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의 마켓 인사이트 | 오피니언
프롤로그 — 보이지 않는 동맥이 AI 경제를 좌우한다
지구 상 국제 데이터·음성 트래픽의 95%+가 해저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흐른다. 총 연장 약 100만 마일에 달하는 이 네트워크는 정부 통신, 금융 거래, 스트리밍, 협업툴, 그리고 데이터센터 간 AI 모델 학습·추론 트래픽까지 떠받치는, 사실상의 디지털 대동맥이다. 오늘날 투자자는 칩, 서버, 전력만을 논할 수 없다. 연결성(connectivity)이 없다면 데이터센터는 “값비싼 창고”에 불과하다는 업계의 경구는, AI 확장기(2025~2030년)의 핵심 투자 변수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징하게 알려 준다.
본 칼럼은 최근 보도와 데이터(UBS, TeleGeography, CNBC 등)를 토대로, 해저 케이블 투자가 AI 슈퍼사이클의 중추로 재편되는 과정을 정리하고, 미국 상장 종목을 중심으로 향후 5~10년의 구조적 수혜·리스크를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저 케이블은 단순 통신 설비가 아니라 AI·클라우드 경제의 실물 인프라로, 장기적으로는 소유자(하이퍼스케일러)와 공급망(케이블·광섬유·랜딩/백홀·중계장비)의 이중 프랜차이즈를 낳는다. 다만, 지정학·안보·규제 리스크는 가격과 밸류체인을 재편할 수 있는 상수로 작용한다.
팩트 체크 — ‘빅테크가 직접 까는 바닷속 파이프’
- 투자 주체 변화: 10년 전만 해도 통신사가 주도하던 시장이, 이제는 메타·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웹스케일(하이퍼스케일) 기업이 약 절반을 차지하는 구도가 됐다(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 발언, CNBC 인용).
- 투자 사이클: TeleGeography에 따르면, 2025~2027년 신규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 투자액 130억 달러(’22~’24 대비 거의 2배)로 추정된다. 이는 물리적 백본 없이는 AI 트래픽이 증발한다는 현실의 반영이다.
- 대표 프로젝트:
- 메타: Project Waterworth — 총 연장 5만 km, 5개 대륙 연결. 단독 소유, 수십억 달러 투자(CNBC).
- 아마존: Fastnet — 메릴랜드(미국 동부)~아일랜드 320 Tbps+, “HD 영화 1,250만 편 동시 스트리밍” 수준의 용량(AWS 코어 네트워킹 부사장 발언).
- 구글: Sol — 미국·버뮤다·아조레스·스페인 연결. 30개 이상 케이블 투자 레코드.
- 수요의 본질: AI 모델 훈련(런)·재훈련(리트레이닝)·추론(서빙) 사이클에서 발생하는 초대용량 동서향 트래픽과,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간 저지연 링크 수요가 핵심 동력.
- 리스크 스냅샷: 홍해 케이블 절단으로 MS 애저 장애 사례(2025년 9월). 발트해·대만 주변의 의도적 손상 의심(Recorded Future), NATO ‘Baltic Sentry’ 감시 강화로 2025년 1월 이후 추가 절단 미발생(CNBC). FCC는 중국·러시아 연계 리스크를 들어 면허·장비 심사를 강화(브렌던 카 위원 발언).
AI 자본지출과 ‘연결성 스프레드’ — 왜 더 큰 물길이 필요한가
UBS는 AI 관련 글로벌 자본지출(capex) 전망을 상향했다. 2025년 4,230억 달러, 2026년 5,710억 달러, 2030년 누적 1.3조 달러(연평균 25%), 그리고 구글의 AI 토큰 소비 130배(18개월) 증가, 메타의 컴퓨트 수요 상향이 확인됐다(인베스팅닷컴 전재 보도 참조). 투자자의 해석 포인트는 명확하다. 반도체·전력만 늘려서는 성능이 실사용으로 전이되지 않는다. 초대역폭·저지연의 물리 네트워크가 없으면, 데이터와 모델이 제자리 학습에 갇힌다.
이 지점에서 해저 케이블은 단순한 대륙 간 통로를 넘어, 리던던시(冗長성)·경로다변화·지연시간 최적화라는 세 개의 성능 축에 기여한다. AI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멀티 리전을 오가며 확률적 출력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려면, 백엔드의 광섬유 파이프는 더 굵고 더 여러 갈래여야 한다.
