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보이지 않는 국력: 해저 케이블 초연결 경쟁이 바꿀 10년의 투자·안보 지형

AI 시대의 보이지 않는 국력: 해저 케이블 초연결 경쟁이 바꿀 10년의 투자·안보 지형

작성자: 이중석(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 발행일: 2025-11-08

요약: 전 세계 국제 데이터·음성 통화의 95% 이상은 바닷속 광섬유로 흐른다. 총연장 100만 마일 규모의 해저 케이블은 클라우드와 AI의 ‘혈관’이자 디지털 국력의 핵심 인프라다. 2025~2027년 신규 투자액이 13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메타·아마존·구글 등 웹스케일 기업이 시장의 절반을 주도한다. 동시에 홍해·발트해·대만 주변에서 ‘의심스러운’ 절단 사건이 늘며 안보 리스크가 부각된다. 본 칼럼은 해저 케이블을 둘러싼 투자·정책·안보의 장기 구조 변화를 하나의 테제로 묶어 제시한다.


1) 왜 지금 ‘해저 케이블’인가 — AI가 만든 초연결 수요의 정체성

디지털 경제에서 데이터는 석유, 데이터센터는 정유공장에 비유되곤 한다. 그러나 순환하지 않는 정유공장은 무용지물이다. 클라우드 리전과 리전 사이, 대륙과 대륙 사이를 잇는 ‘파이프’가 없다면,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배포·동기화는 병목에 걸린다. AI는 단지 ‘컴퓨트’만이 아니라 ‘연결성(connectivity)’의 함수다.

주목
  • 전 세계 국제 데이터·음성 통화의 95%+는 해저 광섬유로 전송된다.
  • 총연장 약 100만 마일 네트워크가 정부 통신, 금융거래, 이메일, 스트리밍, 화상회의 등 일상·산업의 실질 백본을 제공한다.
  •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ASN)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메타·구글·아마존 등 웹스케일이 등장해 이제 시장 점유율 약 50%를 차지한다.
  • 텔리지오그래피는 2025~2027년 신규 프로젝트 투자액 130억 달러를 추정한다(2022~2024년의 거의 2배 규모).

기업 사례는 명확하다. 메타는 총연장 5만km프로젝트 워터워스(Project Waterworth)를 단독 소유로 추진 중이다. 아마존은 첫 단독 케이블 패스트넷(Fastnet)을 발표했는데, 미국 동부–아일랜드를 잇고, 용량은 320Tbps+(HD 영화 1,250만편 동시 스트리밍 상응)다. 구글은 30개 이상의 케이블에 투자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지속적으로 인프라를 증강하고 있다.

“사람들은 AI를 떠올릴 때 데이터센터나 컴퓨트만 본다.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연결성’이 없다면 그것은 값비싼 창고일 뿐이다.” — 메타 네트워크 투자 부사장 알렉스 에임

AI 거버넌스 관점에서도 해저 케이블은 ‘모델-데이터-컴퓨트-네트워크’라는 4요소 중 네트워크를 담당한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블랙웰(Blackwell) 수요, HBM 증설(SK하이닉스·삼성전자),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솔루션(버티브의 800V HVDC 로드맵)처럼 컴퓨트·전력 축이 가속할수록, 리전 간 초저지연/초대역폭 동기화는 케이블 투자로 귀결된다.

2) 지정학의 파고 — ‘절단’의 시대와 인프라 안보

케이블은 보이지 않지만 끊어지면 그 즉시 보인다. 2022년 통가 화산 분화 때 유일한 해저 케이블 절단으로 국가가 외부와 사실상 단절되었다. 2025년 9월 홍해 절단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에 장애를 초래했고, 아시아·중동의 지연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많은 손상이 어로·투묘 등 우발이지만, 최근 발트해·대만 주변 등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의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 레코디드 퓨처: 2024~2025년 의심스러운 손상이 유의미하게 증가, 러-우·중-대만 긴장과 보조.
  • NATO: 발트해 연쇄 절단 후 Baltic Sentry 작전(드론·항공기·수중/수상함정 감시). 1월 말 이후 발트해 추가 사례 없음.
  • 미국 FCC: 중·러 연계 리스크에 주목, 의심스러운 장비(화웨이·ZTE 등) 배제, 적대국과 직접 연결하는 케이블 사실상 금지 강화.
  • 미 하원: 메타·아마존·구글·MS CEO에게 중국 연계 유지보수 사용 여부 질의. 기업들은 미 규정 준수 원칙 확인.

