다중 경로·예비 용량·빠른 복구라는 레질리언스 패키지로 리스크-리턴 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NATO의 Baltic Sentry는 감시 강화→사건 감소의 실증 사례다.

반론 3: 규제·지정학 변수로 리드타임이 길다.
응답: 맞다. 그러나 동맹 간 공조·표준화는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그 자체로 규범 프리미엄을 만든다. 시간을 투자한 자가 장기 독점권을 얻는다.


9) 결론 — AI 시대의 ‘진짜’ 국부(國富)는 연결성에 있다

AI가 바꿀 미래는 반짝이는 모델·칩·앱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모든 데이터는 결국 바다를 건넌다. 2025~2030년은 해저 케이블의 대체 불가능성이 본격 가격에 반영되는 시기다. 메타의 5만km Project Waterworth, 아마존 320Tbps+ Fastnet, 구글 Sol로 대표되는 웹스케일 직소유의 증가는 AI·클라우드의 ‘종단 간 통제’라는 전략 대전환을 상징한다.

지정학·규제의 파도는 높아지고, 레질리언스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거세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보안·복구·보험으로 구성된 연결성 산업의 2차 파생 수요가 태어난다. 투자자는 더 이상 칩·데이터센터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사이를 잇는 바다 아래 선(線)을 숫자로 읽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 미국 증시의 다음 5년을 과장 없이 설명해 줄 진짜 펀더멘털이다.


부록: 데이터·사례 출처

  • 국제 데이터·음성 트래픽의 95% 이상 해저 케이블 경유, 총 연장 약 100만마일: CNBC 해저 케이블 심층 취재
  • 텔리지오그래피: 2025~2027 신규 프로젝트 투자 약 130억달러(’22~’24의 약 2배), CNBC 보도
  • 메타 Project Waterworth(5만km, 5개 대륙), 아마존 Fastnet(320Tbps+), 구글 Sol: CNBC 보도
  • 홍해 절단으로 MS Azure 장애, NATO Baltic Sentry 작전: CNBC 보도
  • FCC 심사 강화·의회 질의서, 메타·아마존의 중국업체 미사용 답변: CNBC 보도
  • UBS: AI capex 2026년 5,710억달러, 2030년 누적 1.3조달러 전망(인베스팅닷컴)
  • 아마존: 1년간 가용 전력 3.8GW 증설, AI 런레이트 1,320억달러(나스닥닷컴)

작성자: 이중석(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