공급망: 누가 만들고, 누가 이익을 가져가는가
제조·설치: 글로벌 톱티어는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ASN), SubCom(사모), NEC 등으로 요약된다. 광섬유(예: 코닝), 케이블 코어·증폭기, 해저 증폭장치, 케이블 선박(설치·수리), 랜딩 스테이션 설비, 육상 백홀, 그리고 소유·운영 모델(컨소시엄 vs 단독)이 공급망 전반을 이룬다. 공급 병목은 주로 케이블 선박(용선 리드타임)과 역량 있는 EPC(설계·조달·시공)에 있다.
소유·운영자: 빅테크의 단독 소유가 늘면서, 통신사 컨소시엄에서 플랫폼 단독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이 뚜렷하다. 이는 교섭력·단가·설계 권한을 바꾼다. 플랫폼은 서비스 품질(QoS)·트래픽 비밀보장·루트제어 등을 이유로 직접 소유를 선호한다. 이 변화는 장비 벤더에는 수주 가시성을, 일부 전통 캐리어에는 트래픽 탈중개화라는 구조적 압박을 준다.
안보·규제: 가격도, 경로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달라진다
- 물리적 리스크: 어로·투묘 사고가 다수이지만, 발트해·대만 주변의 의도적 절단 의혹이 증가(Recorded Future). NATO의 Baltic Sentry가 감시를 강화하자 사건이 잠복했다는 점은, 감시·억지(disincentive)가 보험료·자본비용에 반영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정책·규제: FCC는 중국·러시아 연계 리스크를 들어 해저 케이블 설치·운영 면허를 더 엄격하게 심사. 의회는 빅테크에 중국 연계 유지보수 사용 여부 질의. 이는 공급망 탈중국화를 가속한다.
- 네트워크 주권: 유럽은 주권 클라우드 비중이 2028년 47%까지 증가(가트너, UBS 인용). 이는 데이터 거버넌스·법적 관할권 우선 원칙이 해저 케이블의 노선·랜딩 선택에도 영향을 주는 구조다.
미국 상장 자산군에 미치는 10년 구조적 영향
1) 플랫폼(소유자): AMZN·GOOGL·META·MSFT
- 수요 측: AI 워크로드·멀티클라우드·재훈련 주기 단축으로 데이터센터-데이터센터 트래픽이 구조적으로 증가. 단독 소유 케이블은 QoS·보안·지연을 직접 통제하는 경쟁우위(SLA 차별화)로 전환된다.
- 비용 측: 초기에는 케이블 자본화(capex)로 현금흐름 압박이나, 장기적으로 대역폭 단가 하락·중개 탈피가 총소유비용(TCO)을 낮춘다.
- 리스크: 지정학·규제 리스크 확대로 프로젝트 승인·리드타임·보험료 상승. 그러나 자체 소유는 공격적 리던던시 설계로 운영 리질리언스를 확보, 평판·서비스 가용성을 지키는 다운사이드 헤지로 작동한다.
2) 인프라·콜로케이션: EQIX·DLR 등
- 랜드·해저 접속 지점의 중요성 상승. 케이블 랜딩 스테이션–코어 캠퍼스 사이의 확장성·보안링크가 차별화 포인트. 해안/접속 허브 입지를 보유한 코로케이션 REIT는 입지 프랜차이즈 강화.
- 리스크: 전력 용량·냉각·지자체 인허가가 병목. 전력 논쟁(재산업화 vs 데이터센터발 수요)에 따른 정책 변동도 변수.
3) 부품·제조·설치: 광섬유·증폭기·케이블선
- 미국 상장 내 직접 순수플레이는 제한적. 코닝(GLW) 등 일부 광섬유 공급, Nokia(ASN)·NEC(해외 상장)·SubCom(비상장) 등 글로벌 공급망에 노출한 ETF·글로벌 주식으로 간접 접근.
- 공급 제약: 케이블 선박 수급·선단 확충은 거시적 진입장벽. 이 구간은 호황 시 가격 결정력이 높다.