리스크의 본질은 거부가능성(deniability)이다. 바다 위 사고와 의도를 구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은 사후 색출보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내재화로 이동한다. 다중 경로(라우팅), 이중화(리던던시), 물리·논리적 감시, 신속한 수리선 투입, 표준화된 상황보고 체계가 핵심이다. 이를 공해상 감시·연합훈련(NATO)·국경 내 허가제(FCC)·공급망 검증으로 제도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주목

3) 숫자로 본 투자 사이클 — 130억 달러, 누가, 어디에, 왜 쓴다

텔리지오그래피에 따르면 2025~2027년 신규 케이블 프로젝트 투자액은 약 130억 달러이다. 과거 대비 두 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구조적 요인은 아래와 같다.

  1. AI-클라우드 트래픽의 지수함수화: 멀티-리전 학습과 주기적 재학습, RAG/에이전틱 서비스 확산으로 리전 간 동기화 트래픽 급증.
  2. 데이터 경제의 컴플라이언스 분절화: 데이터 주권·개인정보 규범이 강화되며, 국가/지역별 클라우드가 늘고, 그 사이를 고신뢰 전용망으로 묶는 수요 증가.
  3. 5G·엣지·미디어: 실시간 스트리밍·게임·원격근무·산업 IoT가 국제 경로 품질에 의존.
  4. 컴퓨트-전력-냉각의 병목 이동: 버티브 등 전력·냉각 투자가 따라오면, 다음 병목은 초저지연 백본으로 이동.

이 사이클은 통신사 중심에서 웹스케일 중심으로 전환됐다. ASN의 말처럼 웹스케일 50% 시대다. 메타의 워터워스(5만km), 아마존의 패스트넷(320Tbps+), 구글의 솔(Sol: 미-버뮤다-아조레스-스페인) 같은 단독·공동소유 모델은 빅테크가 백본을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전환했음을 뜻한다.

주요 프로젝트 스냅샷

프로젝트 소유/주도 구간 용량/길이 의미
Waterworth 메타(단독) 5개 대륙 연결 총연장 약 5만km 세계 최장급, 메타 독자 백본
Fastnet 아마존(단독) 미 동부–아일랜드 ≥ 320Tbps 첫 단독 케이블, AWS 전용 트래픽 확보
Sol 구글 미–버뮤다–아조레스–스페인 미공개 구글의 대서양 네트워크 확장

주: 공개 자료에 기반한 요약. 길이·용량 등은 프로젝트 업데이트에 따라 변동 가능.

4) 비용·공급망·규제 — ‘깊고 길고 비싼’ 파이프라인 사업의 경제학

해저 케이블은 고난도 종합산업이다. 설계–섬유–증폭기(리피터)–포설–수리선–관제–보안–규제의 전주기가 얽혀 있으며, 단일 프로젝트가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 이 때문에 자본비용규제 리드타임이 경제성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 공급망: 글로벌 상위 제작·포설사의 생산능력이 사이클 상단에 접근하면 리드타임이 늘고, 고사양 광섬유·리피터 등 핵심부품 확보전이 벌어진다.
  • 규제: 미국 FCC의 안보심사 강화, 각국 연안·배타적경제수역(EEZ) 인허가가 일정 지연 요인으로 상시 존재한다.
  • 치명적 단일장애: 단일 케이블 의존 지역은 절단 시 국가급 서비스 마비가 발생한다. 설계부터 다중 경로·이중화가 불문율이다.
  • 운영·유지보수: 수리선 투입 시기(기상), 물리적 위치 파악, 국제 공조가 복합변수다. NATO ‘Baltic Sentry’는 국방–민간 연동 사례다.

