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현상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 프롤로그: 주가를 밀어 올린 ‘AI 황금러시’, 실물경제는 과연 달렸나
2025년 상반기 미국 기업의 컴퓨터‧서버‧스토리지 지출이 전년 대비 86.4% 급증했다는 인베스팅닷컴·캡털이코노믹스 통계가 공개되자 시장은 환호했다. 나스닥100은 즉시 고점을 경신했고, S&P500 정보기술 섹터 PER은 31배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실질 GDP 성장률은 연율 1.2%에 그쳤고, 노동생산성(LP)은 전년 대비 1.2% 오히려 둔화됐다. 투자자·정책당국·산업계는 공통 질문에 직면했다. “AI 설비투자 폭증이 언제, 어느 경로로 생산성·소득·주가에 실현될 것인가.”
Ⅰ. 숫자로 본 현재: ‘투자 86%↑ vs GDP 1%대’의 괴리
1) 이례적 투자 사이클
- 하드웨어(컴퓨팅·네트워크) 투자: +86.4% YoY
- 소프트웨어 투자: +18% YoY
- R&D 총지출: –2.3% YoY(정체)
표면상 ‘투자 호황–생산성 부진’ 딜레마가 재현된 셈이다. 캡털이코노믹스는 1990년대 후반 IT 버블 전초국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2) 심층 지표: 수입·생산·고용
·컴퓨터 및 주변기기 수입 +60% YoY —> 국내 설비투자의 상당 부분이 해외 변동비로 누수.
·미국 내 전자·컴퓨터 제조 부가가치 GDP 기여도 0.03%p — 실질 공급능력은 아직 제한적.
·AI·데이터센터 건설 고용 +7.8만 명, 전산·개발 직군 임금 +12% — 투입 대비 산출 미완.
Ⅱ. 이론 프레임: 생산성 파급 3단계 S-P-A 모델
S(Silicon) 단계: GPU·ASIC·서버랙 등 물적 인프라 조달. 대규모 CAPEX가 집중돼 GDP 투자 항목을 끌어올리지만, 당장 산출에는 미미.
P(Platform) 단계: 클라우드·모델 API·운영체제·미들웨어 고도화. 기업 내부 효율이 개선되기 시작, IT 총요소 생산성(MFP) 기여도가 서서히 플러스 전환.
A(Application) 단계: 산업별 워크플로에 AI가 내재화, 총생산성(TFP)에 가시적 기여.
역사적 비교—전기(1880s)는 30년, 인터넷(1970s)는 15년, 클라우드(2000s)는 10년 걸렸다. AI는 학습곡선이 가파르지만 데이터 거버넌스·윤리 규제 장벽 때문에 최소 5~7년이 필요하다는 데 컨센서스가 모인다.
Ⅲ. 2025~2035년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구분 | 보수(Base) | 낙관(Optimistic) | 비관(Pessimistic) |
---|---|---|---|
AI CAPEX CAGR | +18% | +24% | +10% |
GDP 잠재성장률(’30) | 2.1% | 2.8% | 1.3% |
노동생산성(’30) | +1.9% | +3.0% | +0.8% |
S&P500 EPS CAGR | +7% | +10% | +4% |
모델 가정: 하드웨어→플랫폼 전환 레그 타임 2.5년, 규제 통합 지연 시 5년까지 확대. 베이스라인은 2027~2028년부터 GDP·EPS에 실질 반영, 낙관 시 2026년 조기 파급, 비관 시 2030년 이후로 순연.
Ⅳ. 규제·정책·거버넌스 변수
1) 칩스법(국내 제조 보조금)과 IRA 세액공제
– 인텔·TSMC·삼성 텍사스 팹 구축 가속. 공급망 리쇼어링은 초기에 비용 인플레 요인이지만, 장기적 전략 자산.
2) AI 규제(Biden AI EO, EU AI Act)
- 모델 투명성·책임성 의무 → 컴플라이언스 비용 0.3%p 상쇄
- 그러나 사용자 신뢰 확보→도입률 가속.
3) 관세 리스크
트럼프 2기 가정 시 중국산 서버·GPU 25~100% 관세. CAPEX 명목치는 증가, 그러나 실질투자·ROI 하락 위험.
Ⅴ. 산업·기업 레벨 파급
A. 반도체·장비
·엔비디아, AMD: 서버 GPU TAM 2025~2030 CAGR 30% 예상.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SML: 장비 리드타임 18개월→ 32개월 확대. 납품 모멘텀은 장기 호재, 그러나 고객 CAPEX 사이클 변동성 ↑.
B. 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러
·CAPEX/매출 비중 2023 13%→2027 22%. 현금흐름 압박 대비, AI 서비스 ARPU 상승으로 마진 방어 전망.
C. 전통 산업(제조·물류·헬스케어)
맥킨지 조사: AI 적용 공장 초기 2년간 결함률 –40%, 에너지비 –15%. ‘S-P-A’ 모델 중 A단계 진입 예상 시점 2028년.
Ⅵ. 포트폴리오 전략 제언
① 벤치마킹 지표: AI CAPEX/매출, R&D 성장률, MFP를 분기 단위로 추적.
② 자산배분: S단계—반도체·DC REIT 40% 비중 / P단계—클라우드·사이버보안 30% / A단계—산업 자동화·디지털헬스 30%.
③ ETF 활용: 반도체 SOXX·SMH, 클라우드 WCLD, 로보틱스 ROBO, AI 플랫폼 BOTZ 등을 바벨(barbell) 구성.
Ⅶ. 결론: ‘투자–생산성 시차’의 함정과 기회
생산성 황금기란 통상 대규모 무형자산·조직 재설계가 완료된 뒤에 찾아온다. AI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필자는 2025~2027년을 ‘전투 준비 기간’, 2028~2031년을 ‘채산성 입증기’, 2032년 이후를 ‘생산성 배당기’로 본다. 당장의 GDP 괴리만 보고 ‘AI 버블’이라고 단정하면 역사적 복리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그러나 규제·관세·금융비용 리스크를 과소평가할 경우 자본 손실 또한 피하기 어렵다. 데이터와 역사적 궤적이 말해 주듯, 균형 잡힌 장기관점·팩트 기반 리밸런싱이 AI 시대 투자자의 최적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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