투자 체크리스트 — KPI 대시보드
| KPI | 왜 중요한가 | 참고 수치/사건 |
|---|---|---|
| 해저 케이블 신규 착공/완공(연장·Tbps) | AI 트래픽 흡수력, 리던던시 수준 | ’25~’27 투자액 130억 달러(텔리지오그래피) |
| 대규모 빅테크 단독 케이블 발표 빈도 | 플랫폼 통제력·TCO 구조 변화 | 메타 Waterworth, 아마존 Fastnet, 구글 Sol |
| 대규모 장애/절단 사건 | 리스크 프리미엄·보험료·경로다변화 투자 | ’25.9 홍해 절단→MS 애저 장애 |
| FCC·NATO·EU 규제/감시 강도 | 장비·업체 선정, 승인 리드타임 | FCC 대중국 장비·면허 심사 강화, Baltic Sentry |
| AI Capex(연간) | 수요 사이클의 톤·속도 | ’26 5,710억$, ’30 누적 1.3조$(UBS) |
세 가지 2030 시나리오 — 수익/밸류에이션 프레임
- 기준(Base): AI capex는 UBS 경로(’25~’30 CAGR 25%) 근접, 케이블 투자 130억달러 추세 유지. 빅테크는 네트워크 자가소유 확대→서비스 QoS·마진 안정화. 벤더는 중저가 레버리지, 중간 한 자릿수 후반 매출 성장. 코로케이션은 해안·랜딩 허브 중심 입지 프리미엄 재평가.
- 가속(Accelerated): 생성형 AI 상용화 가속·RAG/멀티에이전트 상업적 히트, 초저지연 대륙간 경로 추가 증설. 케이블·광섬유·증폭기 선단 부족→가격 결정력 상승. 빅테크는 독점적 경로로 경쟁사 대비 Latency Advantage 확보. MSFT/AMZN/GOOGL/META 멀티플 상방 여지, 인프라 서플라이 체인 사이클 고점 접근.
- 불안정(Adverse): 지정학 이벤트로 해역별 연쇄 절단·복구 지연 발생. 보험료·자본비용↑, 규제 강화→승인 리드타임↑. 빅테크는 리던던시 과투자로 capex 비중 확대, 단기 FCF 압박. 벤더는 오더북 강하지만 프로젝트 리스크 프리미엄 상향. 지수 관점에서 방어적 재평가 구간 진입.
포트폴리오 전략 — ‘오너+인에이블러’ 이중 노출, 리스크는 경로다변화로 헷지
- 핵심(코어): 플랫폼 4 — MSFT, AMZN, GOOGL, META. 케이블 단독 소유·다중 경로 전략은 다운타임 리스크를 줄이고, SLA·보안·성능으로 가격결정력 유지. AI 훈련·추론 시장 성장률(>20%)이 유지되는 한 장기 베타를 제공한다.
- 위성(새틀라이트): 인프라·콜로 — EQIX, DLR 등. 해저 랜딩–코어캠퍼스 백홀을 확보한 리츠는 입지 프랜차이즈로 리스 성장. 전력 인허가·공사 리스크는 분산으로 대응.
- 테마: 광섬유·장비·선단 — 미국 단독 상장 순수플레이는 제한적이나, GLW(광섬유) 등과 글로벌 OEM(해외상장)을 ETF·ADR로 분산 노출.
리스크 관리: 지정학 이벤트·중대 절단 뉴스플로우에 따른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다. 해역·경로·규제 다변화, 프로젝트 분산(오더북 다각화), 사이버·물리보안 강화 여부를 체크포인트로 삼아 추가매수 구간을 선별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정책 제언 — ‘해저 리질리언스’는 국가 경쟁력이다
- 감시·복구 역량의 제도화: 수중·항공·위성 통합 감시, 해저 수리선단 예비력, 스페어 케이블·증폭기 재고 전략. NATO식 공동 감시 모델을 동맹국 해역으로 확대.
- 허가·규제 패스트트랙: 랜딩·백홀 인허가 간소화(환경·보안 기준을 전제로), 프로젝트 승인·착공 리드타임 단축.
- 공급망 다변화: 장비·시공·유지보수의 ‘비상대국’ 체인 강화, 국내 수리선·부품 역량 확충.
- 민관 협력: 빅테크–정부–통신사 컨소시엄형 공동 투자 모델 확립. 국경 간 위협 정보의 실시간 공유.
