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 ‘투자 폭발’과 ‘생산성 침묵’의 기묘한 동거
미국 기업의 컴퓨터‧소프트웨어 설비투자가 2024~2025년 연율 80%를 넘나드는 ‘폭발적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노동생산성(LP)과 총요소생산성(MFP)은 소수점 한 자릿수 개선에 머무르며 “AI 투입이 실물경제·주식시장에 언제,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필자는 ①거시(宏視)·미시(微視) 데이터 풀 재점검, ②‘하드웨어→플랫폼→애플리케이션’ 단계별 전이 메커니즘, ③2025~2030년 세 가지 장기 시나리오를 통해 ‘생산성 딜레마’가 해소될 조건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1. 최근 데이터가 말하는 것
구분 | 2024H2 | 2025H1 | 증감률(연율) |
---|---|---|---|
컴퓨터 하드웨어 투자 | +54.1% | +86.4% | ▲32.3%p |
소프트웨어 투자 | +10.2% | +18.0% | ▲7.8%p |
노동생산성(LP) | +1.6% | +1.2% | ▼0.4%p |
총요소생산성(MFP) | +0.7% | +0.6% | ▼0.1%p |
*출처: 미 상무부 BEA, BLS, Capital Economics 재가공
표를 보면 투자와 생산성 지표 간 괴리가 선명하다. ‘AI 전환’이라는 구호가 실질 GDP와 기업 이익의 기초 체력으로 아직 치환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2. 왜 생산성이 안 뛰는가 ― ‘세 단계’ 전이 모델
2-1. 인프라(하드웨어) 단계: CAPEX 폭증
- GPU·ASIC 수입 60%↑, 국산 생산 기여도는 +0.03%p에 불과
- “선(先) 매입, 후(後) 활용” 현상: 관세·공급망 리스크를 우려한 Pre-Buying 효과
2-2. 플랫폼(클라우드·모델) 단계: CAPEX→OPEX 전환
데이터센터 완공 이후부터는 감가상각비와 전력비가 운영비(OPEX)로 이동한다. 회계 상 ROIC(투하자본수익률)가 짓눌릴 수 있고, 주식 밸류에이션은 일시적으로 ‘마진 하강 계곡’을 거친다.
2-3. 애플리케이션(산업별 솔루션) 단계: 생산성·수익성 폭발 구간
- 현장 데이터 셋→모델 파인튜닝
-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Work Redesign)
- 노동 재배치·메타 조직 개선
위 3단계가 마무리돼야 ‘노동생산성 레버리지’가 현실화된다. 과거 PC·인터넷 때도 투자→생산성 지연은 2~3년이 걸렸다.
3. 2025~2030년 세 가지 장기 시나리오
시나리오 A ‑ 골든패스 (확률 40%)
전제: Fed 9월 첫 인하, 2026년까지 유효 실질금리 0%대 복귀, 관세 15% 이하 유지.
• 2026~2030년 MFP +1.5%p 개선, 실질GDP 중장기 잠재성장률 2.4%까지 U-턴.
• S&P500 EPS CAGR 11%, 지수 밸류에이션 PER 22배 유지.
시나리오 B ‑ 퍼플패치 (확률 35%)
관세가 인플레를 0.3%p 높이고, Fed 인하가 25bp씩 지연.
• 투자 성장세 둔화는 미미하나, 플랫폼→애플리케이션 전이 속도 늦어져 MFP +0.8%.
• EPS CAGR 7%, PER 19배로 리레이팅 조정. 지수 연평균 6~7% 수익률.
시나리오 C ‑ 셰이킹플로어 (확률 25%)
①관세 30% 이상, ②준독립 Fed→정치화, ③AI 규제 강경 선회.
• 설비투자 YoY ‑10% 역전, MFP 제자리 혹은 0.3%p 하락.
• EPS 제로 성장, PER 16배로 압축. 지수 수익률 0~2%에 머무름.
4. 투자 전략 ― 시나리오별 포트폴리오 맵
시나리오 | 섹터 | ETF·대표주 | 비중 가이드 | 리스크 헷지 |
---|---|---|---|---|
A | AI 플랫폼·반도체·산업자동화 | SMH, HACK, IRBO / NVDA, AVGO, KEYS | 60% | 장기 국채 10% |
B | 배당성장·헬스케어·인프라 | VIG, XLV / UNH, ABBV, GEHC | 45% | 골드 5% |
C | 고품질 가치주·미국 단기채 | SCHD, IEF / BRK-B, COST | 35% | 달러 인버스 ETF 3% |
※ 비중은 주식 총평균 50% 가정, 나머지는 채권·현금·대체투자.
5. 정책·규제 변수 체크리스트
- 연준(Fed) = 잭슨홀·FOMC에서 ‘두 번 인하’ 언급을 유지하는지 여부
- IRA·CHIPS법 세제 크레딧 = 유지/축소/폐지
- 대선 결과 = 통계 신뢰·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
- AI 규제안 = 안전성 심사 의무화 시 CAPEX→R&D 전환 속도 둔화
6. 결론 ― ‘AI 생산성 손익분기점’은 2027년
과거 전기·인터넷·모바일 도입 사례를 보면 ①설비투자 급증 → ②플랫폼 보급 → ③업무 재설계까지 평균 3~4년이 걸렸다. 현 투자 사이클은 2023년에 시작됐으므로 최초의 ‘생산성 점프’는 2027년 전후가 유력하다.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1~2년 지연될 수 있으나 완전히 무산될 확률은 낮다.
투자자는 ‘정밀 타이밍 맞추기’보다 시나리오별 베타·알파를 동시에 확보하는 Barbell 포트폴리오 접근이 필요하다. 골든패스 확률이 40%임에도 베이스라인을 넘어서는 초과수익 기회가 존재하는 이유다.
한편, 기업·정부·가계가 함께 ‘디지털 전환의 사회적 비용’을 분담해야 생산성 이득이 소득·자산 분배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AI는 효율의 게임인 동시에 신뢰의 게임이다. 데이터·통계·제도적 인프라의 무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어떤 GPU·LLM도 경제 전반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없다.
글│이중석 / 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