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도입이 초래할 경기·노동시장 충격을 둘러싸고 양대 시나리오가 제시되며 금융시장과 정책담론을 흔들고 있다. 영국의 리서치기관인 Citrini Research가 제시한 극단적 가정은 일부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실업·신용위기·주식시장 급락’이라는 경계 신호를 보내며 시장의 긴장도를 높였다.
2026년 2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Citrini의 보고서는 이를 명확히 예측이 아닌 사고 실험(exercise)으로 규정하면서도 가정이 현실화될 경우를 가정해 S&P 500이 38% 하락하고 실업률이 10%를 상회하며 사적(프라이빗) 신용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AI 관련 생산성 충격이 경제의 적응 능력을 앞지를 때 발생할 수 있는 연쇄적 신용·수요 충격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은 결제·소프트웨어·사이버보안 등 분야 전반에서의 기술적 충격과 관련해 이미 불안감을 가진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하루 뒤인 2026년 초, 울프리서치(Wolfe Research)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테파니 로스(Stephanie Roth)는 보다 균형 잡힌 대안적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투자자들에게 지나친 공포에만 집중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스테파니 로스는 “이 논쟁은 AI 도입 속도가 경제의 적응 능력보다 빨라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라는 실질적 위험을 조명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 점을 인정하면서도, 동일한 힘이 오히려 생산성 확대를 통해 성장 친화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완적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오늘 우리는 반박이 아니라 빠른 AI 도입이 수요 충격이 아니라 성장 지지적 생산성 확장으로 진화할 수 있는 대체 이야기를 제시한다.” — 스테파니 로스, 울프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
울프의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2025~2026년의 초기 도입 단계가 불안하게 보인다. 화이트칼라 산업에서 채용 동결이 발생하고, 생산성이 급증하면서 일시적으로 이윤율(마진)이 확대되어 자본에 이익이 편중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기술기업들은 채용 목표를 낮추고, 컨설팅 회사들은 주니어 업무를 자동화하며, 금융회사들은 AI 기반 리서치 툴에 더 의존하게 된다.
단기간의 공포
그러나 울프는 AI 도입이 2026년을 거쳐 2027년으로 확산되면서 경쟁 압력이 초기의 초과 마진을 서서히 잠식할 것으로 예측한다. 초기에는 ‘프리미엄’으로 보였던 AI 기능들이 빠르게 표준화되며 기업 소프트웨어와 고객업무 흐름의 일반 기능이 된다. 이에 따라 초반의 이익 확대는 가격 인하, 서비스 가속화, 신규 제품·서비스 출시에 반영된다.
울프 시나리오에서 거시적 결과는 당초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실업률이 완만하게 상승해 약 4.5% 수준에 머물고,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은 2028년 5월 기준 연간 약 1.8%로 하락한다. 즉, 생산성 급증은 수요 충격이 아니라 긍정적 공급 충격처럼 작용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조정은 로스가 제시한 비관적 서사보다 점진적이다. 기술·금융·비즈니스 서비스에서의 일자리 손실은 물결처럼 나타나지만, 건설·제조·물류 등 영역에서의 신규 채용이 동반된다. 기업들은 AI가 기존 노동자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숙련된 인력이 AI의 출력물을 지시하고 검증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인구구조 및 노동공급 제약 또한 중요한 완충 역할을 한다. 고령화된 노동력과 이민 제한으로 인한 인력 부족 상황에서 자동화는 과잉 노동자를 대체하는 역할보다 지속적인 노동공백을 메우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예컨대 보건 시스템은 진단·스케줄링 지원에 AI를 도입하고, 제조업은 숙련 인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자동화를 확대한다.
생산성 붐이 투자 사이클로 이어진다
중요한 점은 생산성 향상이 결국 물리적 투자 사이클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전력망, 반도체, 자동화 장비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건설·엔지니어링·산업 부문으로의 수요가 창출된다. 이런 투자 확장은 단기적인 일자리 축소를 장기적인 수요 및 고용 창출로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
울프의 대안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8년에는 새로운 균형이 형성된다. AI가 공급망과 서비스 효율을 개선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되고, 실질임금은 명목임금보다 느린 물가상승률로 인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혼란과 불평등 문제는 존재하지만, Citrini가 가정한 것과 같은 부정적 연쇄는 최종적으로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로스의 결론이다.
용어 설명(독자 참고)
일반목적기술(General-purpose technology): 비행기나 전기처럼 다양한 산업과 활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을 말한다. 로스는 AI를 이러한 범주의 기술로 보고, 초기 파급 이후 장기적으로는 디플레이션(가격 하락) 효과와 성장 촉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긍정적 공급 충격(positive supply shock): 생산능력이 개선되거나 비용이 하락해 재화·서비스의 공급이 늘어나고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으로, 수요 충격과 구별된다. 울프는 AI 확산이 이와 유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사적 신용시장(private credit): 은행 밖에서 이루어지는 기업대출·사모대출 등을 의미하며, 유동성·상환능력 악화 시 신속하게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Citrini의 시나리오에서 이 시장의 취약성이 강조됐다.
시장 및 정책적 시사점 — 실무적 전망과 영향 분석
첫째, 단기적으로는 기술주와 AI 관련 서비스·도구를 보유한 기업의 실적과 채용 계획에 민감한 가격 변동성이 예상된다. 채용 동결·마진 확대 소식은 초기에는 주가 상승을 유도할 수 있으나, 기능의 표준화와 경쟁 심화가 진행되면 이익률은 빠르게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중장기적으로는 인프라·제조·에너지 관련 투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센터·전력망·반도체·공장 자동화 설비에 대한 자본지출(CAPEX)이 확대되면 건설·기계·전기·반도체 장비 공급업체의 수요가 증가한다. 이는 관련 업종의 고용 회복과 GDP 기여 확대를 견인할 수 있다.
셋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율이 중요하다. 만약 AI 채택이 실제로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운다면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완화 여지를 평가해야 한다. 반대로 단기적 수요 충격 또는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재정적 안전판(예: 고용지원, 재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
넷째, 불평등과 재교육(리스킬링) 정책은 사회적 안정성을 좌우한다. 기술 전환으로 인한 직종별 구조적 변화는 재교육 및 전직 지원 정책의 범위와 속도를 좌우하는 요인이며, 노동시장의 마찰을 줄이는 것이 장기 성장의 관건이다.
종합적으로, Citrini가 제기한 극단적 위험 시나리오는 경계할 만한 요소를 제공했지만, 울프리서치가 제시한 대체 시나리오는 AI 도입의 순기능이 확산될 때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과 조정 메커니즘을 강조한다. 정책 결정자와 기업은 양쪽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노동시장, 신용시장, 인프라 투자를 아우르는 포괄적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