규제·안보는 단지 ‘비용’ 항목이 아니라 사업 지속의 필수조건이다. 미 하원의 중국 연계 유지보수 질의, FCC의 적대국 차단, 기업의 ‘중국 비사용’ 확인은 정책 리스크를 ‘경영 리스크’로 전이시킨다. 이는 장기적으로 동맹 블록 중심의 공동투자표준·장비의 동맹 내 상호인증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5) 장기 시나리오(2025~2035) — 본 칼럼의 7가지 핵심 전망

  1. AI-클라우드-케이블의 3각 동학: 컴퓨트 투자가 전력을 자극하고, 전력 강화는 네트워크 병목으로 이동한다. 2030년까지 빅테크 단독·공동 케이블의 점유율은 현재(약 50%)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2. 국가안보의 내재화: 해저 케이블이 전력망·금융결제망과 동급의 중대 인프라로 관리되며, 연합 감시·상시 훈련이 제도화된다. NATO 발틱 센트리는 모델 사례다.
  3. 표준과 장비의 블록화: 미국·동맹은 장비·유지보수 공급망의 ‘안보화’를 확산하고, 장비 배제 리스트가 산업 표준으로 안착한다.
  4. 복원력의 상향평준화: 단일 케이블 의존은 정책 리스크가 된다. 다중 경로·이중화 설계와 해저–지상–위성 하이브리드가 상용화된다. 위성은 백업·보완재로서 복원력의 마지막 층을 담당할 것이다.
  5. 자본조달의 이원화: 빅테크는 자체 현금흐름으로 단독 소유를 확대하고, 통신사·국가·국부펀드는 컨소시엄형 모델로 리스크를 분산한다.
  6. 가격과 리드타임의 변동성: 사이클 상단에서는 장비·선박·인력의 구인난과 비용상승이 발생한다. 규제·안보 비용은 영구적 프리미엄으로 내재화될 것이다.
  7. 회계 밖 이익: 케이블 투자 IRR은 단독 프로젝트로 보면 낮아 보일 수 있으나, 플랫폼 총체 가치(지연·신뢰성 개선→사용자 체감·매출 전이)를 감안하면 초과수익에 기여한다. 이는 웹스케일의 밸류체인 통제를 강화한다.

6) 투자 지형 —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이익을 얻는가

해저 케이블은 단일 종목 스토리가 아니다. 수직 밸류체인인접 생태계 전반을 관통한다.

핵심 수혜 축(개념도)

  • 제작·포설·유지: 케이블·리피터·포설선·수리선·관제 시스템 업체.
  • 웹스케일: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자체 트래픽·서비스 측면의 기회비용 절감품질 강화.
  • 클라우드·CDN·보안: 데이터 이동의 효율성은 CDN·엣지·보안 사업의 마진 레버리지로 이어진다(예: 아카마이의 보안·엣지 호조).
  •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력·냉각·배전(예: 버티브 800V HVDC 로드맵). 네트워크 병목 제거는 워크로드 확장과 인프라 지출의 선순환을 강화.
  • 반도체·메모리: 케이블 확장은 AI-컴퓨트 확장의 보완재다. 엔비디아(블랙웰 수요), HBM 수요(SKH·삼성)와 공진.

전략적 제언: 인덱스·ETF가 부족한 영역이므로, 직접종목 중심보다 생태계 레이어별 분산이 유효하다. 다만 해저 케이블 제작·포설의 비상장 비중과 공시비대칭을 감안해, 웹스케일·CDN·데이터센터 인프라·메모리상장 인접축을 통한 간접 플레이가 현실적이다. 정책 리스크(규제·안보)를 헷지하려면, 다변화된 지역 노출현금흐름 탄력성이 높은 기업군 비중을 높이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7) 리스크 시나리오 — ‘절단·규제·사이클’ 3종 변동성 체크리스트

  • 절단·사고: 홍해·발트해·대만 등 지정학 리스크 해역의 동시 장애는 글로벌 서비스 품질에 체계적 충격을 줄 수 있다. 감시강화·우회경로·캐패시티 버퍼가 가동되지만 비용이 상승한다.
  • 규제 충격: FCC 심사 강화, 각국의 인허가 지연, 특정 장비 배제는 리드타임·CapEx 상향 요인이다.
  • 투자 사이클 조정: 빅테크의 CapEx 최적화 구간이 오면 발주 페이스가 느려질 수 있다. 그러나 AI 채택 경로상 ‘지연된 수요’가 누적되어 중기적으로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모건스탠리: AI CapEx가 2025년 성장의 주요 기여 요인).