케이스 스터디 — 장애는 어떻게 리프라이싱을 부른다
2025년 9월 홍해 케이블 절단으로 애저 일부 서비스가 지연·성능 저하를 겪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트래픽 우회로 피해를 줄였지만, 아시아·중동 사용자에게 체감 충격은 현실이었다. 자본시장은 다음을 재평가했다. 첫째, 리던던시가 비용이 아니라 보험이라는 인식. 둘째, 대체 경로를 직접 보유한 플레이어의 평판·수익 방어력. 셋째, 케이블·선단·보험 산업의 리스크 프리미엄 상향. 이 일련의 과정은 향후 프로젝트 IRR 계산에 반영되며, 장기적으로 공급망 밸류에이션의 고질적 디스카운트를 일부 해소할 여지를 만든다.
파워 vs 파이프 — ‘전력 논쟁’과의 정합성
최근 미국 전력가격 상승 원인을 두고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아닌 재산업화(리쇼어링)가 주원인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제퍼리스 서밋, 인베스팅닷컴). 수요전망을 연 3%→1%로 낮춘 리서치도 있다. 반면 AI capex는 견조하다. 두 논리는 충돌하지 않는다. 전력은 입지·허가·발전믹스 제약에 묶여 지역별 변동성이 크고, 해저 파이프는 대륙 간 병목을 해소하는 글로벌 레이어다. 데이터센터 증설이 전력 논쟁에 가로막히더라도, 멀티 리전 트래픽 최적화 수요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즉, 전력·파이프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다.
리스크 레지스터 — 무엇을 경계할 것인가
- 지정학: 해역별 긴장 고조→의도적 파손·복구 지연. 보험·자본비용 상향.
- 허가·정책: FCC·외국 규제의 예측불확실성. 공급망 탈중국화로 단기 비용↑.
- 공급 병목: 케이블 선박·숙련 EPC 부족. 리드타임 장기화.
- 기술 리스크: 고용량 증폭·코히어런트 광 기술 전환 시 예상치 못한 결함 가능성.
- 수요 변동: AI 상용화 속도 둔화·ROI 논쟁 재점화 시 capex 슬로다운.
결론 — ‘케이블은 AI의 진짜 모아나(Moana)다’
다음 10년은 모델과 전력만이 아니라 파이프의 경쟁력이 AI 기업의 실력을 가르는 시대다.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바다를 가르고, 대서양·태평양·인도양을 더 짧고 더 굵게 잇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자는 오너(플랫폼)와 인에이블러(인프라·부품·선단·코로케이션)의 이중 노출로, AI 변동성 구간에서도 현금흐름의 질과 리질리언스를 함께 담아야 한다. 동시에 지정학·규제 리스크는 경로 다변화·프로젝트 분산·감시·복구 역량이라는 실체적 헷지로 관리해야 한다. AI는 결국 연결의 산업이다. 그리고 그 연결의 승자에게는, 멀티 디케이드 프리미엄이 배당될 것이다.
부록 — 투자자 Q&A(요지)
Q1: 빅테크의 단독 케이블은 반독점 리스크를 키우지 않는가?
A: 트래픽 자체는 고객 데이터·서비스 가용성에 직결되어 품질·보안 책임을 동반한다. 케이블은 도로와 유사한 ‘인프라 자산’ 성격이 강하며, 공정접속 이슈는 랜딩·백홀·인터커넥트에서 규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
Q2: 미국 상장 순수 케이블 업체가 드물다. 어떻게 접근할까?
A: 코어는 플랫폼 4(AMZN·GOOGL·META·MSFT)로, 실사용 트래픽의 레버리지에 베팅하고, 공급망은 광섬유·장비·리츠를 통한 간접 분산(예: GLW, EQIX, DLR). 해외 OEM·설치사는 글로벌 ETF/ADR로 접근.
Q3: 전력 병목이 심화되면 케이블 투자는 둔화되는가?
A: 상호 보완 관계다. 전력 제약이 심화될수록 리전 간 트래픽 최적화 필요가 커지고, 분산 학습·추론 아키텍처로의 이행이 케이블 수요를 자극한다.
자료 출처(본문 인용): CNBC(해저 케이블 산업·Fastnet·Waterworth·Sol·홍해 절단·NATO Baltic Sentry·FCC 발언), 인베스팅닷컴(UBS AI capex 상향), TeleGeography(프로젝트 투자액). 본 기고는 공개 보도와 수치를 토대로 한 필자의 견해이며, 개별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