8) 정책 로드맵 — 미국·동맹이 지금 설계해야 할 10가지

  1. 연합 감시 상시화: NATO ‘Baltic Sentry’ 모델을 다른 전략 해역으로 확장. 민관 합동 해상·수중 드론 감시.
  2. 공해상 법집행 협력: 의도·우발 구분이 어려운 만큼, 사후 증거 확보 체계국제 제재 루트를 조밀화.
  3. 장비·공급망 화이트리스트: FCC 기준에 부합하는 장비·사업자 목록을 동맹국과 상호인증, 사전조달 절차 단축.
  4. 수리선 전력 증강: 해저 수리선의 전진배치와 훈련, 우선항행권 부여.
  5. 표준화된 위기 커뮤니케이션: 사고 시 서비스 사업자–정부–이용자 간 지연·우회·복구 ETA 안내 프로토콜.
  6. 다중 경로 의무화: 단일 케이블 의존 지역의 신규 프로젝트는 이중 경로 또는 다중 랜딩을 인허가 조건에 내재화.
  7. 위성·지상망 보완: 위성은 대체재가 아니라 복원력 레이어. 지상망(국경 내) 강화와 하이브리드 설계 촉진.
  8. 연구개발·인력 양성: 케이블·리피터·수리선·수중로봇 등 핵심기술 내재화와 전문인력 양성.
  9. 민관 투자 모델: 웹스케일–통신–연합기금–국부펀드의 공동 SPV로 리스크 분산·속도 제고.
  10. 국가위험 공시: 전략 해역·사업자 리스크를 정기 공시해 투자자 정보비대칭 축소.

9) 투자자를 위한 실행 체크리스트 —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보는 법

  •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텔리지오그래피 신규 케이블 지도, 착공–완공 간격, 리드타임 추이.
  • 사건·감시 지표: 발트해·홍해·대만 인접 해역의 장애·군사활동 모니터링, NATO/국방 공지.
  • 기업 공시: 빅테크 CapEx 가이던스(연결성 언급), CDN·보안·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수주·증설.
  • 품질지표: 주요 리전 간 왕복지연(RTT), 클라우드 상태페이지(아웃티지), SLA 위반 빈도.
  • 정책 동향: FCC·의회 질의·실사, 동맹 간 표준·인증 프레임워크의 진척.

이 지표들을 묶어보면, 케이블–클라우드–AI 사이클의 상호추진력이 보인다. 지연이 낮아지고(네트워크)–학습/서빙이 빨라지고(컴퓨트)–수요가 증가(서비스)–다시 케이블 증설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구조화된다.

10) 결론 — ‘바닷속 해자(垓字)’를 소유한 자가 초격차를 만든다

AI 붐은 표면적으로는 반도체·데이터센터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초격차를 가르는 것은 바닷속 해자다. 케이블을 통해 지연·용량·복원력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국가만이, 초연결 시대의 복리(compounding)를 누린다.

투자 관점에서 완벽한 순수 플레이는 드물다. 대신 생태계 레이어에 분산해, 웹스케일(수요)–CDN/보안(전송·엣지)–데이터센터 인프라(전력·냉각·배전)–메모리/컴퓨트(연산)상호보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 정책 리스크는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복원력을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투자 원칙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 칼럼이 인용한 사건·정책·투자 계획은 모두 진행형이다. 홍해·발트해·대만 등 지정학 리스크는 늘 예외를 낳는다. 그러나 방향성은 분명하다. AI의 진화 속도만큼이나, 바닷속 광섬유망도 더 길고, 굵고, 촘촘해진다. 2030년대의 승자들은 이미 오늘, 보이지 않는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부록] 기사 내 인용·근거 하이라이트

  • 국제 데이터·통화의 95%+ 해저 전송, 총연장 100만 마일 — CNBC 보도.
  • 웹스케일 기업의 해저 케이블 시장 점유 약 50% — ASN(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 발언.
  • 해저 케이블 투자(2025~2027) 130억 달러 — 텔리지오그래피.
  • 메타 ‘워터워스’ 5만km, 아마존 ‘패스트넷’ 320Tbps+, 구글 ‘솔’ — 기업 발표 및 CNBC 보도.
  • 홍해 절단–Azure 장애, 통가 사례 — CNBC 보도.
  • NATO ‘Baltic Sentry’ 감시 강화 — 관련 발표 및 CNBC 인용.
  • FCC의 안보심사 강화·장비 배제 — FCC 커뮤니케이션 인용.

면책: 본 칼럼은 공개된 보도·기관 자료에 근거한 분석이며, 투자 자문이 아니다. 필자는 언급된 종목 및 자산에 대해 어떠한 직·간접적 포지션도 보유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